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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제네시스 신차' 출시도 전에 아마추어 뮤지션 이벤트로 '곤혹'

무보수 참가, 알고 보니 홍보영상…현대차 “대행사 기획, 사전에 몰라”

2017.09.06(Wed) 22:54:43

[비즈한국] 오는 15일 론칭을 앞둔 현대자동차 제네시스 ‘G70’​의 홍보영상 촬영 과정에서 아마추어 뮤지션들 200여 명이 3일간 무보수로 동원돼 구설수에 올랐다. 뮤지션들은 순수한 재능기부 행사인 줄 알고 자발적으로 휴가를 내 참여했지만, 알고 보니 대기업의 신제품 홍보를 위한 이벤트임을 알고는 분노하고 있다. 어찌된 일인지 ‘비즈한국’이 단독 보도한다.

 

현대자동차의 신차 ‘제네시스 G70’​이 출시를 앞두고 구설수에 휘말렸다. 사진=현대자동차


직장인 A 씨는 취미활동으로 베이스 기타를 연주하는 아마추어 뮤지션이다. 아마추어 밴드 연주회를 열고 유튜브 영상에 올릴 정도로 열정이 넘친다. 그는 8월 초 SNS에서 ‘로킹 1000(Rockin' 1000)’의 국내 이벤트 공지를 발견했다. 로킹 1000은 2015년 이탈리아에서 푸 파이터즈(Foo Fighters)의 팬 1000명이 한 자리에서 연주하는 이벤트로 유명해진 프로젝트다. 1000명이 넘는 연주자들이 일치단결해 하나의 노래를 연주하는 모습을 담은 동영상은 유튜브에서 3900만 조회수를 넘겼다. 

 

로킹 1000의 모집 공고 어디에도 제네시스 G70에 대한 언급은 없었다.


이번 국내 이벤트는 유명 가수 안드라 데이가 부르는 노래 ‘라이즈 업(Rise Up)’의 뮤직비디오를 촬영하는 것이었다. 해외에서만 이뤄지던 이벤트가 한국에서 열린다는 소식에 아마추어 연주자들의 가슴은 뜨거워졌다. A 씨는 홈페이지에 나온 대로 간단한 신상과 연락처, 그리고 자신의 공연 모습을 담은 유튜브 링크를 보냈다. 열흘 뒤 연주자 리스트에 자신이 포함됐다는 연락을 받고서는 뛸 듯이 기뻤다. 세계적인 프로젝트에 참여하는 영광을 누릴 수 있다고 생각하니 가슴이 두근거리기 시작했다. 

 

촬영은 8월 25~27일, 금요일을 낀 주말이었다. 첫날 집결지는 일산 킨텍스 전시장. 금요일이라 휴가를 낸 A 씨는 다니던 교회에서 빌린 앰프와 마이크, 자신의 기타를 차에 싣고 오후 1시 촬영장에 도착했다. 드럼 파트 20여 명, 베이스기타 20여 명을 포함해 총 200명이 넘는 인원들이 모였다. 악기 파트에는 남자가 많았고 보컬 파트에는 여자가 많았는데, 전체적으로는 반반 정도였다. 

 

시작 전 촬영금지 및 비밀엄수 의무를 포함한 계약서를 작성해야 했다. 보수를 받는 것도 아니지만 선의로 작성해 준 것이다. 리허설과 녹음 위주로 이뤄진 첫날 일정은 여덟 시간이 걸렸다. 그 사이 두 번의 도시락 식사와 비스킷 등의 간식이 수시로 주어졌다. 이때까지는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

 

이튿날 집결지는 용인 MBC 드라마미아 세트장, 시작시간은 저녁 7시부터였다. 이날은 마이크 없이 촬영된다는 고지를 받았지만, A 씨는 혹시나 하고 앰프와 마이크를 모두 준비해 왔다. 그러나 녹음은 첫날에만 하고 이틀째부터는 녹음 없이 연주하는 시늉만 촬영하는 것이었다. 앰프는 보이지 않게 구석진 곳으로 옮겨야 했다. 

 

촬영 시작 2시간째, 어둠이 무르익자 언덕 아래에서 요란하게 자동차가 등장했다. ‘뭐지?’라는 궁금증이 연주자들 사이에 퍼졌다. 번호판 자리에 ‘G70’ 명칭을 단 은색 자동차 뒤로 촬영용 차량이 뒤따르고 하늘에는 헬리캠이 떴다. 자동차에 관심이 많은 이들은 현대자동차 제네시스의 신차임을 알아챘다. 9월 출시를 앞두고 자동차 동호회 카페와 언론에서 많이 언급되고 있었기 때문이다. A 씨도 “번호판에 G70이라고 써 있어서 제네시스 신차라는 걸 알 수 있었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사전에 G70과 관련된 어떤 얘기도 듣지 못했던 연주자들은 이때만 해도 단순한 PPL(Product Placement·상품 노출)로 여겼다. A 씨도 ‘이렇게 큰 프로젝트를 하려면 돈이 많이 들 테니 저 정도는 해나 하나 보다’라고 생각했다. 

 

휴식시간, 연주자들은 9월 15일 G70 출시행사에 안드라 데이가 출연한다는 것을 알게 됐다. 로킹 1000의 순수 이벤트로만 알았던 이 연주회가 제네시스 G70 출시행사와 연관돼 있지 않냐는 의구심이 퍼졌다. A 씨가 촬영팀 스태프에게 ‘뭐 찍는 거냐’라고 물어보자 그 스태프는 “나도 잘 모른다. 로킹 1000에 물어보라”고 답했다.

 

연주자들이 술렁거렸다. “내일 촬영 나오지 말자”는 의견과 “내일 나와서 물어보자”라는 의견이 갈렸다. 둘째 날 촬영은 새벽 3시에 끝났다. 일교차가 커진 날씨에다 도심이 아닌 야외에서의 새벽 촬영 탓인지 일부 연주자들은 추위를 호소하기도 했다. 

 

셋째 날 오후 6시, 촬영지인 서울 동대문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에는 100명의 연주자들만이 모였다. 절반의 인원이 참석하지 않은 것이다. 시작 전 통역을 대동한 로킹 1000 관계자가 연주자들을 모아놓고 자동차에 대해 설명했다. “촬영 목적은 광고가 아니고 뮤직비디오다. 안드라 데이도 이번 이벤트가 광고가 아님을 문의했고 아니라는 답변을 들은 뒤 이 행사를 허락했다”는 것이다. 

 

더불어 이 이벤트의 스폰서는 이노션(이노션월드와이드)이며 G70은 PPL이라는 것, G70은 뮤직비디오 중 PPL로만 나온다는 설명이 덧붙여졌다. 

 

DDP에서의 촬영이 끝난 새벽 1시에도 연주자들은 반포대교 아래로 이동해야 했다. 장시간 촬영과 추위에 지친 연주자들은 월요일 새벽 5시가 되어서야 귀가할 수 있었다. 3일간의 촬영은 이렇게 마무리됐다. 출근복장이 자유로웠던 A 씨는 행사에 참여했던 복장 그대로 귀가하지 않고 회사에 출근했다. 

 

찜찜한 기분이 가시지 않았던 연주자들의 분노는 며칠 뒤부터 음악인 커뮤니티를 통해 확산됐다. 연주자들을 분노케 한 사실은, 셋째 날 촬영에 참여해 두 시간 만에 철수한 성가대 수십 명이 일당 7만 원을 받았다는 것이다. 누군가 성가대 모집 공고를 캡처해 올려 알게 됐다.

 

3일 간 밤을 지새며 재능기부한 뮤지션들과 달리 단 두 시간 참여한 성가대에는 일당 7만 원이 주어졌다.

 

또한 참가한 연주자들에게 9월 15일 제네시스 G70 출시 행사 안내가 메일로 전달됐다. 연주자들은 “안드라 데이 내한공연인 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G70 출시행사였다. 우리가 상업적으로 이용당한 것 아니냐”는 분노를 쏟아냈다. 인터넷 커뮤니티에는 “로킹 1000에 참여하려 호주에서 온 사람도 있었는데, 너무하다” “아마추어의 순수한 열정이 이용당했다” “열정페이 아니냐”는 댓글이 달렸다. 

 

연주자들은 금요일 8시간, 토요일 8시간, 일요일 11시간을 이 이벤트를 위해 쏟아 부었다. 더구나 토·일요일은 자정을 넘겨 늦은 새벽에 귀가해야 했다. 금요일만 휴가를 낸 직장인들은 월요일 새벽 5시에 촬영이 종료된 뒤 쏟아지는 잠을 참으며 회사로 출근해야 했다. 

 

A 씨는 ‘비즈한국’과의 통화에서 “이렇게 사람 이용해 먹는 거 아니다”며 “인건비가 많이 들 것 같으니 로킹 1000이라는 존재를 이용한 것 아니냐”며 “로킹 1000이 얘기 안 한 게 잘못이라는 사람도 있지만, 그게 로킹 1000만의 잘못일까”라고 반문했다. 

 

애초 아마추어 연주자들은 순수한 의도에 공감했기 때문에 시간과 노력을 이 이벤트에 쏟아 부었다. 그러나 행사가 상업적 의도로 시작됐음을 알게 되자 허탈감에 빠졌다. A 씨는 “로킹 1000의 한국 이벤트에 참여했다는 것은 가문의 영광이 될 정도로 자랑스러운 경험이다. 그러나 이제는 어디 가서 부끄러워서 말도 못 한다”고 아쉬움을 표현했다. 

 

인터넷과 SNS에서 이 프로젝트에 대한 비난의 여론이 쏟아지자 현대자동차는 “로킹 1000이 국내에서 촬영한 뮤직비디오에는 G70 모습을 모두 뺄 것이고, 국내 연주자들이 참여한 뮤직비디오는 현대자동차의 어떤 행사에서도 상영하지 않을 것”이라며 “이 이벤트는 이노션과 로킹 1000이 기획한 것으로, 현대자동차는 이 행사에 대해 사전에 알지 못했지만, 도의적인 책임을 지고 결단을 내린 것”이라고 입장을 ‘비즈한국’에 전했다. 

 

이에 대해 A 씨는 “최초의 로킹 1000 모집 공고와 첫날 촬영까지도 G70에 대한 어떠한 얘기도 듣지 못했다. 처음부터 제네시스 G70 홍보 의도로 시작된 것을 알았다면 참가하지 않았을 것”이라며 “현대자동차가 뒤늦게 상업적 이용을 하지 않겠다고 선언했지만 이미 상처 입은 마음을 되돌리진 못한다”고 말했다. ​ 

우종국 기자 xyz@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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