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지난 5일, 문재인 대통령과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전격적으로 한미 미사일 지침 내용을 수정, 기존에 정해져 있던 탄두 중량의 제한을 해제하기로 합의했다. ‘New Missile Guideline(NMG)’로 불리는 미사일 지침은 한국과 미국 사이에 맺은 약속으로, 탄도 미사일의 사거리가 500km 이상일 경우 탄두 중량은 500kg를 넘지 않는 것으로 하는데, 이번에는 이런 탄두 중량의 제한이 아예 사라진 것이다.
NMG 지침의 경우 한국과 미국 사이에만 있는 특수한 협정으로, 1970년대 말에는 한국 국방부 장관과 주한미군 사령관 사이의 서한으로, 그 후 1990년에는 양해각서 형식으로 개정되어, 사거리 180km, 탄두중량 500kg 이하의 군용 미사일 및 그와 유사한 성능을 낼 수 있는 모든 로켓의 개발을 금지하는 내용으로 바뀌었다.
이 NMG 지침은 이후 두 번의 개정을 거쳐 지금에 이르렀는데, 2001년 김대중 정부가 실시한 첫 번째 개정은 사거리 300km, 탄두중량 500kg의 미사일을 만들 수 있으며, 탄두중량을 300kg로 줄이면 500km급 미사일도 개발 가능하지만 이보다 성능이 높은 미사일은 생산하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이를 활용하여 우리 군의 ‘현무2A/B’ 탄도미사일과 ‘현무3’ 순항미사일이 본격적인 개발과 시험발사가 성공할 수 있었다.
두 번째 개정은 2012년 이명박 정부 때 이루어진 것으로, 사거리 800km, 탄두중량 500kg 이하의 미사일을 개발 및 배치할 수 있도록 개정, ‘현무2C’ 탄도미사일이 개발과 생산을 시작할 수 있었다.
그렇다면 탄두 중량의 제한이 아예 빠지게 된 세 번째 지침이 통과된 지금, 북핵에 대응하기 위해서 우리가 해야 할 일은 어떤 것이 있을까. 미사일 협정에 의해서 개발될 새로운 탄도 미사일은 당연히 북한의 도발 의지를 꺾고, 북한의 핵무기 위협에 대응하며, 북한의 핵무기 사용을 막을 수 있는 전술을 실행할 수 있는 무기를 만드는 것일 것이다. 이를 위해 ‘새로운 현무’에 바라는 세 가지 핵심 기능을 제안한다.
첫 번째 목표는 ‘탄두분리 탄도미사일’과 그에 맞는 새로운 발사대를 제작하는 것이다. 탄두 분리 탄도미사일이란 미사일의 탄두 부분과 추진기관 부분을 따로 관리 및 장착하다가, 발사 전에 조립 혹은 교체를 쉽게 할 수 있는 미사일을 뜻한다. 국방기술에서 실제로 널리 쓰이는 말은 아니다.
미사일은 크게 미사일을 조종하고 적을 찾는 탐색기가 있는 유도부, 적을 공격하는 폭약이 채워진 탄두, 그리고 제트엔진이나 로켓으로 미사일을 움직이는 추진기관으로 나누어져 있다.
현재 우리 미사일사령부가 사용하고 있는 현무2A/B/C는 탄두, 유도장비, 추진기관이 모두 하나로 조립된 다음, 미사일을 보관하고 발사대 역할을 겸하는 컨테이너에 밀봉된 상태로 움직인다. 이 중 새로 개발한 현무2C의 경우 ‘재돌입체’라고 하여 탄두와 유도장비가 발사 후 추진기관과 분리된다. 새롭게 개발되는 탄도미사일은 이 재돌입체를 분리 혹은 교환이 가능하고, 미사일 발사 트럭이 탄두와 추진기관을 조립할 수 있어야 한다.
탄두와 추진기관이 분리되면 우선 유연한 운용이 가능하다. 현무2A에는 확산탄두가 장착되어 있고, 현무2C에는 고폭탄두가 장착되어 있는데, 확산탄두는 수백 개의 소형 폭탄을 탑재, 넓은 지역에 살포한 다음 터트려서 공항이나 항구, 적 전차부대를 공격하기에 적합하지만 콘크리트나 동굴로 보호된 적을 공격하지는 못한다.
고폭탄두의 경우 폭약을 두꺼운 금속 외피로 둘러쌓으면 지하에 숨어있는 적을 공격할 수 있지만 넓은 지역에 퍼져있는 적군을 공격하기에는 효율이 떨어진다. 일정한 숫자의 고폭탄두와 확산탄두를 만들고, 임무에 따라서 교환하여 장착하면 공격 대상에 따라 적절한 사용이 가능하다.
이렇게 되면, 나중에 미사일 지침의 사거리 제한이 완화되면 즉시 좀 더 가벼운 탄두를 만들어 교환하는 것으로 사거리 연장 효과를 낼 수도 있고, 연구를 통해 핵무기가 아니더라도 강력한 위력의 탄두가 나오면 그 즉시 새로운 탄두를 적용할 수도 있다.
두 번째 목표는 벙커 파괴를 위한 ‘로켓추진 관통 탄두’를 만드는 것이다. 쉽게 말해서 북한의 지하 시설을 파괴할 수 있도록, 좀 더 깊게 지면을 파고들어갈 특수 탄두를 개발해야 한다. 미사일이 지하시설을 파괴할 수 있도록 적용하는 기술 중 현재 검증된 것은 세 가지가 있다.
첫 번째는 폭약을 실은 탄두를 가급적 뾰족하게 만들어 파고드는 능력을 키우는 것, 두 번째는 폭약을 감싸는 금속 외피를 튼튼하게 하는 것, 마지막으로 폭약이 지면에 충돌할 때 속도를 높이기 위해 로켓 추진기관을 다는 것이다.
탄두중량이 해제된 새로운 800km 급 미사일은 충분한 탄두중량을 활용에 이 세 가지 기술을 모두 적용해야 한다. 특히 로켓 추진기관을 추가로 장착하여 미사일의 속도를 높인다면 이 역시 미래의 한미 미사일 지침 개정에 따라 다른 용도로 쓰일 수 있기에 일석이조의 효과를 낼 수 있다.
이런 기술이 적용된 신형 탄두를 장착한 미래의 현무 미사일은 지면에 도달하는 속도가 매우 빨라 북한의 대공 미사일도 쉽사리 피할 수 있을 것이고, 미래에 미사일 탐색기 기술이 좀 더 발전한다면 북한의 이동식 미사일 발사대, 혹은 이미 발사되어 상승 중인 탄도 미사일을 공격하는 데에도 쓰일 것이다.
국방과학연구소와 우리 군, 방산기업들은 이미 현무 미사일을 사용한 대함무기, 즉 대함 탄도탄(ASBM)을 연구 중인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미사일의 속력을 빠르게 하는 기술과 대함 탄도탄의 움직이는 배를 추적하는 탐색기 기술이 합쳐진다면 ‘킬체인’에 매우 유용한 결과를 만들 것이다.
세 번째 목표는 ‘항공폭탄 개조 탄두’를 현무에 탑재하는 것이다. 미국의 보잉사와 스웨덴의 사브사는 최근 GL-SDB라는 신무기를 선보였다. 미국과 한국 육군에서 사용하고 있는 M270 MLRS 다연장 로켓포에서 발사할 수 있는 신형 로켓이다. GL-SDB가 기존의 로켓과 다른 점은 탄두에 있는데, 항공기용 활강 유도폭탄인 SDB를 탄두 대신 장착하여 항공폭탄을 활용한 장거리 유도무기를 만든 것이다.
새롭게 개발될 현무 탄도 미사일이 2톤 이상의 탄두중량을 가진다면, 1톤 이내의 항공기용 폭탄, 그 중에서도 BLU-109와 같은 항공기용 폭탄을 장착하여 발사하는 기능을 고려해 봄 직하다. 탄도 미사일은 로켓보다 훨씬 속도가 빠르기에, 아마 항공기용 폭탄을 연결할 어댑터를 만들고, 폭탄을 충격과 속도에서 보호할 케이스를 씌우게 될 것이다.
미사일을 위해서 정밀하게 만들어진 탄두가 아닌 항공기 폭탄을 굳이 탄도미사일에 장착하는 이유는 그 잠재력에 있다. 항공기용 폭탄의 경우 신기술의 도입이 빠르다. 때문에 스로 적을 찾는 지능형 자탄, 전자기 펄스로 무기를 망가뜨리는 EMP 탄두, 장시간 활공하여 적이 움직일 때까지 기다리는 배회포탄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기술이 적용되고 있다. 이를 미사일에 사용하기 위해서는 오랜 기간과 비용이 걸린다.
특히 항공기용 폭탄을 그대로 탄도 미사일에 실을 수 있게 된다면, 미래의 상황에 따라 미군의 전술핵 탄두를 우리 탄도탄에 장착하는 것도 가능해 질 수 있다. 일부에서 말하는 ‘핵공유’는 사실 냉전 시대 미국은 핵무기를 공유한 것이 아니라, 미국의 전술핵 폭탄을 미국군이 아닌 다른 나라의 전투기에 탑재할 수 있도록 시설과 기능을 제공한 것이다. 미군이 핵폭탄을 관리하다가, 미국의 판단에 따라 동맹국이 그 핵폭탄을 투하할 비행기를 빌려주는 것에 가깝다.
미국이 현재 가지고 있는 모든 전술핵은 항공기에서 투하 가능한 B-61 전술핵폭탄밖에 없다. 따라서 미국이 전술핵을 공동 운영하더라도 현재 우리는 그것을 미사일에 실을 방법이 없다. 이를 전투기에 장착하기보다는 개조 없이 그대로 탄도 미사일에 장착하게 만들어 운용한다면 유사시 우리 군의 무기로 적의 방공망을 뚫을 수 있는 핵무기 투발 수단을 가지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열거한 세 가지 제안 이외에도, 이번 미사일 지침 개정으로 우리가 준비할 수 있는 새로운 미사일들은 여러 가지가 있을 것이다. 다탄두 미사일을 만들어 동시에 여러 곳을 공격하거나, 미사일 대신 무인항공기를 쏴서 실시간으로 북한의 이동식 미사일 발사대를 추적하는 것도 생각해 봄직하다.
하지만 중요한 점은 이런 미사일 협정을 최대한 활용하면서도, 동맹국 미국과의 갈등을 유발시키지 않는 한도 내에서 우리의 역량을 늘려가는 것이 우리가 진짜 선택할 길이 아닌가 한다.
김민석 한국국방안보포럼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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