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때가 오기만을 기다렸다. 배출가스 조작으로 세간의 비난을 받으며 판매가 중단됐던 폴크스바겐·아우디가 다시 한국 시장 공략을 위한 채비를 차리고 있다.
폴크스바겐코리아는 지난 27일 아시아 시장에서 잔뼈가 굵은 슈테판 크랩을 신임 사장으로 선임했다. 크랩 사장은 2002년 폴크스비겐의 컨설팅을 시작으로 한국·일본·대만·싱가포르 등 극동지역 영업기획 총괄을 역임했다. 10월 1일부터 공식 업무를 시작한다.
폴크스바겐이 영업·마케팅통을 한국 시장의 전면에 배치한 데에서 잃어버린 한국 시장을 되찾겠다는 의지가 보인다. 폴크스바겐은 지난해 판매정지를 당하기 전까지 국내 수입차 점유율 압도적인 1위를 지켜왔다. 국산차에 실증을 느낀 국내 소비자들은 높은 브랜드 인지도와 저렴한 가격으로 무장한 폴크스바겐에 지갑을 열었다.
‘티구안’과 ‘골프’ ‘파사트’ 등은 각 세그먼트별로 베스트셀링 카에 이름을 올렸다. 올 들어 현대·기아차의 국내 시장 점유율이 상승한 것도 폴크스바겐의 부재 덕분이다.
폴크스바겐은 한국 시장 재공략을 위한 정지 작업 차원으로 25일부터 폴크스바겐 6개 모델과 아우디 3개 모델에 대한 리콜을 개시했다. 지난 8월 29일 환경부가 리콜계획을 승인해서다. 리콜을 통해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를 개시했다.
또 신형 티구안 등에 대한 환경부 인증이 끝나 세부적인 행정절차만 마무리 되면 연내 폴크스바겐·아우디의 연내 판매가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8월 환경부의 인증 취소 뒤로 차량 인증이 통과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폴크스바겐은 지난 5월 인증 담당 임원 2명을 새로 영입하는 등 판매 재개를 위해 공을 들여왔다.
폴크스바겐이 가장 먼저 꺼내든 카드는 티구안이다. 2014~2015년 국내 수입차 중 최다 판매 기록을 세운 간판 모델이다. 3000만 원대로 저렴하고 연비가 높은 독일제 SUV다. 특히 이번에 수입되는 2세대 모델은 세련된 디자인과 개선된 성능을 통해 글로벌 시장에서 호평을 받고 있다.
자동차업계 관계자는 “디젤에 대한 소비자들의 인식이 나빠졌지만, 티구안은 여전히 소구력 있는 모델”이라며 “티구안의 성패 여부에서 폴크스바겐의 재기 가능성을 점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또 ‘CC’의 후속 모델인 ‘아테온’을 출격시켜 기아차 ‘스팅어’ 현대차 ‘G70’ 등 국내 스포츠세단과 경쟁을 시킨다. 가장 주목도 높고 시장의 트렌드를 좌우하는 스포츠세단 시장에서 기선을 제압함으로써 폴크스바겐 열풍을 재현하겠다는 전략이다.
아테온의 가격은 미정. 브랜드 가치를 해치지 않으면서 일정 수준 이상의 판매량을 보장할 수 있는 4000만~5000만 원선에서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이전 모델인 CC 가격은 4500만~5200만 원이었다.
벤츠 왕국이 된 국내 고급 수입세단 시장에 전방위 공세도 펼친다. 아우디는 이번에 국내에서 판매량이 많았던 ‘A4’(30TDI, 35TDI콰트로)와 ‘A6’(35TDI, 35TDI 콰트로, 50TDI 콰트로)의 인증을 기다리고 있다. 내년 풀 체인지 모델 출시를 앞두고 있는 이들 모델에 대한 대대적인 할인이 예상된다.
‘A6’의 경우 판매정지 되기 전인 지난해 4월과 7월 최대 1400만~1600만 원대 할인 프로모션을 벌였다. 6500만 원짜리 신차를 5000만 원 안팎에 구매할 수 있었다. 특히 아우디·폴크스바겐이 평택항에 1년간 쌓아둔 재고 차량 1만 4000여 대도 이번에 쏟아질 전망이라 수입차 시장이 크게 출렁일 가능성도 있다. 할인폭은 지난해와 비슷한 20~30%가 될 전망이다.
아우디는 또 대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인 ‘Q7’(35 TDI 콰트로, 45 TDI 콰트로)에 대한 신규 인증도 통과하는 등 라인업을 넓히고 있어 일대 격전이 벌어질 것으로 보인다.
원활한 판매를 위해 영업·서비스망도 대거 손을 봤다. 폴크스바겐 공식딜러인 유카로오토모빌은 3월 울산과 부산에 서비스센터를 새로 열었다. 클라쎄오토도 경기도 구리시에 서비스센터를 오픈했다. 최근 오픈한 포항 서비스센터까지 포함해 폭스바겐코리아는 34개의 공식 서비스센터를 갖추게 됐다.
또 카카오 모빌리티 애플리케이션(앱)을 통해 폴크스바겐 신차를 판매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카카오 모빌리티는 카카오 택시 등 ‘스마트 모빌리티’ 업무를 전담하고 있는 회사다. 여태까지 온라인 쇼핑몰에서 완성차를 판매한 적은 있지만 앱을 통해 차량을 파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카카오모빌리티는 차량 정보와 시승, 견적, 결제 서비스까지 제공할 예정이다. 시점은 본격적으로 판매가 재개되는 연말이 될 전망이다.
수입차 업계 관계자는 “폴크스바겐의 이미지는 젊은 고객들에게 어필할 가능성이 높아 온라인 판매가 효과를 거둘 가능성이 있다”며 “풀 체인지 모델이 대거 쏟아지고 판매정지가 완전히 풀리는 내년 상반기가 분수령이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김서광 저널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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