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수많은 티칭프로들이 얘기한다. 골프 스윙에서 가장 중요한 건 하체의 활용이라고. 백스윙에서 다운스윙으로 이어지는 동안 하체 근육을 통해 체중이동이 원활하게 이뤄져야만 강한 임팩트를 구사할 수 있고, 그만큼 샷거리가 늘어날 수 있다는 얘기다. 대다수 골프선수들의 하체가 튼실한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이런 점에서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의 스타플레이어인 최나연, 박성현 선수는 놀라움의 대상이 아닐 수 없다. 불변의 법칙처럼 여겨졌던 하체 근육의 중요성이 선입견임을 긴 샷거리를 통해 증명해 보인 이들이기 때문이다.
지난해부터 슬럼프를 겪고 있는 최나연 선수는 LPGA투어에 입문한 2008년(257.4야드)에 비해 평균 드라이버 샷거리가 11.3야드나 줄었으나, 여전히 긴 드라이버샷(246.09야드)을 뽐내고 있다. 올해 US여자오픈과 캐네디언 퍼시픽 위민스오픈 우승으로 LPGA투어 상금랭킹 1위(9월 28일 현재)에 오른 박성현 선수 역시 평균 270.89야드(8위)의 긴 드라이버 샷거리를 자랑한다.
다른 골프선수들에 비해 마른 체구를 지녔음에도 통쾌한 드라이버샷을 구사한다는 점에서 두 사람은 매우 닮아있다. 프로필에 소개된 이들의 신체사이즈는 최나연 선수가 167cm에 58kg, 박성현 선수가 171cm에 60kg다. 드라이버 샷거리는 박성현 선수가 최나연 선수에 비해 24야드가량 긴 편이긴 하나, 두 사람 모두 상위권에 속해 있다.
닮은 점은 몸매와 스윙 스타일뿐만이 아니다. 보이시한 매력을 지녔다는 점이 그들을 더욱 닮아 보이게 한다.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에 입문한 이후 줄곧 최나연 선수는 어깨까지 내려오는 단발머리, 박성현 선수는 숏커트를 고집하고 있다. 그동안 대회장에서 치마를 입은 적도 없다. 심지어 최나연 선수는 2010년 KLPGA 대상 시상식에서조차 턱시도 룩을 선보여 큰 관심을 받았다.
과거 최나연 선수는 “골프장에서 치마 입는 일은 절대로 없다”며 “카메라도 많고 아무래도 신경이 쓰인다. 그러면 경기에 집중하지 못한다. 운동을 하면서 외모도 잘 가꾸는 선수들을 보면 참 대단하다는 생각이 든다”고 밝혔다. OK저축은행 박세리 인비테이셔널에서 “다음 대회에 치마를 입고 출전하겠다”고 우승 공약을 내세웠으나, 공동 22위에 그치고 말았다.
감정을 드러내지 않는 시크한 표정과 숏커트에 미소년의 이미지가 강한 박성현 선수는 유년 시절 스윙코치로부터 “여자 운동선수 머리는 무조건 숏커트”라는 얘기를 듣고 나서 숏커트를 고집하게 됐다고 한 언론을 통해 밝힌 바 있다.
최나연 선수와 박성현 선수의 LPGA투어 5대 메이저대회(ANA인스퍼레이션, KPMG우먼스PGA챔피언십, US여자오픈, 리코위민스브리티시오픈, 에비앙챔피언십) 성적도 비슷하다. 최나연 선수가 2008년 에비앙마스터스에서 준우승, 2012년 US여자오픈에서 우승을 차지한 데 이어, 박성현 선수가 2016년 에비앙챔피언십 공동 2위, 2017년 US여자오픈 우승을 차지했다. 이외에도 최나연 선수는 브리티시여자오픈에서 2010년 공동 3위, 2013년 준우승을 차지한 바 있다.
박성현 선수의 열열한 팬이라는 김보미 씨(33·여)는 “박성현 선수를 좋아하게 된 건 1년 전부터다. 골프를 시작한 지 1년밖에 되지 않았기 때문”이라며 “최나연 선수에 대해서는 잘 모르고 있었는데, 최근 박세리인비테이셔널 경기를 지켜보며 박성현 선수가 최나연 선수를 닮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외적으로 풍기는 이미지뿐만 아니라 스윙 스타일도 비슷했다. 자연스럽게 최나연 선수도 좋아하게 됐다”고 말했다.
그녀는 또 “지난해부터 최나연 선수가 슬럼프를 겪고 있는 것으로 안다. 하루빨리 슬럼프를 극복해 다시 예전의 활약을 보여줬으면 좋겠다”며 “조만간 두 사람이 챔피언조에서 함께 경기를 뛰었으면 좋겠다”고 기대감을 드러냈다.
유시혁 기자
evernuri@bizhankook.com[핫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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