[비즈한국]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의혹이 불거진 지 1년이 지났다. 특검과 검찰 수사, 재판 등과 더불어 정부와 각계가 곳곳에 남은 ‘박근혜-최순실’ 흔적 지우기에 나서고 있지만, 그림자는 걷히지 않는 모습이다. 일부 기관 및 대기업 관계자들은 이번 명절 연휴도 반납한 채 그림자 지우기에 매진하고 있다.
국민연금은 초유의 위기를 맞았있다. 지난해 ‘박근혜-최순실 게이트’와 연결된 ‘삼성 경영권 승계 의혹’ 중심에 오르면서 수장인 문형표 이사장이 구속된 후 이사장 자리는 10개월째 대행체제로 운영되고 있다. 이 일로 신뢰도는 땅에 떨어졌고, 기금운용 주거래은행 선정 등 통상적 업무는 물론 공단 운영, 고위급 인사 등 주요 의사 결정은 미뤄지거나 차질을 빚고 있다.
이사장 선임이 시급하지만, 추석연휴 이후에도 선임이 이뤄질지는 불투명하다. 보건복지부 등에 따르면, 국민연금 임원추천위는 9월 19일 이사장 후보 3인을 복지부에 추천했고, 복지부도 청와대에 제청했지만 결정은 추석 이후로 미뤄졌다. 한 복지부 관계자는 “기관장 인사는 정부조직 구성 이후 이뤄지는 만큼 시간이 필요하지만, 국민연금은 최순실 게이트 중심에 섰던 기관이라 청와대에서도 신중하게 검토하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문화체육관광부도 역시 최순실 게이트 핵심에 섰던 부처라 후폭풍에 시달리고 있다. 산하 공공기관 33곳 중 기관장이 공석인 곳은 7곳, 오는 2018년 초 임기만료를 앞둔 곳은 9곳이다.
절반의 기관장을 교체해야 하지만 한국콘텐츠진흥원, 그랜드코리아레저(GKL), 한국문화예술위원회 등 최순실 게이트와 더불어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에 깊게 연루된 산하 공공기관이 상당수라 쉽지 않을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문재인 정부 들어 문체부 산하 신임 공공기관장이 정해진 곳은 한국언론진흥재단 한 곳이다. 다른 곳은 아직 신임 수장 선임 논의가 이뤄지지 않았다.
일부 금융권, 대기업 관계자들도 명절연휴를 반납했다. 추석연휴 직후 진행되는 문재인 정부 첫 국정감사 준비를 위해서다. 국회 정무위원회, 기획재정위와 금융권, 재계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하면, 최순실 게이트가 이번 국정감사의 주요 쟁점이 될 가능성이 크다. 국감에서 ‘수비수’ 역할을 했던 집권 여당 의원들도 기업들을 벼르고 있어 긴장감이 더욱 크다는 말도 나온다.
앞서의 관계자들은 가장 뜨거운 쟁점으로 최순실 국정농단 과정에서 불거진 시내면세점 선정 비리 의혹이 될 것으로 예상한다. 7월 감사원 감사결과를 보면, 2015년 시내면세점 선정에서 롯데 등 특정 업체의 점수는 낮게 산정됐고 한화 등은 정당한 점수보다 높게 받았다. 이 과정에서 최순실 씨 등의 개입이 있었다는 의혹이다. 그 밖에 국정농단 사건에 직·간접적으로 연루된 금융회사나 대기업 등도 국감 도마에 오를 것이란 전망이다.
주요 그룹들엔 일찌감치 비상에 걸렸다. 국감 주요 안건을 점검하는 것은 물론 총수와 임원 등 역대 최대 규모의 기업인이 증인으로 소환될 것이란 예상이 파다하기 때문이다. 일부 의원들은 최순실 게이트와 관련, 삼성, 현대, SK, 롯데 등 주요 대기업 임원들의 증인 요구 명단을 공개했다. 9월 말 ‘정무위원회 국감 주요 증인요청 명단’이 유출되기도 했는데, 주요 그룹 총수 등 총 46개 기업과 금융권 대표, 회장, 사장 등 57명이 명단에 포함됐다.
익명을 요구한 한 대기업 관계자는 “정무위 소속 한 의원실에서 작성한 문서였지만 상징적 의미가 있다고 판단했다”며 “국감이 최순실 게이트에 더해 정부의 재벌개혁 기조 속에 이뤄지는 만큼 기업인의 대규모 증인 채택은 피할 수 없을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지난해까지만 해도 대관 담당 임원들이 각 의원실과 증인 채택 여부를 미리 조율한 경우도 있었지만, 최순실 게이트 이후엔 접촉 자체가 불가능해 미리 준비하는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문상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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