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문재인 정부가 ‘비정규직 제로’를 핵심 국정과제로 내세우고 있다. 이런 가운데 올 상반기(6월 말) 기준 국내 상장사 중 비정규직(기간제 근로자) 비율이 최고 수준인 곳은 메리츠종금증권인 것으로 파악됐다. 메리츠종금증권은 증권업종 특성상 많은 직원들이 고액 연봉을 원하면서 높은 보상체계를 좇아 스스로 비정규직을 원하고 있어 비정규직 비율이 높을 수밖에 없다고 선을 긋는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DART)에 따르면 메리츠종금증권의 올 상반기 기준 비정규직 비율은 64.3%에 달했다. 10명 중 6명 이상이 비정규직이라는 얘기다. 메리츠종금증권의 비정규직 비율은 2011년부터 2013년까지 40%대에 머물렀으나 2014년 65.9%를 넘긴 후 2015년 71.1%까지 급증했고 2016년 68.9%를 기록했다.
올 상반기 기준 메리츠종금증권의 비정규직 비율은 대형 증권사인 KB투자증권(25.9%), 한국투자증권(25.85%), NH투자증권(19.17%), 미래에셋대우(14.29%)에 비해 적게는 두 배에서 많게는 다섯 배 이상 높은 수준이다. 삼성증권(0.97%)은 비정규직 비율이 1%에 미치지 못한다.
메리츠종금증권의 비정규직 비율은 같은 기간 금감원 전자공시시스템에 사업보고서 등을 올리는 소규모 증권사인 한양증권(22.2%), 부국증권(52.8%)에 비해서도 월등히 높았다.
메리츠종금증권 직원들의 평균 근속 연수는 4.91년으로 나타났다. 입사한 지 5년도 안 돼 회사를 떠난다는 얘기다. 반면 KB증권은 12.2년, NH투자증권 11.44년, 미래에셋대우 10.55년, 삼성증권 9.7년에 달했다.
특히 메리츠종금증권의 직군 중 영업직 남성 직원은 평균 연봉이 증권업계에서 가장 높은 수준이지만 평균 근속 연수는 가장 짧은 편이었다. 상반기 기준 이 회사 영업직 남성 직원은 278명이었는데 이 중 비정규직은 268명으로 96.4%나 됐다.
이 기간 이 회사 영업직 남성 직원의 평균 상반기 급여는 평균 1억 8512만 원이었다. 1억 1000만 원대인 한국투자증권, 8000만 원대 초반인 미래에셋대우, NH투자증권, KB증권이나 7000만 원대인 삼성증권에 비해 월등히 높았다.
아울러 메리츠종금증권의 영업직 남성 직원의 평균 근속 연수는 3.2년에 그쳤다. NH투자증권(10.8년), 미래에셋대우(9.1년), KB증권(8.6년), 한국투자증권(7년)에 비해 훨씬 짧았다.
메리츠종금증권 관계자는 “문재인 정부에서 시행하는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은 공공기관과 공기업을 대상으로 진행되고 있다. 비정규직 논란은 파견직, 일용직 등에서 야기되고 있다”며 “정부 시책에 따라야 할 부분은 있다고 본다. 하지만 현 상태에서 당사의 고용 형태는 보수 체계가 높은 계약직을 직원 스스로가 원하기 때문에 이뤄진 것이다. 기간제로 전환해 급여가 인상된다면 바람직하다고 판단한다”고 강조했다.
이 관계자는 “최근 몇 년간 직원 수를 늘리다 보니 근속 연수가 줄어든 측면이 있다. 실적 미달로 재계약이 안 되는 직원들은 5%에 못 미칠 만큼 신분도 안정적이다”라며 “영업직 남성 직원은 주로 IB(기업금융) 업무를 담당하고 영업직 여성 직원은 영업 지원을 하고 있다. 기간제의 경우 2년 이상 일정 연봉을 받을 경우 기간을 정함이 없는 근로자인 정규직으로 전환된다. 앞으로 비정규직 비율은 계속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고 덧붙였다.
장익창 기자
sanbada@bizhankook.com[핫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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