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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30 현자타임] 추석, 집에 있어도 집에 가고 싶게 만드는 용의자 셋

'답정너' 친척 어른, 잔소리꾼 '아버지' 그리고 나의 '자격지심'…해법은 버티는 것뿐

2017.09.28(Thu) 14:47:29

[비즈한국] 집에 있어도 집에 가고 싶을 때가 있다. 그럴 때 들을 노래는 있지만, 노래는 3분밖에 돕지 못한다. 집 밖에 있으면서 집에 가고 싶을 때는 많지만, 집에 있어도 집에 가고 싶다는 생각은 희귀하다. 1년에 딱 두 번 그러는데, 설과 추석이다. 앉은 곳은 가시방석이고, 먹는 음식은 코로 들어가는 듯하다. 아무도 없는 오지에 떨어져도 이것보다 마음이 편할 듯하다. 

 

가수 Zion.T는 자신의 대표곡 ‘꺼내 먹어요’에서 “집에 있는데도 집에 가고 싶을 거야” “​배고플 땐 이 노래를 아침 사과처럼 꺼내먹어요”​라며 지친 이들에게 위로를 전한다. 사진=Zion.T의​ ‘꺼내 먹어요’​ 뮤직비디오 캡처


범인은 집 안에 있다. 첫 번째 범인은 친척 어른이다. 오랜만에 만난 조카의 안부를 묻는다는 핑계로 자식 자랑하는 어른에게 속지 말자. 우리의 안부를 묻는 게 아니다. 자기 자식이 얼마나 공부를 잘하는지, 월급의 얼마를 용돈으로 주는지 말하고자 한다. 답은 정해져 있고, 우리는 고개만 끄덕이면 된다. ‘답정너(답은 정해져 있으니 너는 대답만 해)’의 세계다. 

 

두 번째 범인은 가만히 앉아 커피와 과일을 주문하는 나의 아버지다. 제사 지내고 밥 먹을 때 반찬을 품평한다. 고기 간이 얼마나 뱄는지와 국물이 얼마나 싱거운지에 대해 열변을 토하며 과일을 부른다. 목욕재계한 과일이 그의 식도를 지나 위에 자리잡으면, 커피 차례다. 달짝지근한 믹스커피까지 대령하고 1시간이 지나야 움직인다. 큰집에 있을 때 그렇게 하하호호하던 부모님은 집에 갈 때 칼부림 날 기세로 싸운다. 거친 대화와 불안한 운전과 그걸 지켜보는 우리네 심정은 말로 다할 수 없다. 

 

세 번째 범인은 나의 자격지심이다. 요즘 20대는 죄인이다. 청소년 때 학원비, 성인이 된 뒤 등록금, 대학 졸업 후 취업준비 비용까지 든다. 사촌형제는 매학기 장학금을 받고 취업도 빨리 하는지 알 길이 없다. 그런 길이 있으면 같이 가지, 왜 치사하게 혼자 가는지 심통이 난다. 나와 같은 시대를 사는 사람이 맞는지 의문도 든다. 밥만 축내는 식충이면 좋을 텐데, 젊음은 부모님의 노후까지 잡아먹는다. 

 

이 글을 읽기만 해도 그림이 그려진다. 읽기만 해도 집에 가고 싶을 거다. ‘더도 말고 덜도 말고 한가위만 같아라’는 속담일 뿐이다. 천 번은커녕 만 번 흔들려도 어른이 되지 못한 청춘에게 한가위는 가위보다 매서운 날이다. 하지만 어쩌겠는가. 청춘은 버텨야만 한다. 버티는 것 말고는 방법이 없다. 하늘은 높고 말은 살찌는 아름다운 계절에, 우리는 살찌기보다는 일단 살자. 살아남아라, 취준생!

구현모 알트 기획자

writer@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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