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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자리 예산 투입 효과 저조, OECD 회원국들과 다른 점은?

효과 빠른 단기 인턴·공공사업에 치중…직업훈련·창업지원 비중 늘려야

2017.09.23(Sat) 20:06:57

[비즈한국] 정부가 일자리 관련 예산을 해마다 1조~2조 원씩 늘리고 있지만 취업자 수 증가폭은 갈수록 떨어지고 있다. 

 

올 3분기 문재인 정부는 일자리 관련 추가경정예산을 본격 투입됐음에도 취업자 수 증가폭은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였던 2010년 이래 가장 낮은 수준으로 하락했다. 일자리 창출 효과가 떨어지는 것은 일자리 예산 배정의 구조적인 문제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잡은 물고기를 주는 것에만 집중해 물고기 낚는 법을 가르쳐주지 못한다는 것이다.  

 

기획재정부와 통계청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매년 일자리 예산을 늘리면서 막대한 돈을 쏟아붓고 있다. 글로벌 금융위기가 터진 2008년에 6조 7000억 원이었던 일자리 사업 예산은 2009년 12조 원으로 급증했다가, 일자리 문제가 개선되자 2011년 8조 8000억 원으로 줄었다. 

 

이후 일자리 사정이 악화될 기미를 보이자 다시 예산 투입을 늘렸다. 올해 17조 1000억 원이 일자리 사업에 투입됐으며 내년에는 2조 1000억 원(12.4%) 늘어난 19조 2000억 원이 쓰일 예정이다.

 

일자리 예산 증액에도 불구하고 취업자 수는 증가하지 않고 있다. 사진=청와대 제공


문제는 예산 증액에도 불구하고 취업자 증가 수는 감소한다는 점이다. 일자리 예산 증가에 비례해 취업자 수가 증가하는 순효과는 2014년을 마지막으로 사라진 상황이다. 2014년 취업자 수 증가폭(월 평균 기준)은 53만 3000명이었지만 2015년 33만 7000명, 2016년 29만 9000명으로 줄었다. 

 

일자리 사업 예산 추이(2018년은 예산안, 단위: 조 원). 자료=기획재정부


올해도 이런 흐름이 이어질 조짐이다. 취업자 수 증가폭은 1분기와 2분기 각각 36만 명, 36만 7000명을 기록하며 개선되는 듯했지만 3분기(7~8월)에 접어들며 26만 3000명으로 떨어졌다. 글로벌 금융위기가 한창이던 2010년 1분기(13만 2000명) 이래 최악의 수치다. 

 

정부는 올해 취업자 증가 수를 34만 명으로 잡고 있지만, 예산 투입과 취업자 증가의 순효과가 사라진 데다 최근의 부동산 안정 정책으로 건설업을 중심으로 고용시장이 타격을 입은 상황까지 겹쳐 목표 달성 여부가 불투명하다. 

 

취업자 수 증가 추이(단위: 천 명). 자료=통계청


정부는 내년 일자리 예산을 19조 2000억 원으로 늘리고 취업자 증가 수도 올해 전망치보다 높은 36만 명을 목표로 잡고 있다. 그러나 일자리 예산과 취업자 수의 연관성이 약해지고 있어 낙관하기 힘들다. 경제 전문가들은 그 이유로 정부가 일자리 예산 투입을 단기적 효과가 높거나 보여주기식 사업에 집중한 때문이라고 지적한다. 

 

경제협력기구(OECD) 자료를 보면 한국 일자리 예산의 맹점이 드러난다. 우리나라 일자리 예산 중 ‘직접적 일자리 창출’에 투입되는 비중은 67.3%다. 반면 직업훈련 및 능력개발에는 17.2%, 고용서비스에는 2.7%만이 쓰인다. 창업지원에 쓰이는 예산은 0.2%다. 이는 OECD 국가들과 정반대다. 

 

OECD 회원국 평균을 보면 일자리 예산 중 직접적 일자리 창출 투입은 12.5%로 한국의 5분의 1도 안 된다. 이에 비해 직업훈련 및 능력개발에는 28.5%, 고용서비스에는 26.0%, 창업지원에는 5.1%를 투입한다. 우리나라는 정부가 물고기를 잡아 주는데 반해 OECD 회원국들은 물고기 잡는 방법을 가르치는 것이다. 그나마 우리 정부가 잡는 물고기는 잡어에 불과하다. 

 

OECD에 따르면 직접적인 일자리 창출은 당장의 실업률을 낮추기 위한 인턴이나 공공사업 등이기 때문에 일자리의 지속성이 없다. 이런 사업은 일자리 질이 낮아 향후 취업에 도움이 되지 못해 중장기적으로 고용에 부정적인 영향을 준다. 반면 기술을 가르치는 직업훈련 및 능력개발이나, 노동시장 수요·공급을 맞추는 고용서비스는 중장기적으로 고용을 개선시키는 효과가 있다. 

 

한 경제연구소 관계자는 “역대 정부마다 5년이라는 짧은 임기 동안 취업자가 늘었음을 보여주려다 보니 성과가 즉시 드러나는 인턴이나 공공사업 일자리 등에 예산이 집중 투입됐다”​며 “​이 사업들은 생산성이 낮아 일자리 경험이 취업에 연결되지 않고, 일정 기간이 흐르면 대상자가 교체되기 때문에 지속성도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로 인해 몇 년 전부터 일자리 예산이 늘어나도 취업자 수는 줄어드는 상황에 봉착했다”​​며 “​일자리 예산은 직업훈련이나 창업 지원 등에 투입하고, 민간 기업들이 고용을 늘릴 수 있도록 각종 규제를 완화시켜 주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승현 저널리스트

writer@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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