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서울시 구로구 가산동에 위치한 13㎡(약 4평) 남짓한 오피스텔에 거주하는 A 씨(33·직장인)는 월급날인 매달 10일이면 집주인에게 월세 60만 원과 관리비 5만 원을 송금한다. 2015년 2월 이 오피스텔에 입주했으니 A 씨가 지난 30개월 동안 납부한 월세와 관리비만 무려 1950만 원에 달한다. 이번 달 월세까지 납부하면 보증금 2000만 원보다 더 많은 돈을 월세로 내게 되는 셈이다.
A 씨는 “직장생활을 시작한 2010년에는 보증금 500만 원에 월세 40만 원의 반지하에서 살았다. 세 번의 이사를 거쳐 이곳까지 오게 됐다”며 “월세가 월급의 3분의 1 수준이라 저축은 거의 못한다. 이 집까지 월세로만 총 4920만 원을 쓴 게 너무 아깝다. 집 계약이 끝나면 전세자금대출을 받아 전셋집으로 옮길 계획”이라고 전했다.
B 씨(33·자영업자)와 C 씨(26·대학생)는 서울시 은평구 연희동의 한 다가구주택의 투룸에서 함께 살고 있다. 이들이 살고 있는 집은 보증금 3000만 원에 월세 70만 원이다. 원룸에 살던 두 사람은 올해 5월 살림을 합쳤다. 이전까지 B 씨는 보증금 2000만 원에 월세 50만 원, C 씨는 보증금 500만 원에 월세 50만 원의 원룸에서 살았다.
B 씨는 “돈을 아끼기 위해 동거를 시작했고, 실제로 조금의 여유는 생겼다. 하지만 매달 내는 월세가 아까운 건 매한가지다. 월세를 모아 저축했더라면 지금보다 형편이 나아졌을지도 모를 일”이라며 “다음에 자금의 여유가 생기면 전셋집으로 이사 가고 싶다. 전세자금대출은 아직까지 생각해본 적이 없다. 신용대출을 추가로 받아야 하기 때문에 경제적 이득이 되는지 잘 모르겠다”고 토로했다.
최근 서울시가 발표한 ‘2017 서울시서베이 도시정책지표조사’에 따르면 서울시민의 주거형태 가운데 월세가 차지하는 비중이 31.3%다. 서울시민 세 명 중 한 명꼴로 월셋집에 살고 있는 셈이다. 월셋집에 사는 사람들 대다수가 위 세 사람처럼 월세를 내는 데 경제적 부담을 느낀다. 심지어 앞서 B 씨처럼 보증금이 부족해 전세자금대출을 받을 엄두조차 내지 못하는 경우도 상당수다.
전세자금대출은 전세금의 최대 80%까지만 가능하다. 전세금 1억 원의 집에서 살고자 할 경우 전세자금대출로 8000만 원을 받을 수 있다는 얘기다. 다시 말해 세입자에게 2000만 원이 있어야 한다. 2000만 원이 없을 경우에는 금융기관에서 추가 대출을 받아야 한다. 일반적으로 보증금이 부족한 세입자들은 신용대출과 전세자금대출을 동시에 받는다. 신용대출금의 원금과 이자, 그리고 전세자금대출 이자를 은행에 매달 납입해야 하므로, 월세로 사는 것과 비슷한 형태라 할 수 있다.
그렇다면 월세로 사는 것과 전세자금대출을 받아 전세로 사는 것의 금전적 차이는 얼마나 될까. 월세와 전세자금대출을 두고 고민하는 사람들을 위해 ‘비즈한국’이 이를 직접 비교·분석해봤다. 전국은행연합회에 공시된 대출 금리(8월 기준)를 토대로 전세자금대출을 받았을 때 은행에 납부해야 할 대출 원금 및 이자를 계산해본 것이다. 비교 대상인 월세는 일반적으로 부동산에서 통용되는 보증금 1000만 원당 월세 10만 원으로 계산했다.
전국은행연합회에 따르면 현재(8월 기준) 9개 은행사(국민·기업·농협·대구·부산·신한·우리·제주·하나)의 전세자금대출 평균 금리는 3.07%다. 또 18개 은행사(광주·경남·국민·기업·농협·부산·산업·수협·스탠다드차타드·신한·씨티·우리·전북·제주·카카오뱅크·케이뱅크·하나)의 신용등급별 신용대출 평균 금리는 1~2등급이 3.67%, 3~4등급이 4.51%, 5~6등급이 6.15%, 7~8등급이 8.89%, 9~10등급이 10.54%다.
전세금이 1억 원인 집에는 보증금이 최소 2000만 원, 전세금이 2억 원인 집에는 보증금이 최소 4000만 원은 있어야 전세자금대출만으로 전세를 살 수 있다. 보증금이 부족할 경우에는 금융기관에서 신용대출을 동시에 받아야 한다.
보증금으로 500만 원밖에 없을 경우에는 전세금 1억 원의 집에 월세로 95만 원에 살아야 한다. 전세로 살고자 할 경우에는 금융기관에서 신용대출로 1500만 원, 전세자금대출로 8000만 원을 받으면 된다. 물론 안정적인 직장과 신용등급이 좋은 경우에 한한다.
신용등급이 1~2등급이라면 신용대출 원금(2년 균등 상환 시)과 이자로 67만여 원, 전세자금대출이자로 20만여 원, 총 87만여 원을 은행에 매달 내야 한다. 월세로 사는 것보다 8만 원 정도 저렴한 셈이다. 신용등급이 9~10등급인 경우에는 월세로 사는 게 더 저렴한 편이다. 10%대의 신용대출 금리가 적용되면 96만 원 이상 은행에 대출 원금 및 이자를 내야 하기 때문이다.
보증금 500만 원으로 2억 원의 전셋집에 들어가려면 신용대출로 3500만 원, 전세자금대출로 1억 6000만 원을 대출받아야 한다. 신용등급에 따라 상이하나, 매달 은행에 197만~217만 원의 대출 원금 및 이자를 내야만 한다. 월세로 살게 되면 매달 집주인에게 195만 원을 내면 된다. 따라서 월세로 사는 게 이득인 셈이다.
보증금이 1000만 원이 있다면 월세와 전세자금대출 중 어느 것이 나을까. 먼저 전세금 1억 원인 경우 신용대출로 1000만 원, 전세자금대출로 8000만 원을 받아야 한다. 은행에 납입할 돈은 매달 65만~71만 원이다. 월세를 계산하면 90만 원이니 전세자금대출을 받는 게 낫다는 결론이 나온다.
전세금 2억 원의 집에서 살고자 한다면, 3000만 원의 신용대출과 1억 6000만 원의 전세자금대출을 받아야 한다. 이 경우 월세나 전세나 큰 차이가 없다. 신용등급이 좋다면 전세로 사는 게 조금 더 이득일 수 있으나, 2만~15만 원 차이에 불과하다. 만약 신용등급이 최하위라면 월세로 사는 게 2만 원 이상 이득이다.
보증금으로 1500만 원 이상 보유하고 있다면 신용대출과 전세자금대출을 동시에 받는 게 무조건 이득이다. 1500만 원으로 1억 원의 전셋집에 들어갈 경우에는 매달 45만 원의 대출 원금 및 이자를 납부하면 되는데, 월세로 산다면 매달 85만 원을 집주인에게 내야 한다. 40만 원이나 차이가 나는 셈이다. 2억 원의 전셋집에 입주하더라도 대출을 받는 게 18만~33만 원 월세를 아낄 수 있다.
2000만 원 이상 보증금이 있다면 1억 원의 전셋집에는 신용대출 없이 들어갈 수 있다. 전세자금대출 8000만 원을 받으면 되기 때문이다. 이 경우 전세자금대출 이자로 매달 20만여 원만 은행에 내면 된다. 월세 80만 원에 사는 것보다 60만 원이나 저렴하다.
2억 원짜리 전셋집에 들어가려면 신용대출로 2000만 원 이상 받아야 한다. 이 경우 전세자금대출 이자에 신용대출 원금 및 이자까지 총 130만 원을 은행에 내야 한다. 월세로 살게 되면 180만 원을 내야 하니, 이 경우 역시 절감할 수 있는 방법은 대출을 받는 것이다.
3000만 원의 보증금이 있을 경우 1억 원 전셋집에서 월세로 70만 원을 내며 살아야 한다. 하지만 전세자금대출로 7000만 원을 받으면 18만 원만 은행에 납입하면 된다. 2억 원의 전셋집에 들어가려면 신용대출로 1000만 원을 받아야 하는데, 이 경우 역시 월세 내는 것보다 훨씬 저렴하다. 은행에 납입하는 금액은 85만~91만 원인 반면, 월세로는 170만 원에 살아야 하기 때문이다.
5000만 원의 보증금이 있다면 전세자금대출을 받아 1억 원의 전셋집에서 12만여 원에, 2억 원의 전셋집에서 38만 원에 살 수 있다. 보증금으로 8500만 원이 있다면 1억 원의 전셋집에 살 경우 3만여 원, 2억 원의 전셋집에 살 경우 29만여 원대을 은행에 내면 된다. 1억 원이 있다면 2억 원의 전셋집에서 25만여 원의 전세자금대출이자만 납입하면 된다.
유시혁
기자
evernuri@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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