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벤처 대부’ 권성문 KTB투자증권 회장이 횡령 및 ‘갑질’ 의혹으로 악재에 휩싸였다. 이와 대조적으로 회사 공동대표를 맡고 있는 이병철 부회장이 지속적으로 지분 매입을 하고 있어 두 사람이 경영권 분쟁에 돌입한 것 아니냐는 관측까지 제기됐다.
그러나 ‘비즈한국’이 금융당국과 관련업계 등을 통해 파악한 결과 권 회장과 이 부회장은 공동경영 조건으로 각각 회사 지분 22%, 20%를 확보하기로 계약한 것으로 확인됐다. 두 사람은 기한을 정하지 않았으나 이 부회장 쪽의 지분 매입은 이러한 계약 이행 차원으로 보인다.
이병철 부회장은 상대적으로 KTB투자증권 주식이 쌀 때에만 지분을 매입해 계약 이행 속도가 더딘 것 아니냐는 분석마저 나오고 있다. 14일 현재 이 부회장이 보유한 KTB투자증권 지분은 14%로 계약에 비해 6%포인트 모자란 상황이다. KTB투자증권 최대주주는 보통주 20.22%와 우선주 10.0%를 보유한 권성문 회장으로 그 역시 이 부회장과 계약에 따라 지분을 더 확보해야 한다.
이병철 부회장은 지난해 3월 KTB투자증권 지분 5% 이상을 보유하며 주요주주 명단에 처음으로 이름을 올린 후 같은 해 7월 28일 대표이사 부회장이 됐다. 앞서 그는 권성문 회장과 지분 확보 계약을 한 상태였다. 이 부회장은 KTB투자증권에 영입된 직후 4일 만에 첫 자사주 매입을 시작해 지난해에만 43회, 올해 들어 11회에 걸친 지분 매입을 통해 지분율을 14%까지 늘렸다.
9월 KTB투자증권의 시가총액은 2100억 원대로 이를 기준으로 이 부회장이 약정한 지분율을 확보하기 위해선 420억 원을 들여야 한다는 계산이 나온다. 현재까지 이 부회장이 지분 매입을 위해 투입한 돈은 300억 원 미만인 것으로 파악됐다. 지난 8월 시장에서 권 회장과 경영권 분쟁 관측이 시장에서 제기되자 이 부회장은 9월 들어 지분 매입을 멈춘 상황이다.
당초 KTB투자증권은 부동산 전문가 출신으로 증권사 경영 경험이 없는 이병철 부회장을 영입하는 조건으로 김승유 전 하나금융지주 회장을 같이 영입하는 방안을 논의했다. KTB투자증권은 김 전 회장과 주주 간 계약까지 검토하던 중 그가 돌연 합류 불가를 통보하면서 영입은 이뤄지지 않은 상태다.
복수의 업계 관계자들은 “이 부회장 쪽이 일시적으로 계약 지분을 확보를 하기 어려워 수십 번에 걸쳐 지분을 매입했다. 이 부회장은 주가가 상대적으로 낮을 때만 매입을 해와 소액주주들로선 상대적으로 주가상승 효과가 기대만큼 높지 않았다”고 입을 모았다.
이에 대해 KTB투자증권 관계자는 “당사의 주주 중 기관투자자가 있다면 이 부회장이 블록 딜 방식을 통해 한 번에 대량으로 지분을 매입할 수 있지만 대부분 개인주주다 보니 이 부회장이 여러 차례에 걸쳐 장내 매수로 지분을 확보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라고 해명했다.
이 관계자는 “이 부회장이 한정된 자금으로 지분을 매입해야 하니 주가가 낮을 때 매입해 왔다. 하지만 당사의 실적도 좋아지고 이 부회장의 지분 매입으로 지난해 이후 증권업계에서 주가 상승률은 높은 편이다”라고 덧붙였다.
장익창 기자
sanbada@bizhankook.com[핫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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