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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80 서체' 복원 프로젝트 '옛 친구 만난 듯 반갑구먼~'

소셜 펀딩으로 2000만 원 모금…김성천 CDR 대표 "시대 대변하는 디자인은 문화유산"

2017.09.28(Thu) 16:21:31

[비즈한국] 요즘 디자인은 기업에 있어 선택이 아니라 필수적인 요소다. 대기업 치고 전용 서체 없는 곳을 찾아보기조차 어렵다. 심지어 디자인 경영이라는 말까지 생길 정도다. 레드닷, IDEA 등 세계적인 디자인 어워드에서도 연일 수상 소식이 전해지고 있다. 전부 우리나라 디자인 수준이 높아졌다는 증거다.

 

하지만 급속한 산업화가 일어난 1970년대만 해도 대부분 기업들은 질 좋은 제품을 싸고 많이 만드는 것에만 관심이 많았다. 제품 디자인이나 브랜딩은 언감생심, 논할 단계는 아니었다. 하지만 당시에도 상표나 서체, 포장과 같이 제품 디자인까지 관심을 제법 기울이는 앞선 기업들이 있었고, ​비록 많지 않았지만 ​디자인을 전문적으로 하는 회사는 미술대학을 중심으로 이러한 수요를 충족시키면서 서서히 발전했다.

 

CDR어소시에이츠는 창립 44주년을 맞아 1970~1980년대 서체를 복원하는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사진=CDR어소시에이츠 제공

 

최근 이러한 선구적인 디자이너들의 작품을 다시 복원하자는 움직임이 벌어지고 있어 주목된다. 창립 44주년이 된 1세대 디자인 회사 CDR어소시에이츠가 진행하고 있는 ‘7080 CDR타이프페이스 프로젝트’가 그것이다. CDR어소시에이츠는 눈 결정을 형상화한 제일제당의 ‘백설표’ 로고를 비롯해 OB맥주, 현대차, 기아차, 대림산업 로고를 만든 우리나라 대표적인 CI 및 디자인 전문기업이다.

 

1975년 제일모직 CI 보고회, CDR어소시에이츠 창립자 조영제 박사(왼쪽)가 직접 설명을 하고 있다. 사진=CDR어소시에이츠 제공


이 프로젝트는 1970년대 만들어진 특징적인 서체를 현대적인 감각에 맞게 다시 복원하는것을 목표로 잡았다. 현재 하나의 한글 서체를 만들기 위해서는 2000자가 훌쩍 넘는 글자의 디자인이 필요로 하지만, 당시에는 필요한 글자로만 제한된 250자 수준의 로고타입을 만드는 데 머물렀기 때문이다. 그것을 다시 현대적인 서체 시스템으로 재건하는 것이 프로젝트의 목적이다.

 

복원이 결정된 서체는 ‘cdr_1978 돋움(고딕)’, ‘cdr_1983 둥근 돋움’, ‘cdr_1983 바탕(명조)’ 3종. 각 서체 이름은 만들어진 연도를 따서 지어졌다. 이름만 보고는 어떤 느낌의 서체인지 알기 어렵지만, 실제 눈으로 보면 옛 향수를 불러일으킬 정도로 묘하게 낯이 익다.

 

cdr_1978 돋움 서체

 

‘cdr_1978 돋움’은, CDR어소시에이츠 창립자 조영제 박사와 지금은 고인이 된 양승춘 교수, 김현 디자이너가 1978년에 함께 디자인했던 로고타입이다. 가장 복고풍에 가까운 서체이면서도 보는 이에게 강렬한 인상을 남긴다. 특히 요즘 서체에는 잘 없는 모음과 받침이 연결된 디자인이 눈길을 끈다.

 

cdr_1983 둥근 돋움 서체

 

그런가 하면 ‘cdr_1983 둥근 돋움’은 매우 부드럽고 온화한 인상을 풍긴다. 모든 글씨의 두께가 동일한 점도 이 서체가 가진 주요 특징이다. 특히 자음 ‘ㅅ’​이나 ‘​ㅏ’​나 ‘​ㅓ’ 같은 모음 의 꺽임은 익살맞은 느낌마저 준다.

 

cdr_1983 바탕 서체

 

‘cdr_1983 바탕’은 30년 전 만들어진 서체라고는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현대적인 조형미가 살아있다. 명확한 가독성으로 본문 서체로 사용하기에 부족함이 없으면서도 특유의 개성미가 잘 살아있다.

 

CDR어소시에이츠는 소셜펀딩 커뮤니티 ‘텀블벅’을 통해 7080 폰트 복원 프로젝트의 후원을 받고 있다. 목표 금액은 3000만 원인데 벌써 80%가량 모금이 진행됐다. 서체라는 다소 대중적이지 않은 문화 프로젝트인 점을 감안하면 상당히 뜨거운 반응이다.

 

모금 참여자들에게는 액수에 따라 해당 서체로 디자인 된 에코백, 스티커, 엽서, 폰트 라이선스가 제공된다. 특히 60만 원 이상 후원한 사람에게는 한국의 폴 랜드라고 불리는 조영제 박사의 친필 사인이 들어간 포스터가 주어진다.

 

복원된 서체로 디자인 한 에코백. 복고 분위기를 연출한다. 사진=CDR어소시에이츠 제공

 

김성천 CDR어소시에이츠 대표는 “당시 1세대 디자이너들의 아까운 작품이 그냥 묻혀가는 것 같아 이번 프로젝트를 기획했다. 여전히 많은 기업이나 학교 연구실에 이러한 것들이 잠자고 있을 것”이라며 “그 시대를 대변하는 디자인은 우리가 길이 보존해야 할 문화유산과도 같다. 현재 뜻을 같이 하는 다른 디자인 기업들과 더 많은 복원 프로젝트를 진행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김 대표는 10월 17일 개최되는 ‘브랜드비즈 컨퍼런스 2017’​에서 ‘중국 브랜드의 기원’을 주제로 강연을 할 예정이다. 한국을 대표하는 44년 전통의 디자인 기업 대표답게 동양적 관점에서의 디자인과 브랜드 방법에 대한 접근 방식과 해법을 제시할 것으로 기대된다.​ 

봉성창 기자

bong@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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