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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30 현자타임] 미성년 범죄자 처벌 강화의 '맹점'

불 붙은 소년법 논의, '처벌 강화'보다 '교육'에서 답 찾아야

2017.09.21(Thu) 15:36:49

[비즈한국] 이제 와 고백하건대 중학교 때 만난 물상 선생님은 내 이상형이었다. 스타크래프트에 빠져있던 나를 공부의 길로 이끈 건 수많은 위인과 잘난 전문가들이 아니라 물상 선생님이었다. 

 

목마른 사람이 우물을 판다고, 선생님에게 잘 보이기 위해 공부했다. 선생님이 말하는 모든 걸 받아 적고, 수업에 빠져 들었다. 훈화말씀 같던 도덕 수업과 지루하던 실과 수업에 수면을 보충한 건 모두 물상 시간에 집중할 추진력을 얻기 위해서였다.

 

선생님은 교육과정에 맞춰 성실하게 강의하셨다. 말로만 하지 않고 여러 실험을 하셨다. 그 중 기억에 남는 건 맹점과 관련된 실험이었다. 한 손으로 눈을 가리고 특정 지점으로 종이를 이동시키니 그 종이에 쓰인 글씨가 보이지 않았다. 선생님이 내 마음에 마술을 일으키신 것처럼 눈에도 마술을 부리신 줄 알았다. 

 

맹점이란 시각세포가 없어 물체의 생김새가 맺히지 않는 망막 일부분을 말한다. 시각세포가 없기 때문에 보이지 않는단다. 장애도 아니고, 문제도 아니다. 누구나 가지고 있다. 아무리 눈앞에 들이대도 보이지 않는다. 

 

처벌 강화는 범죄를 예방하지 못하고 소년범을 교화하지 못한다.


최근, ‘소년법’​이 논란이다. 미성년 범죄자를 성인과 다르게 취급해 처벌을 완화하는 법이다. 부산 여중생 폭행 사건으로 촉발된 소년법 관련 논의는 소년법 폐지나 미성년자 범죄자에 대한 처벌 강화로 귀결됐다. 청와대 홈페이지의 국민 청원 코너엔 소년법 폐지를 주장하는 글이 올라오고, 10만 명이 넘는 사람이 동의했다. 언론들도 미성년자 범죄의 심각성을 논하고, 처벌 강화를 주장했다. 

 

최근 소년법이 논란이다. 청와대 홈페이지의 국민 청원 코너엔 소년법 폐지를 주장하는 글이 올라오고, 10만 명이 넘는 사람이 동의했다.​ 사진=청와대 홈페이지 캡처


하지만, 저 주장엔 맹점이 있다. 처벌 강화가 범죄를 예방하지 않고 소년범을 교화하지 못한다는 사실이다. 4대 강력 범죄로 검거된 10대의 숫자는 2012년 3675명에서 2016년 2852명으로 줄어들었다. 처벌이 약해서 범죄가 생겼다면, 이 수치는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형사처벌 연령을 낮추고 처벌을 강화해 범죄가 줄었다는 연구도 찾아보기 힘들다고 한다. 

 

더 큰 문제는 교화다. 현대 사회에서 처벌의 목적은 분풀이가 아닌 교화와 재사회화에 있다. 징벌 관련된 제도는 궁극적으로 잘못을 저지른 사람에게 또 다른 기회를 주고, 사회에 편입시키는 것이 목적이다. 하지만 현재 진행되는 소년법과 관련된 모든 논의는 처벌 강화만 바라본다. 처벌 강화는, 교화는커녕 낙인을 강화한다. 

 

소년범을 교화하고, 미성년자 강력범죄를 막는 가장 올바른 길은 교육에 있다. 학교는 사회화의 장이며 우리나라는 어느 나라보다 우수한 의무교육과정을 가졌기에, 더욱더 교육에 방점을 찍어야 한다. 역할극을 통해 학교폭력을 간접적으로 경험케 해 공감대를 쌓거나, 학교폭력 대처법을 게임으로 배우는 등 다양한 방안이 있다. 

 

예방이 가장 좋은 해결책이다. 문제가 다시 일어나지 않게 하기 때문이다. 미성년 범죄자에 대한 처벌 강화는 예방이 아니다. 비합리적 분풀이가 될 공산이 크다. 범죄자를 옹호하기 위해서가 아니다. 처벌 강화가 해결책이 아니기 때문에 반대한다. 처벌이 능사가 아니기에 교육을 이야기해야 한다. 

 

그 누구도 천생 범죄자가 아니다. 범죄자는 만들어진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떻게 해야 범죄자를 덜 만들지 고민해야 한다. 그 고민의 끝에는 교육이 있다.​ 

구현모 알트 기획자

writer@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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