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굳이 패셔니스타나 트렌드세터가 되고 싶지 않은 대한민국 보통 남자들. 하지만 약간의 투자로 일상이 달라질 수 있다면? 은근히 센스 있다는 말이 듣고 싶은, 바로 당신을 위한 가이드.
남자에게 허락된 액세서리는 많지 않다. 시계, 구두, 벨트를 남자의 액세서리라고 부르는 것은 남성복의 오랜 전통이다. 주렁주렁 액세서리를 다는 것은 남자답지 않다거나 혹은 신사답지 않다는 관념이 많은 사람들을 지배한다.
성별을 가리지 않는 유니섹스(unisex)가 패션의 또 다른 트렌드로 자리매김 했지만, 남자의 액세서리는 어려운 미션이다. 과한 패션 욕심을 부리지 않는, 그러면서도 센스 있어 보이길 원하는 보통 남자들이 액세서리에 잘못 도전했다간 두고두고 부끄러운 흑역사를 남길지 모른다.
안전한 선택은 액세서리를 하지 않는 것이다. 좋은 시계, 구두, 벨트라면 충분하다. 포인트를 주고 싶다면 넥타이 패턴이나 컬러, 혹은 커프스링크나 넥타이핀처럼 전통적인 남성복식의 틀 안에서 소화되는 소품을 이용하는 게 좋다.
그러나 사람이 어떻게 매번 안전한 선택만 하고 살 수 있을까. 과감한 시도로 새로운 기분을 느끼는 것 또한 패션의 순기능이다. 그래서 액세서리에 도전하려는 남자들을 위한 가이드를 준비했다.
절대 변하지 않는 첫 번째 원칙이 있다. 무조건 외우면 된다. 의문을 느낄 필요도 없다. 그 원칙은 바로 ‘금목걸이를 하지 않는다’이다.
이해할 수 없는 현상이지만, 너무 많은 남자들이 금목걸이에 대한 환상을 가지고 있다. 진짜 금이건 가짜 금이건, 굵은 줄이건 얇은 줄이건 상관없이 금목걸이는 혐오의 대상이다. 지나가는 여자들을 붙잡고 남자의 금목걸이에 대해 물어보면 십중팔구 조폭이나 아저씨가 연상된다고 답할 것이다. 반드시 금목걸이를 해야 하는 사연이 없다면, 도전할 수 있는 액세서리 리스트에서 금목걸이는 영원히 지우는 게 좋다.
남자의 목걸이가 도전하기 쉬운 장르는 아니다. 많은 패션 브랜드에서 남자의 팔찌나 반지는 많이 제작하지만 목걸이는 드물게 제작한다. 목걸이가 남성 액세서리의 주류가 아니라는 뜻이다.
반지도 첫 번째 액세서리 도전 과제로 삼기엔 애매하다. 잘못하면 커플링으로 오해를 받을 수 있고, 커플링이 있는 상태라면 새로 추가할 반지의 디자인과 색상을 맞춰야 하기 때문에 자유롭게 선택하기 어렵다. 무엇보다 손가락에 반지가 많으면 너무 튄다.
가장 편하게 도전할 수 있는 남자의 액세서리는 팔찌다. 팔찌 하나로 패션에 포인트를 줄 수 있지만, 복잡하게 여러 개의 팔찌를 레이어드 하지 않는 이상 목걸이나 반지를 주렁주렁 한 것처럼 많이 튀지도 않는 편이다.
그렇다면 어떤 팔찌를 골라야 할까. 많은 남자들이 팔찌라고 하면 가장 먼저 크롬하츠를 떠올릴 것이다. 라이더 자켓에 어울리는 실버제품으로 유명해진 크롬하츠는 국내외 수많은 셀렙들의 사랑을 받는 브랜드다. 비싸기로 악명 높지만, 수제작을 고수하며 단단한 매니아층을 형성했다.
크롬하츠는 누구라도 인정할 수밖에 없는 브랜드다. 하지만 명심해야 할 게 있다. 크롬하츠를 소화하기 위해선 나머지 패션도 크롬하츠 스타일이어야 한다. 깔끔한 세미캐주얼과 크롬하츠 팔찌는 완벽한 상극이다. 따라서 보통 남자들이 처음 도전할 액세서리 브랜드로 추천하고 싶지는 않다.
팔찌를 처음 사려는 남자들에게 의외로 명품 브랜드가 괜찮은 길잡이가 될 수 있다. 대세인 구찌를 포함해 흔히 아는 명품 브랜드는 남성 패션에 대해 오래 고민을 해온 전통의 강자다. 포인트를 주면서 튀지 않는, 남성 액세서리의 절대 원칙을 완벽하게 지킨다.
전 세계에 구찌 열풍을 일으킨 ‘구찌 고스트’ 시리즈 팔찌는 없어서 못 사는 핫 아이템이 됐다. 기본적인 실버 팔찌의 디자인을 충실히 지켰지만, 직사각형의 실버 바에 새겨진 구찌 로고와 구찌 고스트 무늬가 포인트를 준다. 게다가 마냥 굵지 않고 적당한 폭을 지켜서 정장 차림에도 부담스럽지 않게 포인트를 줄 수 있다.
실버보다 가죽 팔찌가 취향이라면, 1번은 언제나 보테가 베네타다. 보테가 베네타 특유의 가죽을 꼬아서 만든 인트레치아토 기법이 살아있는 가죽 팔찌는 언제 어느 때 착용해도 실패할 일이 없다. 굵은 가죽 한 줄로 만든 팔찌보다는 얇은 두 줄짜리 팔찌가 조금 더 트렌디해 보일 것이다.
명품 시계 못지않게 럭셔리한 팔찌로 끝판왕을 깨버리겠다면, 프레드(FRED)의 포스텐(force 10)이 정답이다. 포스텐의 디자인은 요트의 케이블과 쉐클에서 모티브를 따왔다. 태생부터 럭셔리의 상징인 요트가 어머니인 셈이다. 클래식 디자인을 기본으로 케이블과 버클의 소재, 색상을 자유롭게 고를 수 있다.
버클에 다이아몬드를 촘촘히 박으면 가격은 천문학적으로 뛴다. 그러나 가장 베이직한 포스텐만으로도 럭셔리한 감성을 뽐내기엔 충분하다. 셔츠 너머로 언뜻 요트 쉐클 모양의 포스텐 버클이 보인다면, 뭘 좀 아는 사람은 누구나 그 안목을 인정하게 될 것이다.
포스텐은 기본 모델은 200만 원 후반대이지만, 앞서 소개한 구찌 고스트 팔찌나 보테가 베네타의 가죽 팔찌들은 50만 원 이하의 나름 합리적 가격대를 형성하고 있다. 두 브랜드가 아니더라도 비슷한 느낌의 디자인을 찾는다면 저렴하게 나와 어울리는 팔찌를 고를 수 있을 것이다.
팔찌 하나로 포인트를 주며 새로운 도전을 해보는 것, 그런 소소한 재미가 일상에 활력을 준다면 충분히 남는 장사가 아닐까.
장예찬 자유미디어연구소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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