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각을 앞둔 우리은행의 차기 행장 자리를 놓고 물밑 경쟁이 치열하다. 이순우 우리금융지주 회장 겸 우리은행장은 올해 말 임기가 끝난다. 따라서 연내 우리은행 매각 작업이 마무리되면 행장도 새로 선출해야 한다.
우리은행 내부에서는 이 행장의 연임을 전망하는 시각이 일단 우세하다. 매각 이후 안정적인 경영을 위해서라도 경험이 풍부한 이 행장이 수장을 맡아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상업은행 출신들이 이 행장의 연임을 적극 지원하고 있다는 후문이다. 우리은행은 1999년에 상업은행과 한일은행이 합병돼 출범했다. 이 행장도 상업은행 출신이다.
이순우 행장의 연임이 어려울 거라는 전망도 있다. 이행장은 취임 이후 실적이 저조한 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경쟁상대인 KB은행장보다 연봉을 많이 받고 있다. 또 세월호 선사인 청해진해운의 부실 대출에 연루돼 조사를 받고 있는 점도 부담 요인이다.
한일은행 출신이 약진할 거라는 전망도 있다. 이중 가장 주목받는 이는 이동건 수석 부행장이다. 이 부행장은 경북고등학교와 영남대학교 경영학과를 졸업한 후 우리은행의 합병 전신인 한일은행에서 은행원 생활을 시작했다. 이부행장은 여신업무에 밝고 영업능력이 탁월하다는 평가다. 특히 박근혜 정부 들어 실시된 금융권 인사에서 내부 2인자가 수장으로 등극하는 일이 빈번했기 때문에이 수석부행장이 새 수장을 맡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정화영 우리은행 중국법인장도 물망에 오르고 있다. 우리은행에서 잔뼈가 굵은 그는 중국 법인장으로 옮겨가기 전 우리금융지주 부사장으로 근무하며 한때 수석부행장 후보에 거론되기도 했다.이종휘 전 우리은행장도 꾸준히 거론된다. 2009년 우리미소금융재단 이사장직을 끝으로 우리은행을 떠난 이 전 행장은 재임시 보인 경영 능력과 평판이 좋아 주로 일선 직원들이 선호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밖에 우리은행 고위 간부 출신 몇몇 인사들이 차기 행장 레이스에 뛰어들 채비를 갖추고 정치권과 접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은행의 한 임원은 “안팎으로 10여명의 인사가 차기 행장을 위해 뛰고 있는 것으로 안다”며 “우리은행이 어떻게 매각되느냐에 따라 차기 행장 구도에도 변화가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금융권에서는 우리은행 차기 행장 레이스가 과열되는데 따른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최근 내부 갈등으로 곤욕을 치르고 있는 KB금융지주처럼 집안싸움으로 비화되는 것 아니냐는 이야기도 들린다. 대외적으로는 출신간 갈등이 없다고 하지만 인사철만 되면 상업은행 출신과 한일은행 출신간에 편가르기식 암투가 치열해 더 이상 소모적 경쟁을 지양해야한다는 지적이 그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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