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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미술응원 프로젝트 vol. 2] '유리구슬이 만들어낸 색채' 위성웅

2017.09.12(Tue) 09:52:42


[비즈한국] 익숙한 현실이 낯설어 보일 때가 있다. 자연이 빚어내는 특이한 풍경이 그런 경우다. 소나기 지나간 늦여름 저녁 하늘에 피어오른 핏빛 뭉게구름. 정월 대보름 언저리 도심 빌딩 사이로 느닷없이 떠오른 황금빛 밝은 달. 비 흠뻑 머금은 시커먼 구름을 배경으로 석양빛 받아 밝게 빛나는 산동네 풍경. 무심코 바라 본 푸른 하늘에 떠 있는 낮달. 이들이 신선하게 보이는 까닭은 어울릴 것 같지 않은 것들의 조합이 보여주는 조화 때문이다.

 

어제가 오늘 같고 내일도 오늘과 별반 다르지 않을 것이라는 진부한 일상 속에서 이런 풍경을 만날 때면 머리가 재충전되는 기분이다. 예술이 우리에게 가져다주는 신선함도 이런 것이 아닐까. 지극히 평범한 소재를 새롭게 보이게끔 만들어주는 것은 좋은 작품의 조건 중 하나다. 미술사 속에서 만나는 수많은 명작들은 이렇듯 익숙한 현실에서 새로운 모습을 찾아낸다.

 

판타지의 유희를 꿈꾸다-하루: 244x150cm, 유리구슬, 혼합재료, 2017년



위성웅의 작품에서 받는 인상도 그렇다. 그가 그려낸 일상 풍경은 아주 사소하고 평범하다. 꽃그늘 아래 산책하는 사람들이다. 그들은 여인이거나 친구 혹은 가족일 수도 있겠다. 여유로운 공원 풍경이다. 그리고 대부분이 조금 위에서 비스듬히 내려다보는 시점의 구도를 택하고 있다. 이런 이유로 그의 작품 속 세상은 평화롭고 아늑해 보인다. 작가의 보이지 않는 연출 솜씨다.

 

전혀 새로울 것 없는 이 풍경이 조금은 낯설고 비현실적으로 보인다. 마치 두꺼운 유리창을 통해 바라보는 풍경처럼 몽환적인 느낌이다. 그래서 꼼꼼하게 따져보고 싶은 마음이 생긴다. 왜 이렇게 보일까.

 

위성웅의 그림을 가까이 다가가 보면 형상은 없어지고 유리구슬이 보인다. 투명하고 작은 유리 알갱이들이 화면을 촘촘하게 뒤덮고 있다. 그리고 유리의 동그란 면 사이사이로 여러 가지 색채가 보인다. 시선을 옮기면 색채들은 움직이고, 광선의 방향을 바꾸면 유리구슬의 빛도 따라서 움직인다. 그래서 그의 그림 앞을 지나가면서 바라보면 화면이 다양한 모습으로 조금씩 변화하는 것을 찾아낼 수 있다. 마치 시각적 효과를 이용하는 추상회화 같은 느낌이다.

 

판타지의 유희를 꿈꾸다-하루: 97x110cm, 유리구슬, 혼합재료, 2016년


 

그는 자신의 주변에서 채취한 일상의 사소한 이미지를 부감법 구성으로 그리고, 그 위에 쌀 알 크기의 유리구슬을 덮는다. 유리구슬 막을 그림 위에 씌우는 격이다. 이 때문에 위성웅의 평범한 그림은 새로운 느낌의 신선한 회화로 바뀌는 것이다.

 

그가 찾아낸 재료는 산업용으로 쓰이는 유리구슬이다. 도로 표지판에 쓰이는 것으로 빛을 받으면 반사하는 성질을 지녔다. 이 때문에 위성웅의 회화는 환상적인 일상 풍경으로, 착시 현상을 일으키는 추상성을 갖게 된 것이다. 재료를 찾아내고 자신의 기법으로 수용한 결과다.

전준엽 화가·비즈한국 아트에디터 writer@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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