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언론이 돈이 되나요? 인터넷언론을 보면 답은 ‘아니오’로 보입니다. 스타트업은 물론 기성 언론도 인터넷에서 흑자를 내는 곳이 적다고 알려져 있지요. 구글, 페이스북, 네이버 등의 플랫폼이 얻는 수익에 비해 기존 미디어가 얻는 수익은 많지 않습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다양한 시도가 있었습니다. 배너광고는 기본입니다. 기사형 광고, 콘텐츠 후원 광고도 한창 유행했었지요. 심지어 티드빗(Tidbit)이라는 회사는 비트코인을 활용했습니다. 사용자가 언론 기사를 보는 동안 사용자 컴퓨터에서 비트코인을 채굴해 이를 회사 수익으로 만드는 방식을 고안한 거지요.
2016년 10월 24일, 뉴욕타임스는 ‘와이어커터(Wirecutter)’를 인수했다고 발표했습니다. 와이어커터는 IT 제품 리뷰 사이트입니다. 자매 사이트로 가정용품 리뷰 사이트인 ‘스위트홈’이 있지요. 인수 비용은 3000만 달러였습니다. 언론의 대표주자가 왜 리뷰 사이트를 인수하는 결정을 내렸을까요? 와이어커터는 어떤 매체일까요?
IT 전문 매체 ‘기즈모도(Gizmodo)’의 편집장이던 브라이언 램. 그는 인터넷 미디어의 한계를 느꼈습니다. 매일 수십 개의 기사를 씁니다. 독자들에게 기사를 노출하기 위해 노력합니다. 그 노출이 트래픽으로 연결되기 위해 무한 경쟁이 계속됐습니다. 하지만 그 결과도 의미 있어 보이진 않았지요. 회의를 느낀 브라이언 램은 기즈모도를 퇴사합니다.
그는 하와이로 갑니다. 서핑보드를 실컷 탔지요. 지루해지면 조금씩 전자제품을 리뷰했습니다. 이 블로그가 와이어커터의 기원이었습니다. 2011년 램은 당시 뉴욕타임스 IT 담당 기자인 브라이언 첸의 도움을 받아 와이어커터를 본격적으로 운영하기 시작합니다.
와이어커터는 온라인 미디어와의 무한 경쟁을 거부했습니다. 트래픽을 과감하게 포기한 거지요. 대신 ‘구매 고객에게 실질적으로 도움되는’ 콘텐츠에 집중했습니다.
모든 포스팅은 수많은 고객 리뷰와 전문가 평가, 실험, 자체 분석을 통해 정성들여 만들어집니다. 카테고리별로 단 하나의 상품만 추천하지요. 양은 줄이되 그 분야 제품을 구매하는 사람에게 실질적인 도움을 주는 고품질의 추천 기사를 만든 겁니다.
와이어커터의 아이폰 7 케이스 추천 콘텐츠.
이렇게 만들다 보니 손도 많이 갑니다. 와이어커터는 일주일에 1~2개 정도 기사만 올립니다. 콘텐츠가 적다 보니 트래픽도 적지요. 한 달에 방문자가 35만 명이 채 되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지요. 웹사이트가 이 정도라면 광고로 돈을 벌기는 어렵습니다. 방문자의 질은 좋습니다. 콘텐츠가 알차다 보니 실제 구매 의사가 있는 유저들이 몰린다는 뜻이죠.
숫자는 적지만 구매 전환 확률이 높은 유저층. 이들이 와이어커터의 수익구조를 만들었습니다. 수수료(Referral Fee)입니다. 와이어커터는 아마존 등 협력 사이트의 구매 페이지로 이동하는 링크를 답니다. 기사를 읽은 유저가 링크를 타고 추천 상품을 구매할 때마다 수수료를 받는 거지요. 사실상 커머스 홈페이지의 ‘상품소개’를 대신해주는 겁니다.
와이어커터에서 링크를 클릭한 유저 중 15%가 실제로 구매를 합니다. 한 달에 10개 남짓한 기사를 통해 와이어커터는 1억 5000만 달러 규모의 거래를 만든다고 합니다. 수수료는 2~8% 정도 수준이지요.
수수료 모델이 완전히 새로운 모델은 아닙니다. ‘고커 미디어’는 아마존과 제휴해 상당한 수익을 올렸다고 알려졌습니다. 뉴욕매거진은 더 스트레티지(The Strategy) 섹션으로 커머스 중계를 시도했지요. 버즈피드 또한 커피 심리테스트를 구매로 전환하는 시도를 일찍이 시작해 커피부터 피젯 스피너까지 다양하게 팔고 있습니다.
와이어커터에는 고유의 방식과 맥락이 있었습니다. 소수정예 기사, 독자에게 얻은 신뢰도, 높은 구매 전환율, 수수료. 한마디로 ‘품질 좋은 기사로 얻은 신뢰’로부터 발생한 수익입니다. 와이어커터의 수익구조는 서비스 저널리즘을 표방하면서도 고품질 저널리즘을 표방하는 뉴욕타임스와 잘 맞았지요.
뉴욕타임스는 인수 전부터 와이어커터와 관계를 맺었습니다. 초창기 와이어커터에 도움을 주었던 브라이언 첸은 와이어커터와 공동 작업으로 기사를 제작했지요. 둘은 같은 기사를 와이어커터와 뉴욕타임스에 같이 실었습니다. 초창기의 공동작업이 인수로까지 이어진 셈입니다.
와이어커터의 유튜브 콘텐츠. 전문가와 함께 최고의 와인 글래스가 무엇인지 알아보는 내용이다.
뉴욕타임스는 합병을 통해 와이어커터의 노하우를 이식하려고 시도하고 있습니다. 권위 있는 리뷰를 통해 수익을 내는 와이어커터의 방식을 뉴욕타임스에 전방위로 퍼트리려는 거지요. 이미 뉴욕타임스는 전 세계 도서시장의 상징인 ‘뉴욕타임스 도서 리스트’에 아마존 등의 구매링크를 걸면서 수수료 모델을 실험하고 있습니다.
신뢰성 있는 기사를 통해 수익을 내는 모델은 한국에도 등장했습니다. 중앙일보는 영화를 소개하고 계열사인 메가박스로 연결하는 모델을 실험하는 버티컬 페이지 ‘나초’를 개설했습니다. 신세계는 ‘하우디’라는 페이지로 잡지성 기사와 커머스를 연결했습니다. 미디어 스타트업 ‘디에디트’ 또한 리뷰 콘텐츠를 모아서 제공 중이지요.
사회를 분석하는 정통 저널리즘과 상품을 팔기 위한 홍보 콘텐츠. 이 둘은 전혀 다르게 보일 수도 있습니다. 독자가 원하는 정보를 전달해서 실질적인 효용을 준다는 면에서 이 둘은 비슷할지도 모릅니다. 과거의 언론 생존 방식이 절대적으로 올바른 방식이라는 보장도 없고요. 시대가 바뀌면서 새롭게 등장하는 언론의 생존 방식을 보여주는 웹사이트, 와이어커터였습니다.
김은우 아이엠스쿨 콘텐츠 디렉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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