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고양 스타필드 그 큰 곳에 청소하시는 분들 쉬는 곳이 없다고 한다. 설계부터 잘못된 것 아닌가. 화장실 한 칸 크기의 걸레 빠는 곳에서 세제통에 종이 깔고 앉아 계신다. 쉬시는 곳 없느냐 여쭙는 것도 미안했다. 괜찮다고 하시는데 보는 내가 안 괜찮다.”
신세계가 스타필드 하남, 코엑스점에 이어 세 번째로 선보이는 쇼핑테마파크 ‘스타필드 고양’이 8월 24일 개장했다. 정용진 부회장이 “스타필드 하남과 코엑스에서 인지한 시행착오를 보완했다”며 “고양엔 100점 만점에 90점 정도를 줄 수 있다”고 자신감을 내보였던 만큼 방문객들의 호평도 이어진다.
그러나 최근 온라인에서는 일부 방문객이 “청소노동자들이 화장실 구석 비품실에서 쉬고 있는 것을 봤다”는 목격담을 전하며 청소노동자 인권 문제가 제기됐다. 지난 1일 한 누리꾼이 최초로 목격담을 게재하자 “나도 직접 봤다” “가족화장실까지 마련된 신축 건물에 왜 청소노동자 휴게실은 없느냐” 등의 글이 이어졌다. 트위터에서 최초로 게재된 게시글은 온라인 커뮤니티로 공유되며 많은 누리꾼의 관심을 받게 됐다.
청소노동자의 열악한 휴식공간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서울시는 2014년 4월 30일 전국 최초로 ‘청소근로환경시설 가이드라인’을 시행키도 했다. 가이드라인에는 청소노동자 휴게공간과 관련해 1인당 적정면적, 작업공간, 휴게시설 간의 거리, 내부환경 등의 세부내용이 담겨 있다. 작업공간과 휴게시설 간의 거리는 3분 내외로 정해져 있다. 그러나 법적 효력이 없어 다수 영업장에서 제대로 지켜지지 않고 있다.
최초로 목격담을 게재한 닉네임 ‘터트리샤’는 ‘비즈한국’과의 통화에서 “화장실 내 비품실 문이 열려 있어 청소노동자들이 그곳에 앉아 있는 것을 목격했다. 비품실은 성인 두 명이 겨우 들어갈 정도로 작은데 세 명이 쉬는 휴식을 취하고 있는 것을 보고 놀랐다. 의자도 없어 롤 티슈나 세제 통에 앉아 있었다. 엄밀히 말해 휴게실은 아니었다”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스타필드 고양은 역대급 규모라 할 정도로 큰 매장이다. 직원 휴게실이 없진 않겠지만, 청소노동자들은 접근성이 중요하기 때문에 작업공간 근처에 휴게실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매장이 큰 만큼 작업장과 지정된 휴게공간과의 거리가 멀다. 청소노동자의 경우 짧은 휴식을 취할 수 있는 공간이 마련되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청소노동자들이 휴식을 취하던 화장실 내 비품실(위)과 화장실 입구에 위치한 ‘가족 화장실’(아래). 사진=여다정 기자
이에 대해 스타필드 고양 관계자는 “청소하는 분들이 밖에서 쉰다는 이야기는 처음 들었기 때문에 현장 확인이 필요하지만, 스타필드 고양과 하남, 이마트 등 모두 후방시설에 근로자 수에 알맞은 휴게공간이 마련돼 있다”며 “매장 관리하는 용역에서부터 판매사원, 각 브랜드 사원 등 스타필드 내에서 일하는 모두가 이용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비즈한국’이 현장을 확인한 결과, 누리꾼과 스타필드 고양 양측의 주장은 모두 사실이었다. 스타필드 측의 주장대로 후방시설에 직원 휴게공간이 마련돼 있었으나, 누리꾼의 말대로 청소노동자들은 화장실 내부에 마련된 화장실 한 칸 남짓한 크기의 비품실에서 휴식을 취하고 있었다.
별도의 직원 휴게실은 매장 건물 입구를 나와 주차장 근처에 위치한 뒤쪽 통로를 이용해야 하므로 근무 중 상시 대기 상태인 청소노동자들이 가기에는 꽤 멀었다. 작업공간과 휴게공간이 3분 내외의 거리에 있어야 한다는 ‘서울시 청소근로환경시설 가이드라인’은 지켜지지 않는 듯했다.
접근성이 떨어지는 이유는 또 있다. 건물 내부에 직원휴게실로 이어지는 출입문이 있지만, 영업시간 중에는 건물 유지 및 사고 방지를 위해 잠궈 놓았기 때문이다. 한 직원은 “직원휴게실로 이어지는 내부 계단은 열려있을 때도, 닫혀있을 때도 있다. 닫혀있을 경우 건물 밖 뒤쪽 출입구를 이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현장 청소노동자들에게 인터뷰를 요청하자 그들은 “괜히 기사가 나가면 문제 될까 걱정스럽다”고 우려를 표했다. 한 청소노동자는 “휴게실이 따로 마련돼 있다. 점심시간에는 거기서 쉬기도 한다. 근무시간에는 편의상 여기서 잠깐 쉬는 것”이라고 전했다.
한편 최초 목격담을 게재한 ‘터트리샤’는 청소노동자들과 비슷한 우려를 제기했다. 그는 “온라인에 글을 게재한 뒤 재방문했을 때 화장실 내 비품실이 닫혀 있어 놀랐다”며 “‘사람이 없나 보다’라고 생각했으나 작게 말소리가 들렸다. 온라인에 올린 글 때문에 주의하라는 지시가 내려진 건 아닌지 걱정됐다. 청소노동자들이 작업장 가까이서 휴식을 취할 수 있도록 법에 명시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여다정 기자
yrosadj@bizhankook.com[핫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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