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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춘욱 경제팩트] 금융시장은 왜 폭락과 급등을 반복할까?

호황·불황의 과정은 매우 유사…대출조건 나빠지면 증시에 패닉 올 수도

2017.08.28(Mon) 13:45:49

[비즈한국] 9월 시장 전망 자료를 작성하다, 예전 데이터가 궁금해 그래프를 그려봤다. 파란선은 KOSPI 기업들의 순이익이며, 검정선은 KOSPI의 흐름이다. ​이 그림은 두 가지 시사점을 제공한다.​ 

 

출처: 한국은행 경제통계정보시스템(ECOS)


첫째, 주식시장은 우상향한다는 것이다. 1980년 100포인트에 불과했던 KOSPI는 순이익 증가에 힘입어 2,000선을 넘어서서 2,400을 향해 달려가는 중이다. 둘째, 주식시장은 이익의 변화만으로 설명되지 않는 면이 많다. 대표적인 경우가 1998~2004년의 장세였다. 순이익이 1998년을 기점으로 꾸준히 늘어났음에도 불구하고 주식시장은 2005년에야 본격적으로 상승했다.

 

큰돈을 투자하며, 수많은 기관투자자들과 노력한 장기투자자들이 높은 비중을 차지하는 주식시장에 왜 이런 일이 벌어지는 걸까? 이코노미스트의 한 사람으로서 이 문제를 오랫동안 고민해왔는데, 최근 읽은 책 ‘투자에 관한 생각’을 통해 약간의 힌트를 얻을 수 있었다.

 

오크트리 캐피털 매니지먼트의 회장, 하워드 막스(Howard Marks)가 쓴 책 ‘투자에 관한 생각’은 수십 년 동안 투자업계에서 활동하면서 느꼈던 생각을 여러 주제에 맞춰 정리한 책이다. 그러다 보니 이 책에는 시장의 순환, 특히 호황과 패닉 속에 시장 참가자들이 어떻게 반응하는지 생생하게 발견할 수 있었다(119쪽).

 

투자업에 오래 종사할수록 나는 신용 주기의 영향에 대해 더 많이 감탄하게 된다. (중략)

 

-경제는 번영의 시기를 향해 간다 (중략)

-나쁜 소식이 거의 들리지 않기 때문에 대출과 투자에 수반되는 리스크가 감소한 것처럼 보인다.

-리스크 회피가 사라진다.

-금융기관들은 사업을 확대하려고 조치를 취한다. 즉 더 많은 돈을 제공하려 든다.

-금융기관들은 요구 수익을 낮추고(가산금리를 인하하는 게 일반적이다), 신용 기준을 낮추며, 계약조건을 완화하며 시장점유율 경쟁에 나선다. 

 

(중략) ‘이코노미스트’에서 언급했듯, “최악의 대출은 최고의 시기에 실행된다.” 

 

마지막 대목은 정말 고개를 끄덕이게 한다. 

 

실제로 아래 그래프에 나타난 것처럼, 회사채의 가산금리가 역사적인 바닥에 도달할 때 은행의 대출이 폭발적으로 증가하는 것을 쉽게 발견할 수 있다. 특히 투기등급 회사채의 가산금리가 5% 수준까지 떨어진다는 것은 금융시장 참가자들이 ‘고수익’에 목말라 있음을 의미할 뿐만 아니라, 리스크에 대한 회피가 사라진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미국 투기등급 회사채 가산금리와 상업은행 대출 증가율의 관계. 음영으로 표시된 부분은 ‘경기후퇴’ 국면이다. 출처: 세인트루이스 연준

 

그러나 이상과 같은 신용순환이 한 번 꼬이는 순간, 주식시장은 패닉에 빠져들 수밖에 없다(책 120쪽).

 

-손실 때문에 대출자들은 의욕을 잃고 투자를 회피하게 된다.

-리스크 회피가 늘면서 금리가 오르고, 여신 규제, 계약 조건이 늘어난다.

-이용할 수 있는 자본금이 줄어든다.

-기업들은 자금에 굶주리고, 대출자들은 부채 상환을 연장할 수 없게 되면서 채무불이행과 파산이 빈발한다.

-신용순환이 경기 위축의 원인이자 악화요인이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직접 눈으로 목격하고 쓴 글 같은 생생함이 느껴지는 이 글은, 사실 2001년 11월 20일에 쓰여졌다. 2000년 정보통신 거품이 붕괴된 다음에 출현한 불황에 대한 묘사인데, 2008년과 너무나 유사하다는 것에 두려움을 갖게 된다. 

 

결국 금융시장은 끝없이 순환을 반복할 수밖에 없음을 깨닫게 된다. 이유는 다양하지만, 호황과 불황을 만드는 과정은 대단히 유사하다. 누구나 돈을 쉽게 빌리는 순간이 찾아오면 호황이 시작되며, 반대로 연체가 증가하고 가산금리가 급등하는 등 돈을 빌리기 어려워질 때 불황이 찾아온다. 

 

미국 투기등급 회사채 가산금리와 주식시장의 관계. 음영으로 표시된 부분은 ‘경기후퇴’ 국면​이다. 출처: 세인트루이스 연준

 

이런 면에서 볼 때, 최근 미국 등 글로벌 증시의 강세가 어느 정도 이해된다. 가산금리가 2000년대 중반보다 더 낮아지는 등 그 어느 때보다 돈을 빌리기 쉬워졌기 때문이다. 그리고 역으로 이야기하면, 돈을 빌리는 조건이 조금이라도 나빠질 때에는 주식시장이 상당한 영향을 받을 수 있음을 알아두면 좋을 것 같다. 

홍춘욱 이코노미스트

writer@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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