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지난 12일 미스터피자로 대표되는 외식기업 MP그룹의 정우현 전 회장이 경영에서 완전히 손을 뗀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MP그룹 측은 정 전 부회장과 아들 정순민 부회장 등 오너 일가의 퇴진을 다음달 27일 열리는 임시주주총회에서 의결할 것이라고 밝혔다. 일본 본사를 한국에서 역인수하고 한때 피자헛 등 막강한 경쟁업체를 누르고 1위에 오르는 등 외식업계의 신화로 불렸던 그가 ‘미스터 갑질’이라는 오명과 함께 쓸쓸하게 퇴장하게 되리라고는 아무도 예상치 못했다.
정 전 회장은 2005년 11월부터 올 3월까지 가맹점에 치즈를 공급하면서 자신의 동생이 운영하는 회사를 끼워 넣어 통행세를 받는 방식으로 약 57억 원을 빼돌린 혐의로 검찰에 구속 기소됐다. 여기에 친인척을 유령 직원으로 취업시켜 급여를 주고 개인 명의의 매장에 근무하는 직원들의 인건비도 회사 돈으로 충당하는 등 약 100억 원에 가까운 피해를 입힌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해 4월에는 자신의 브랜드가 입주한 건물에 근무 중인 경비원의 뺨을 때리고 이를 부인했다가 사실이 드러나며 불매운동이 벌어지기도 했다.
MP그룹은 지난달 상장 적격성 실질심사 대상에 올라 현재 코스닥 상장폐지 위기에 직면한 상황이다.
문제는 프랜차이즈 대표이사의 도를 넘은 일탈행위가 미스터피자에 그치지 않는다는 것이다.
지난 6월에는 호식이두마리치킨 최호식 회장이 여직원 성추행 사건에 휘말리며 경영 일선에서 물러났다. 최 전 회장 역시 1999년 ‘두 마리를 한 마리 가격에 제공하는 치킨’이라는 콘셉트로 대구에서 창업, 17년 만에 전국에 1000여 개의 가맹점을 개설한 프랜차이즈 업계의 성공 신화로 유명한 인물이다.
채소·과일 전문 프랜차이즈 ‘총각네 야채가게’ 이영석 대표도 가맹점주들에게 욕설과 폭행 등 도를 넘은 행위를 했다는 게 보도되면서 홈페이지에 사과문을 발표하기도 했다.
이렇듯 프랜차이즈기업의 불공정 거래와 CEO의 부적절한 행위는 결국 해당 브랜드의 이미지 실추로 이어져 가맹점주들에게 피해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
한국프랜차이즈산업협회는 지난 6월 “앞으로 사회적 물의를 빚은 회원사에는 강력한 제재를 취하고 회원사를 대상으로 윤리교육을 실시하는 등 정도(正道)·윤리 경영을 강화하겠다”는 입장을 밝히고, 이사회에서 ‘미스터피자’와 ‘호식이두마리치킨’에 제명과 자진 사퇴 등의 형식으로 회원사 탈퇴를 결의했다. 회원사 제명은 협회가 정관에 따라 취할 수 있는 가장 강력한 제재다.
최근 여러 가지 쉽지 않은 창업 환경 속에서 협회와 수많은 프랜차이즈 가맹점주의 강력한 의지에도 불구하고 지난달 22일에는 또 다른 프랜차이즈 CEO의 일탈행위가 발생해 허탈감을 안겨주고 있다.
경기도 수원에서 단돈 10만 원으로 시작한 노점을 1000여 개 가맹점으로 확대하며 성공을 일궈낸 ‘봉구스밥버거’ 오세린 사장이 마약 제공 및 투약 혐의로 1년 6개월에 집행유예 3년의 유죄를 선고받은 것이다.
다음날 회사 홈페이지에 “갑작스러운 젊은 날의 성공을 담을 그릇이 아니었고, 순간 일탈로 이어졌다. 그 순간을 지금도 후회하고 있다. 제 잘못으로 상처받은 점주님들, 직원분들에게는 따뜻한 말 한마디, 염치없이 부탁드린다”는 사과문이 게재됐지만 소비자들은 냉담한 반응이다.
직장인 이석환 씨(39)는 “아이들이 옹기종기 즐겨 이용하는 곳인데 정말 충격적이다. 그 사람이 직접 만들어준 것은 아니지만 마약한 사람의 음식을 먹는다는 것 자체가 기분이 나쁘다”고 말했다.
창업을 준비 중인 박지혜 씨(32)는 “요즘 프랜차이즈를 보면 수익성은 둘째 치고 사장 리스크가 더 큰 것 같다”며 “프랜차이즈 선택 시에는 대표이사의 인성을 더 잘 살펴봐야 할 것 같다”고 일침을 놨다.
한국프랜차이즈산업협회는 지난달 31일 긴급 이사회를 열고 대표의 마약 투여 혐의에 유죄를 선고받은 ‘봉구스밥버거’를 회원사에서 제명했다.
김미영 창업에디터
may424@bizhankook.com[핫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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