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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케미칼, 롯데손보 어찌할까? 신동빈에게 남은 과제들

금융계열사 매각, 호텔롯데 지배력 강화는 아직 멀기만 한데

2017.09.13(Wed) 20:23:47

[비즈한국] 롯데가 지주사 전환을 앞둔 가운데 ​재계의 관심은 ​신동빈 회장의 속내에 모이고 있다. 롯데그룹의 지주회사 체제 전환은 3년 전 불거진 형제간 분쟁과 검찰조사 등으로 악화된 여론을 수습하고 정부기조에 맞춰 투명한 기업으로 거듭나기 위해서다. 하지만 재계에서는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의 지주회사 전환이 절반의 성공에 그친다는 평이 나오고 있다.

 

롯데지주 주식회사는 10월 출범한다.  사진=박정훈 기자

 

롯데그룹은 8월 주주총회에서 롯데지주 주식회사(가칭) 설립 안건을 통과시켰다. 롯데지주가 출범하면 416개로 국내 최대이던 순환출자 고리가 18개로 줄어든다. 시장에서는 롯데의 지주회사 체제 전환 결정으로 롯데그룹의 불투명한 지배구조가 개선되고 투명한 롯데로 탈바꿈하게 됐다고 평가한다.

 

롯데지주 주식회사가 출범하면 신동빈 회장은 그룹 내 입지를 공고히 하게 된다. 10월 출범 예정인 롯데지주는 롯데제과를 중심으로 한다. 롯데제과·롯데칠성음료·​롯데푸드·​롯데쇼핑 등 4개 회사는 각각 투자부문과 사업부문으로 인적분할 되고, 롯데제과의 투자부문이 나머지 3개사의 신설 투자부문을 흡수합병하게 된다. 

 

지주사 출범으로 롯데는 그룹에 드리운 일본기업 꼬리표를 뗄 수 있다. 신 회장 개인으로서는 롯데그룹의 한·​일 연결고리를 정리할 수 있다. 경영권 다툼이 다시 발생해도 지주사 체제로 들어온 계열사만큼은 지킬 수 있게 된다. 

 

하지만 롯데지주 설립은 한국 롯데의 반쪽만을 장악한 것에 그친다. 주력인 화학부문 계열사와 상징성이 큰 호텔롯데가 지주회사 밖에 존재하기 때문이다. 

 

롯데케미칼은 최근 롯데그룹의 캐시카우로 급부상했다. 롯데케미칼을 비롯해 롯데알미늄, 롯데건설, 롯데물산 등의 지분을 다량 보유하고 있는 것은 호텔롯데다. 신 회장이 호텔롯데를 장악하지 못하면 한국 롯데의 지배력은 절반에 그치게 된다.

 

현재 호텔롯데 최대주주는 광윤사로 지분 28.1%를 보유하고 있다. 광윤사의 대주주는 신격호 명예회장의 장남 신동주 전 부회장으로 지분 50%+1주를 보유하고 있다. 이 때문에 롯데지주 출범은 추후 경영권 다툼이 벌어져도 신 회장이 롯데그룹의 절반을 확보하기 위해서라는 풀이가 나온다. 

 

롯데그룹 관계자는 “롯데쇼핑의 관계회사는 30개가 넘고, 자회사도 많다”며 “한국 롯데에 대한 무게감은 호텔롯데보다는 롯데지주에 실리게 된다”고 말했다.

 

신 회장이 한국 롯데 전체를 장악하려면 호텔롯데를 상장해 광윤사를 비롯한 일본 주주 지분율을 낮춰야 한다. 하지만 박근혜 전 대통령에게 뇌물을 공여한 혐의와 횡령 문제 등으로 법정다툼이 남아 있어 단기간에 상장은 어렵다. 롯데그룹은 일러도 2019년은 되어야 호텔롯데 상장을 논의해볼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지주회사 출범이 다가오면서 롯데그룹의 금융계열사 매각도 이슈로 부상했다. 롯데그룹은 보유하고 있는 롯데손해보험, 롯데카드 등 금융계열사 10여 개를 2년 안에 매각해야 한다. 공정거래법상 일반 지주회사는 금융 자회사를 보유할 수 없기 때문이다. 

  

최근 신한금융지주가 롯데손해보험 M&A를 검토하고 있다는 이야기가 나오는가 하면, 하나금융지주의 롯데카드 인수설도 흘러나왔다. 신한금융과 하나금융은 사실무근이라고 밝혔지만 금융업계 한 관계자는 “각 금융지주는 비은행 부문 확대를 위해 M&A 필요성이 크다. 매물 가능성 있는 기업은 인수 검토 목록에 들어있다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롯데그룹 입장에선 금융계열사를 롯데지주 밖에 있는 호텔롯데 아래에 배치하는 방안도 있다. 그럼에도 금융계열사 매각에 무게가 실린다. 신동빈 회장의 지배력이 호텔롯데에 미치지 못한 데다, 유통업 중심인 그룹의 체질 변화를 꾀하려는 신동빈 회장은 금융업에는 큰 관심이 없다는 이유에서다.

 

앞의 금융업계 관계자는 “현재는 본업인 유통업과 시너지를 내기 힘든 구조로 금융계열사가 굴러가고 있다”며 “실적이 그럭저럭인 금융계열사는 매각 수순을 밟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재계 한 관계자는 “형제의 난이 불거져도 안정적인 지배력을 다질 수 있다는 점에서 지주사 전환은 신 회장에게 득이다”며 “다만 앞으로 계열사 간 자금을 돌리며 그룹을 확장하던 과거의 경영방식은 불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금재은 기자

silo123@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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