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여호와께서 아모리 사람을 이스라엘 자손에게 넘겨주시던 날에 여호수아가 여호와께 아뢰어 이스라엘의 목전에서 이르되 태양아 너는 기브온 위에 머무르라 달아 너도 아얄론 골짜기에서 그리할지어다 하매 태양이 머물고 달이 멈추기를 백성이 그 대적에게 원수를 갚기까지 하였느니라 야살의 책에 태양이 중천에 머물러서 거의 종일토록 속히 내려가지 아니하였다고 기록되지 아니하였느냐
구약성서 여호수아 10장 12~13절 말씀이다. 전후 사정은 복잡하다. 가나안 족속의 습격으로 위기에 처한 기브온 족속을 도와주기 위해 여호수아는 모든 병사와 더불어 싸움터로 올라갔다. 이때 여호와는 큰 우박을 내려 여호수아를 도와준다. 여호수아 병사의 칼에 맞아 죽은 가나안 족속보다 우박을 맞고 죽은 가나안 족속이 더 많다. 여기까지는 그런가보다 하면 된다. 문제는 ‘태양이 머물고 달이 멈추었다’라는 한 문장이다. 이것을 어떻게 생각할까?
여호수아 10장 13절은 일종의 리트머스다. 기독교인들은 성경이 절대적으로 옳다고 믿는다. 그래야 신앙인이다. 그런데 ‘절대적’으로 옳은 대상이 성경이 주는 메시지인가 아니면 글자인가로 나뉜다. 어떤 신도들은 성경은 일점일획도 바뀔 수 없는, 글자 그대로 진리이며 거기에는 역사적이고 과학적인 사실이 담겨 있다고 생각한다.
정말로 태양이 멈추었을까?
지구 자전 속도는 위도에 따라 다르다. 가장 빠른 지점은 당연히 적도. 적도 위에 있는 물체들은 시속 1670km의 속도로 돈다. 지금이야 누구나 지구가 스스로 자전하면서 태양 주변을 365.2422일에 한 바퀴씩 공전한다고 알고 있지만, 성서가 기록된 시점에는 지구를 중심으로 태양이 돈다고 생각했다. 만약에 지구가 자전한다는 사실을 알았다면 지구 자전이 멈췄다고 썼을 것이다. 시속 1670km로 자전하던 지구가 멈추면 어떻게 될까? 달리던 버스가 급정거할 때 일어나는 사건이 전 지구적으로 일어났을 것이다.
이런 의문에 대해 보통은 하나님이 주시려는 메시지를 생각한다. 하지만 돌아가신 우리 외할머니처럼 순수한 믿음을 가진 신도들은 하나님이 못할 일이 뭐가 있냐고 되묻는다. 괜찮다. 믿음이란 그런 것이다. 그런데 믿음을 위해 과학을 거짓으로 이용한다면 도가 넘은 것이다.
“우주과학자들의 연구 결과 여호수아의 기도로 해와 달이 궤도에서 실제로 멈춘 것이 사실이라고 밝혀졌다. 1960년대 우주과학자들이 미래에 쏘아 올릴 인공위성의 궤도를 결정하기 위해 컴퓨터로 지금부터 10만 년 전까지 소급하여 태양과 달의 과거 궤도를 조사하고 있었다. 그런데 계산하던 도중에 정확하게 하루, 즉 24시간이 빠진 것을 발견했다. 그 원인을 몰라서 고민하고 있을 때 연구팀의 과학자들 중 성경을 잘 아는 사람이 여호수아 10장 13절에 ‘태양이 중천에 머물러서 거의 종일토록 속히 내려가지 아니하였다’는 기록이 있음을 기억해내고 컴퓨터를 그 당시로 돌려 여호수아 시대 천체들의 궤도를 조사한 결과 23시간 20분 동안 천체들이 정지했음을 발견했다.”
당연히 새빨간 거짓말이다. 인공위성 궤도를 결정하려고 10만 년 전 천체 궤도를 조사할 일이 뭐가 있겠는가. 또 여호수아 당시에는 지금과 같은 달력이 있지도 않았다. 그 시점을 특정할 수도 없다. 성서의 권위를 세우기 위해 과학의 권위를 빌리려는 거짓에 불과하다.
그런데 이들은 참으로 집요하다. 23시간 20분이면 하루에서 40분이 빠지지 않은가. 40분을 비운 이유가 있다. 열왕기하 20장 10~11절에는 이사야 선지자의 뜻대로 태양의 그림자가 10도 뒤로 물러난다는 이야기가 나오는데 이것도 함께 해치우려는 수작이다. 그림자가 10도 뒤로 물러나려면 지구가 40분만큼 자전 방향을 바꾸어야 했다. 이날 지구는 두 차례나 자전을 멈추고 방향을 바꾸었다. 이게 사실이라면 구약 시대에 지구는 여섯 번째 대멸종을 이미 겪어야 했다.
과학자들은 우주의 나이가 138억 년이라고 ‘믿지’ 않는다. 다만 지금까지의 연구 결과를 보니 그렇게 생각하는 것이 가장 합리적이라고 받아들일 뿐이다. 새로운 증거가 나오면 과학자들은 138억 년이라는 우주 나이를 그 자리에서 버릴 수 있다. 그러나 과학적인 연구 결과와 상관없이 우주의 나이가 6000만 년이라고 믿는다고 해도 상관없다. 종교의 자유가 있는 나라에서 무엇을 믿든 무슨 상관인가 (그런데 그분들은 이슬람교도들을 위한 식재료 공장을 필사적으로 막고 계신다. 종교의 자유는 누구에게나 동일해야 한다).
종교는 자유다. 그런데 자신의 믿음에 과학이라는 이름을 덧씌우면 안 되지만 그것도 그 사람의 종교의 자유라고 하자. 종교의 자유로서 창조과학을 주장하려면 이젠 ‘과학’이라는 두 글자를 떼어주시면 고맙겠다. 하지만 어쨌든 그것은 그들의 일이다.
그런데 이들이 학교 교단에서 아이들과 청년들에게 잘못된 지식을 전달하고 강요한다는 것은 문제 아닌가. 하지만 이것은 포스텍의 문제이니 그네들이 해결할 문제다. 하지만 그 정도의 사고능력을 가진 사람이 나라를 운영하게 놔두기엔 한 사람의 납세자로서 이만저만 불안한 게 아니다. 과학자로서가 아니라 납세자로서 청와대에 호소한다. 장관 지명을 거두시라.
※외부 필자의 칼럼은 본지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이정모 서울시립과학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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