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공정거리위원회가 프랜차이즈 창업을 준비하는 사람들에게 피해주의보를 발령했다. 가맹계약기간 중 점포 이전 승인 거부 및 물품 공급 중단으로 가맹점주에게 피해를 입힌 가맹본부의 부당한 사례를 알리고 주의를 당부한 것이다.
서울에서 패션가발전문점 ‘핑크에이지’ 매장을 개설한 A 씨는 본사와 3년의 가맹계약을 맺었다. 그런데 A 씨에게 뜻하지 않은 일이 발생했다. 입주 건물이 명도소송에 휘말려 임대차 계약 갱신이 불가능해진 것이다.
불가피하게 다른 곳으로 점포를 이전할 수밖에 없게 된 A 씨는 다른 곳에 점포를 알아본 다음 본사 측에 ‘점포 이전 승인’을 요청했다. 당연히 승인 요청이 떨어질 것이라 생각했던 A 씨에게 본사는 거부 의사를 밝혀왔다. 본사와 실랑이를 벌이는 사이 임대차기간이 끝나버렸고 A 씨는 기존 점포에서 50m 떨어진 곳으로 점포를 이전했다. 본사 측은 “가맹본부의 동의 없는 점포 이전”이라는 이유를 내세워 A 씨의 점포에 물품공급을 중단하고 계약 해지를 통보했다.
황당한 사태에 A 씨는 한국공정거래조정원을 찾아 억울함을 호소하고 나섰다. “어쩔 수 없이 점포를 이전해야 하는 상황인데 본사 측에서 배려는커녕 ‘점포가 대로변 1층에 위치해야 하고 매장 내 전면 유리 설치가 가능해야 한다’며 당초 존재하지도 않았던 황당한 입지 조건을 내세우면서 승인을 거부했다”며 “점포 위치가 초역세권이다 보니 본사의 조건을 충족하는 점포는 임차료가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높은 수준이어서 50m 떨어진 곳으로 옮겼는데 결국 돌아온 것은 계약해지였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이에 공정위는 “당시 가맹계약서에는 ‘가맹본부의 동의를 얻지 않은 경우 사업장의 위치 변경 금지’가 가맹점주 준수사항으로 규정되어 있었지만 이는 점포 이전으로 타 가맹점의 영업 지역을 침해하거나 브랜드 통일성을 훼손시키는 경우를 방지하기 위한 것일 뿐, 가맹본부에게 점포 이전 승인에 대한 재량권을 부여한 것으로 해석돼서는 안 된다”며 “핑크에이지가 점포 이전 승인 요청을 거부하고 물품공급을 일방적으로 중단한 행위는 가맹사업법 제12조(불공정 거래 행위의 금지) 제1항 ‘부당한 거래 거절’에 해당된다”고 판단, 시정명령을 부과했다.
권혜정 공정위 기업거래정책국 가맹거래과장은 “가맹점주가 계약기간 중 점포를 이전하려면 반드시 가맹본부의 승인을 얻도록 하는 내용이 계약서에 포함되는 경우가 종종 있다”며 “그러나 가맹계약기간 중 불가피하게 점포 이전이 필요한 경우가 발생할 수 있으므로 계약 체결 전 계약 내용을 꼼꼼히 살피고 자신의 점포 이전에 대한 권리 등이 포함되도록 요구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A 씨와 달리 장사가 잘되는 점포의 이전을 강요해 피해를 입은 사례도 있다.
전남 목포에 사는 B 씨는 지난 2014년 지역에 위치한 대형마트와 임대차 계약을 체결하고 마트 내 카페를 창업했다. 그런데 1년 뒤 마트 측에서 내부 사정을 이유로 B 씨에게 매장 위치를 변경해줄 것을 요구했다. 장사가 잘되는 가게를 옮기는 것이 마뜩치 않았지만 ‘매장 위치를 바꾸는 것이 매출 증가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설득이 끊임없이 이어졌고 ‘갑’의 요구를 매정하게 뿌리칠 수 없었던 B 씨는 결국 이전을 결정했다. 매출이 오를 것이라는 이유에서 마트 측은 이전 비용 역시 B 씨가 부담하도록 했다.
문제는 이전 후 발생했다. 새 매장에서의 매출이 신통치 않았던 것. 원치 않은 이전에 매출까지 떨어지자 B 씨의 속은 새카맣게 타들어갔고 고민 끝에 그는 한국공정거래조정원을 찾았다.
조정원은 “내부 사정을 이유로 B 씨에게 매장 이전을 요구했으나 비용을 부담하지 않은 마트 측의 행위가 대규모 유통업에서 거래 공정화에 관한 법률의 매장설비비용 보상의무 불이행에 해당할 여지가 있다”고 판단, 마트에서 B 씨에게 1100만 원을 지급하도록 했다.
한편 공정위는 점포 이전 관련 분쟁을 사전에 예방하기 위해 올 1월 표준가맹계약서를 개정했다. 개정안에서는 가맹점주가 점포 이전 승인을 요청하는 경우 가맹본부는 최초 계약 체결 시의 점포 승인 요건이 충족되면 이를 조건 없이 승인토록 했다.
김미영 창업에디터
may424@bizhankook.com[핫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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