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대학원 동기 졸업 여행으로 통영을 가기로 했다. 대만이나 상해로 가고 싶었지만 타협했다. 여행 당일 취업준비생 후배에게서 문자가 하나 왔다. 그는 막 8학기를 마쳤다. 취업하기 늦은 나이도 아닌데 ‘늦으면 어떡하지?’라는 걱정에서 내게 조언을 구했다. 깊은 고민에 맞게 정성껏 답장했다.
답장을 보내고 터미널 의자에서 친구들을 기다렸다. 오전 11시 터미널에 있는 사람들은 어디로 갈까 궁금해 고개를 들었다. 음악을 들으며 복귀를 준비하는 군인, 캐리어를 끄는 외국인, 고개를 숙이고 폰을 만지는 내 나이 또래의 남녀들까지 각양각색이었다.
터미널은 그런 곳이다. 여기가 아니라면 만나지 않았을 법한 사람들이 ‘어디론가 떠난다’는 같은 목적을 갖고 모인다. 각기 다른 사람이 하나의 목적으로 모이는 공간이라 이질적인 동시에 동질적이다. 떠나는 공간인 동시에 모이는 공간이기도 하다. 통영행 버스 뒤에는 서울행 버스가 온다.
터미널은 우리 삶과 닮았다. 각기 다른 삶의 목표를 가지고 같은 공간에 모인다. 우리도 각기 다른 걸 바라고 다른 길을 걷는다. 다른 방향으로 가는 사람을 비교할 이유가 없는데 끝없이 비교한다. 엄마 친구의 아들, 엄마 친구의 딸, 나보다 앞에 있는 차, 대학교 동기와 고등학교 동창들까지 비교 대상이 많다.
흔히 삶의 방향이 중요하다고 한다. 근데 왜 우린 다른 방향으로 가는 사람들을 시기하고 질투할까. 남과 비교하는 것만큼 삶의 주체성을 잃어버리는 행위가 없는데도 말이다. 내가 나로서 존재하기 위해선 남을 남으로 봐야 한다. 내가 바라는 가치와 목표를 제외한 나머지를 버려야 한다. 340번 버스를 타고 집에 갈 때, 버스를 추월하는 택시와 오토바이를 보고 화내는 것만큼 멍청한 일이 없다.
하반기 기업 공채가 코앞이다. 더도 말고 한가위만큼 행복하라는 시기에 우리는 수없이 자기소개서를 써야 한다. 가뜩이나 고통받는 시절에 남과 비교해 더 고통받지 말자. 늦은 나이도 없고, 빠른 나이도 없다. 나에게만 집중해 원하는 걸 이루어보자. 이 땅에 수많은 취준생들, 화이팅이다.
구현모 알트 기획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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