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가을이다. 반팔을 입고 나가면 쌀쌀하고, 심지어 추울 때도 있다. 괜히 천고마비라는 말이 생긴 게 아니라는 듯, 가을 하늘은 끝도 없이 높고 푸르다. ‘공활하다’라는 단어를 몸소 표현한다. 가을 하면 수많은 단어가 떠오르지만, 스타크래프트 팬들에겐 프로토스가 생각난다. “가을에 열리는 스타리그 결승전에서는 프로토스가 우승한다”는 속설이 나올 정도로 유독 프로토스 선수들이 좋은 성적을 냈기 때문이다. 오늘은 스타리그와 관련된 속설인 ‘가을의 전설’에 대해 알아보자.
‘가을의 전설’은 가을만 되면 프로토스가 온게임넷 스타리그의 결승에 진출하는 현상을 말한다. 시작은 2000년으로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 올드팬의 기억에도 흐릿한 ‘가림토’ 김동수의 2000년 프리챌배 온게임넷 스타리그 우승이 전설의 시초였다. 시작을 연 김동수는 전설을 이어갔다. 2001년 SKY배 스타리그에서 테란의 황제이자 당시 스타크래프트 최강자였던 임요환을 3 대 1로 꺾으며 두 번째 우승을 이루었다. 이어 박정석과 강민, 박용욱 그리고 송병구와 허영무 등 수많은 프로토스가 가을에 열린 스타리그에서 우승했다.
‘가을의 전설’의 또 다른 이름은 ‘T1의 전설’이다. 날고 기는 SKT T1 출신의 테란 게이머들이 유독 가을 스타리그에서 패배의 쓴맛을 봤다. 임요환은 단골이었다. 김동수, 박정석, 오영종 앞에 무릎을 꿇었다. 괴물테란으로 역사에 최강자로 남은 최연성도 가을의 전설 앞에선 무기력했다. 오영종에게 1 대 3으로 패배했다. 정명훈은 무려 2번이나 결승에서 프로토스를 우승시켰다. 가을의 전설을 쓰는 프로토스의 제물이 됐다.
가을이 전설로 불리게 된 배경엔 프로토스의 스타리그 부진이 있다. 파이썬과 같은 개방형 힘싸움 맵이 나오기 이전, 프로토스는 부진했다. 힘 싸움에 유리한 프로토스에게 좁고 구불구불한 맵은 너무나 불리했기 때문이다. 상성이 불리한 저그를 이기는 것은 꿈만 같았고, 테란을 짓이기기도 쉽지 않았다. 스타리그 16강에 프로토스가 한 명밖에 없던 시절도 있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스타리그 제작진들은 프로토스 게이머에게 유리한 맵을 선정할 수밖에 없었고, 그게 가을이었다. 심지어 프로토스 게이머들이 유난히 가을에 잘했다.
지금 진행되는 아프리카 스타리그 시즌 4는 가을에 열리고, 겨울 직전에 끝난다. 이 글이 쓰이기 전까지 16강 진출에 성공한 프로토스는 김택용, 송병구, 정윤종, 이 셋이 전부다. 넘어야 할 벽은 수두룩하다. 최종병기 이영호를 비롯해 프로토스에 패배하는 그림이 그려지지 않는 김민철과 임홍규 그리고 김정우까지 대프로토스전 괴물만 남았다. 하지만 난세에 영웅이 나오는 법이다. 이번 스타리그는 꼭 프로토스가 우승하길 바라본다.
구현모 알트 기획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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