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이나 프리즘] 중국의 추석, 중추절 그리고 월병

[비즈한국] 우리의 추석에 해당되는 중국의 중추절은 음력 8월 15일로, 설을 의미하는 춘절 및 단오절과 더불어 중국 3대 명절의 하나다. 가을인 음력 7, 8, 9월 중 8월이 가을의 중간이고 15일이 8월의 중간이므로, 가을의 한가운데란 의미에서 중추절(中秋節 또는 仲秋節)로 불리게 됐다. 

이번 중추절(10월 4일)은 중화인민공화국 건국기념일인 국경절(10월 1일) 연휴와 겹치면서 중국인들은 다음달 1일부터 8일까지 쉬게 된다.  

# 한국 덕분에 중추절이 공휴일로

중추절은 원래 공휴일이 아닌 단순히 절기를 의미하는 것이었지만 2008년부터 법정공휴일로 지정됐다. 여기엔 지난 2005년 11월 유네스코 무형문화유산으로 우리나라의 강릉 단오제가 선정된 것이 상당한 기여를 했다. 단오절을 자신들의 고유 명절로 여긴 중국인들은 당시 한국인들이 자신들의 단오절을 훔쳐갔다며 분노했다. 

이를 계기로 중국인들은 한국인들이 설날이나 추석에 쉬면서 전통 명절을 존중하는 모습을 배워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고, 전통 명절을 휴일로 지정하게 된 것이다. 

월신(月神)이 중추절에 부드러운 달빛으로 변해 인간 세상에 복을 내린다고 믿은 중국인들은 달에 제사를 지내며 가족들과 함께 달처럼 둥글게 생긴 월병을 먹는다. 월병은 우리의 송편에 해당되는 음식으로 가족들의 단결과 원만함을 기원하는 의미도 담겨있다. 월병에는 이 밖에도 재미있는 얘기가 전해진다.

월병을 먹기 시작한 것은 원대(元代) 말기부터라고 한다. 한족들은 오랜 원나라의 지배를 벗어나고자 원을 전복시킬 계획을 세웠지만 거사일을 전달할 방법을 찾지 못했다. 한족들이 고심 끝에 찾은 방법은 곧 전염병이 도는데 전염병의 화를 피하려면 중추절에 월병을 먹으면 된다는 소문을 내는 것이었다. 

이 소문을 듣고 월병을 산 사람들이 그 속에 ‘중추절 밤에 거사한다. 뜻있는 자는 일어서라’​란 내용을 발견하고 힘을 합쳐 원나라를 무너뜨렸다는 얘기다.

# 연간 월병 시장 규모 2조 원

월병은 밀가루 반죽에다 팥이나 호두, 참깨, 말린 과일을 앙금(소)으로 넣어 만든 보름달 모양의 과자라고 보면 이해하기가 쉽다. 다만 밀가루, 기름, 설탕이 대부분이어서 많이 먹으면 몸에는 좋지 않다고 한다. 중국인들은 월병을 선물로 주고받는 풍습도 있다. 이 때문에 중국 최대의 전자상거래 서비스 플랫폼인 쓰루왕 등에 따르면 중국에서 한해 생산되는 월병은 25만 톤이 넘고, 시장 규모는 우리 돈으로 약 2조 원에 달한다. 

이 때문에 월병을 만드는 기업들은 독특하면서도 맛있는 월병을 만들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중국 월병의 대표적인 제품은 오인(五仁) 월병, 즉 앙금이 다섯 가지 이상 들어간 월병이다. 호두, 참깨, 올리브를 비롯해 다섯 가지 이상 견과류나 말린 과일로 만든 것을 앙금으로 넣은 것이다. 

최근엔 월병이 몸에 좋지 않다는 이유로 이른바 ‘웰빙 월병’을 만들려는 노력도 가속화되는 모습이다. 최근엔 제비집이나 인삼, 동충하초. 백합, 목이버섯, 국화 등을 속에 집어넣는 월병이 나오고 있다. 이 가운데 제비집 월병은 298위안(약 5만 원) 정도에 인터넷에서 팔리고 있다. 

웰빙 월병 말고도 커피, 버섯, 햄, 초콜릿, 생선을 집어넣은 월병도 나오고 있다. 특히 하겐다스와 같은 아이스크림업체나 스타벅스 같은 커피 전문점이 중국 시장을 겨냥해 월병을 내놓고 있는데, 하겐다스 월병은 2015년 기준 중국 전체 월병 시장의 3.99%를 차지했을 정도로 인기를 끌었다. 

고급 호텔의 경우 한해 월병 판매량이 호텔 수익성을 좌우할 만큼 큰 이윤을 남기는 것으로 알려졌다. 베이징의 한 5성급 호텔은 50%의 높은 마진율의 월병 선물상품으로 연간 약 100만 위안의 매출을 올린 것으로 전해졌다. 

# 월병 마케팅 전쟁 

이에 따라 업체들의 마케팅 활동도 치열하다. 유명 월병 제조업체 광저우주자는 이미 7월에 중추철 프로모션 행사를 열었다. 또 온라인 전자 상거래 업체들은 기존의 월병과 차별화된 색다른 월병상품을 내세워 판촉전에 나서고 있다. 그 중 두리안 월병을 비롯해 ‘갓구운’ 월병, 수제 월병을 내세운 업체들도 등장했다. 

생화 온라인 플랫폼인 플라워플러스(FlowerPlus)도 ‘월병 대전’에 뛰어들었다. 이 업체는 기존 꽃 배송 상품에 월병 선물 세트를 접목한 상품을 출시했다. 또 월병 포장에도 특색 있는 디자인이 출현해 눈길을 끌고 있다. 디즈니 캐릭터 및 각종 온라인 게임의 IP를 주제로 한 다양한 디자인의 월병 상품들도 대거 등장했다.

대표 브랜드는 광저우주자 산하 브랜드 리커우푸의 광둥식 월병이다. 월병은 광저우주자 매출의 40%, 순이익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효자 상품으로 매년 판매하는 월병으로 지구 한 바퀴를 돌릴 수 있다는 우스갯소리가 나올 정도다.

지난 2006년 ‘중국 명품 브랜드 제품’으로 선정된 리커우푸 월병은 아시아를 넘어 미주와 유럽까지 위탁 판매망을 구축해 놓았고 지금도 유통망 확장을 통해 시장점유율 및 브랜드 영향력을 높여나가고 있다

한편 이번 중추절 연휴 동안 600만 명이 해외여행을 떠날 예정이라고 중국 관영 ‘차이나데일리’​가 최근 보도했다. 선호하는 해외여행지로는 태국, 일본, 미국 등이 꼽혔으며, 한국의 경우엔 사드 여파로 중국인들이 여행을 꺼리는 분위기다.  

업계에서도 올 1∼7월 한국을 방문한 중국인 관광객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0.9% 줄어든 만큼, 이번 중추절 황금연휴에도 과거와 같은 요우커 특수를 누리긴 힘들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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