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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감원장 유력 후보의 '스몰 웨딩'으로 본 정재계 결혼 신풍속도

'축의금 사양' 팻말 써붙이고, 논란 될 하객은 아예 참석 안 하기도

2017.08.29(Tue) 17:46:19

[비즈한국] 정재계 주요 인사의 자녀 결혼식은 세간의 관심을 끈다. 특히 중요한 인사발령을 앞두고는 이목이 집중되기 때문에 자세를 바짝 낮추고 구설에 오를만한 일은 하지 않는다는 것이 불문율이다.

 

차기 금융감독원장 후보로 이름이 오르내리는 김조원 전 감사원 사무총장의 장남이 27일 화촉을 올렸다. 김 전 사무총장은 행정고시 22회로 공직에 입문, 노무현 정부에서 대통령 비서실 공직기강비서관을 지냈다. 2008년 감사원 사무총장을 끝으로 공직에서 물러났지만 지난 대선 때 문재인 캠프에 합류했다. 최근 김 전 사무총장의 금감원장 내정설이 금융업계와 당국 관계자들에게 기정사실로 받아들여지자 김 전 총장의 장남 결혼식도 주목을 받았다.   

 

김조원 전 감사원 사무총장이 장남 결혼식을 조촐하게 올려 정재계 이목이 집중됐다. 사진=금재은 기자

 

서울 삼청동 감사원 대강당에서 열린 김 전 사무총장의 장남 결혼식은 ‘​작은 결혼식’​으로 진행됐다. 신랑 측 축의금 관리대에는 ‘​​축의금은 정중히 사양합니다’라는 안내문이 붙어 있었고 축의금을 받지 않았다. 일부 하객은 신부 측을 통해 축의금을 우회 전달하려는 시도도 있었지만 대부분의 하객은 준비한 축의금 봉투를 전달하지 않았다. 하지만 김 전 사무총장과 축하 인사를 나누기 위해 기다리는 하객들이 줄을 이으며 작은 식장은 발 디딜 틈 없는 진풍경을 연출했다. 특히 문재인 대통령이 보낸 화환은 하객들이 인증사진을 남기는 포토존으로 인기를 끌었다.

 

김 전 총장이 금감원장 유력후보로 떠오르자 금융사나 금융계 인사들이 대거 식장을 찾을 것으로 점쳐졌다. 결혼식 며칠 전 모바일 청첩장이 대거 전달돼 이 같은 의혹은 증폭됐다. 하지만 하객 중 금융계 인사는 거의 없었다. 김 전 사무총장이 금융계와 연관된 이력을 갖고 있지 않기 때문에 오히려 금융권에서 참석하면 구설에 오르거나 줄대기 의혹을 받을 수 있어 이를 피하기 위한 의도인 것으로 풀이된다.

 

김 전 사무총장 측 하객은 전현직 감사원 인사들이 다수였고 전병헌 대통령비서실 정무수석과 일부 국회의원 보좌관 등이 정계 인사로는 주요 참석자였다. 결혼식에 참석한 한 금융계 인사는 “개인적 친분이 있는 사람 외에 금융계 인사는 거의 참석하지 않았다”며 “축의금도 받지 않고 작은 결혼식을 하는 것을 보니 금감원장 내정이 확실시되는 느낌이 든다”고 말했다.

 

한편, 정구정 전 한국세무사회 회장은 차남 결혼식을 2016년 9월에 치렀지만 예식을 올리고 한 달이 지난 후에야 결혼 사실을 주위에 알렸다. 지인들에게 부담을 주지 않기 위해 청첩장을 돌리지 않았고 양가 부모와 친구들만 초대해 예식을 올린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세무업계에서는 회원이 1만여 명이 넘는 세무사회를 고려했을 때 회원들에게 청첩장을 돌렸다면 식장이 인산인해를 이뤘을 것이고, 이를 피해 조촐한 결혼식을 올렸다는 평가가 나왔다.

 

지난해 8월 조용병 신한은행 행장은 차녀 결혼식을 서울 필동 라비두스에서 작은 결혼식으로 치렀다. 신랑·신부를 비롯해 지인과 가족을 합쳐 300명 안팎의 하객만 참석했다. 축의금을 받지 않은 것은 물론 한동우 신한지주 회장, 계열사 CEO 등 일부 고위급 임원을 제외하고는 금융계 인사를 초대하지 않았다. 작은 결혼식을 올린 배경에는 차기 회장 가능성이 점쳐지는 상황에서 괜한 불똥이 튀지 않게 하기 위해 조심한 것이라는 풀이가 나왔다.

 

황교안 전 국무총리 역시 자녀 결혼식을 조촐하게 치렀다. 2015년 5월 황 전 총리 딸 황성희 씨 결혼식은 서초동 대검찰청 별관 4층에서 열렸다. 당시 국무총리 청문회를 앞두고 있던 황 전 총리는 결혼식을 조용하게 치르기 위해 법무부와 검찰에 청첩장을 돌리지 않았다. 직장인인 황성희 씨 역시 몸 담고 있는 회사에 결혼 소식을 알리지 않았다. 청문회를 앞두고 잡음이 나오지 않도록 화촉을 올렸다는 후문이다.

 

몇 년 전만 해도 공직자와 정계 인사들은 자녀 결혼식에 신경을 많이 쓰지 않는 분위기였다. 2014년 한 금감원 인사는 자녀 결혼식을 치르며 해명자료를 내기도 했다. 축의금을 내기 위해 하객이 20미터 줄을 섰고 각종 금융사 관계자가 참석해 논란이 됐기 때문이다. 한 정부 공직자는 “요즘은 큰 자리를 앞두고 본인이 하마평에 오르는 것조차 꺼린다”며 “더욱이 자녀 혼사는 논란거리를 애초에 없애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금재은 기자

silo123@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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