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4차 산업혁명 이야기가 연일 신문 지상에 등장합니다. 기술이 발달할수록 빈부격차는 심해집니다. 자동화된 생산시설을 독점한 자본가와 일터에서 쫓겨나는 노동자 사이 간극이 벌어지거든요. 이런 시대에는 특정 기술을 배운다고 경쟁력이 생기는 것도 아닙니다. 어떤 산업 분야에서 어떤 기술 변화가 일어날지 아무도 예상할 수 없거든요.
“세계 최대의 택시 회사인 우버는 차량을 소유하고 있지 않다. 세계에서 가장 인기 있는 미디어를 소유한 페이스북은 콘텐츠를 만들지 않는다. 세계에서 가장 큰 가치를 가진 소매 기업 알리바바는 재고를 갖고 있지 않다. 그리고 세계 최대의 숙박 시설 공급업체인 에어비앤비는 부동산을 갖고 있지 않다. 지금 그야말로 ‘뭔가’ 흥미로운 일이 일어나고 있는 것이다.” -‘노동 없는 미래’ 133쪽
‘노동 없는 미래’(팀 던럽 저, 엄성수 역, 비즈니스맵)라는 책 제목을 보면 기겁하게 됩니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일을 해야 돈도 벌고 자아실현도 할 것인데 일자리가 사라지면 어떻게 살라는 말인가?’ 저자는 오히려 그렇기 때문에 인류 역사상 인간이 가장 인간답게 살 수 있는 시대가 온다고 말합니다.
로마 시대에 시민의 역할은 철학을 하고 문화와 예술을 즐기며 정치에 참여하는 것이었습니다. 생산에 관련한 노동은 모두 노예들의 몫이었지요. 조선 시대도 마찬가지였어요. 경제적 재화를 생산하고 유통하는 일은 ‘사농공상’ 가운데 ‘농공상’, 즉 아랫사람들의 일이라 여겼습니다. 양반이 농사를 짓거나 장사를 하는 것은 체면을 구기는 일이었지요. ‘장사나 노동은 천한 것들이나 하는 일이지!’
‘호모 데우스’에서 유발 하라리는 자본주의의 몰락을 예언한 칼 마르크스가 오히려 자본주의의 구원투수였다고 말합니다. 러시아 등에서 시작한 공산 혁명이 유럽 전역으로 퍼지는 것을 막기 위해, 각 나라는 마르크스가 제안한 노동자 복지 제도를 앞다퉈 도입했어요. 소련에 인접한 북유럽이 살기 좋은 복지선진국의 대열에 올라선 것도 마르크스의 충고를 가장 먼저 받아들였기 때문입니다. 자본주의의 멸망을 예언한 마르크스 덕에 자본주의가 멸망을 피했다는 거지요. 소련의 냉전 패배 이후, 자본주의의 폭주를 견제할 세력이 없어졌습니다. 진짜 노동 해방은 사회주의 혁명이 아니라 인공지능 혁명이 가져올지 모르겠습니다.
과연 로봇들이 우리 일자리를 빼앗아갈까요? 진짜 고민은, 실업률이 폭발적으로 늘어나는 미래에 우리는 무엇을 하며 살아야 하는가입니다. 기계와 경쟁하기보다 기계보다 인간이 우위를 가진 일을 찾아야겠지요. 저는 그 기준이 일의 즐거움이라 생각합니다. 기계는 일을 할 때 즐거움을 느끼지 못해요. 인간만이 즐거움을 느낍니다. 재미없는 단순반복노동은 인공지능 로봇에게 맡기고 우리는 재미나고 즐거운 일을 하며 살기를 희망합니다.
노동을 통해 삶의 의미를 찾는 산업화 시대의 윤리, 이제는 재고해봐야 할 시점입니다. 앞으로 가장 두드러지는 사회 변화는 수명과 실업률의 증가입니다. 우리는 앞으로 긴 시간 놀아야 합니다. 더 이상 일에서 보람을 찾지 못할 때, 놀이와 여가 활동을 통해 자아실현을 하는 이들이 늘어났으면 좋겠어요.
다가오는 추석, “너 요즘 뭐하니?”하고 물었을 때, 누군가 “저 요즘 놀고 있어요”라고 한다면, “앞으로는 일하지 않고도 잘 사는 게 중요한 시대라더라? 넌 트렌드를 앞서가는 사람이구나?” 하고 덕담을 해주세요. 그것이 우리가 ‘노동 없는 미래’를 맞이하는 자세니까요.
*필자 김민식은 SF 애호가 겸 번역가, 시트콤 덕후 겸 연출가, 드라마 마니아 겸 감독. 현재는 책벌레 겸 작가, 놀이를 직업으로 만드는 사람, 독서로 미래를 만들어가는 사람이다.
김민식 MBC 피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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