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문재인 정부가 최근 각종 복지 정책을 내놓으면서 과연 우리나라 재정으로 감당이 가능한지에 대한 우려가 고개를 들고 있다. 일각에서 ‘산타클로스 정책’이라는 비판이 이어지고 있기도 하다.
그러자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17일 취임 100일 기자회견에서 “산타클로스 같은 정책이 아니냐고 걱정을 하는데 하나하나 꼼꼼하게 재원 대책을 검토해 가능한 범위 내에서 설계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국가 재정에 부담을 주지 않는 범위에서 할 수 있다는 얘기다. 그러나 문재인 정부가 국가 재정 지표 중 자신에게 유리한 수치만 보면서 발생한 착시현상일 수도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문재인 정부는 기초연금 증액과 아동수당 시행,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등 복지정책을 연이어 발표했다. 문재인 정부 임기 5년 동안 기초연금 증액에 따른 예산은 21조 8000억 원, 아동수당 예산은 13조 4000억 원,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예산은 30조 600억 원이 필요하다. 5년에만 60조 원이 넘는 돈이 드는 셈이다. 국정기획위원회가 발표한 100대 국정과제 수행을 위해서는 최소 178조 원을 마련해야 한다.
이로 인해 재정건전성이 훼손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자 문 대통령은 100일 기자회견에서 복지 확대에도 재정건전성에 문제가 없는 만큼 허리띠를 졸라매고, 일부 증세와 자연적 증세가 이뤄지면 충분하다고 자신했다.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도 22일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서 복지 지출에 따른 재정건전성 악화 가능성 질문에 “국가 채무가 지난해 말 620조 원 정도인데 올해 말 국가채무는 700조 원이 넘지 않는 선에서 관리할 수 있을 것”이라며 “밖에서 보는 것보다 재정건전성에 신경을 많이 쓰고 있다”고 말했다.
이처럼 정부가 재정건전성에 자신감을 보이는 것은 국가채무가 국내총생산(GDP) 대비 낮다는 점을 들고 있다. 우리나라 국가채무는 2016년 기준으로 GDP 대비 38.3%로 다른 국가들에 비해 낮은 수준이다. 또 국가채무보다 범위가 넓은 국가부채 상황도 나쁘지 않다고 이야기한다. 국가채무에 4대 연금과 공기업 부채 등을 포함한 국가부채는 2016년 기준으로 1433조 원이다. 그런데 국가자산 총액은 1967조 원으로 자산대비 부채 비율이 72.9%에 그치는 등 부채보다 자산이 많은 상태라는 것이다.
그러나 전문기관들은 국가채무 비율의 급격한 상승, 국가자산에 숨어있는 허수 등을 무시한 것이라며 우려를 표시하고 있다. 우리나라 국가채무 비율은 20년 전인 1997년에는 11.9%에 불과했다. 20년 만에 3배 이상 상승하는 등 오름폭이 가파르다.
국가부채보다 많다는 국가자산에도 허점이 있다. 국회예산정책처가 최근 발표한 ‘2016회계연도 결산 총괄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국가자산에 국민연금과 사학연금의 투자자산이 포함되면서 착시 현상이 일어나고 있다. 2015년 1856조 원이었던 국가자산은 지난해 111조원 증가한 1967조 원이다.
국가자산에는 국민연금과 사학연금의 투자자산이 포함되어 있다. 이러한 국민연금 투자자산은 589조 원, 사학연금 투자자산은 17조 원으로 전체 국가자산의 28.9%를 차지하고 있다. 게다가 국민연금과 사학연금은 국가자산에 포함되면서도 향후 지급할 연금은 국가부채로 잡히지 않는다. 결국 통계상으로 국가자산이 늘어났지만 국가부채는 제대로 계산이 이뤄지지 않은 셈이다.
이러한 국민연금과 사학연금의 투자자산을 국가자산에서 뺄 경우 국가자산은 1420조 원으로 줄어든다. 국가자산보다 국가부채(1433조 원)가 많아지는 것이다. 국회예산정책처는 “국민연금 및 사학연금으로 인해 재무건전성이 일견 우량한 것으로 나타날 수 있으나, 이는 향후 지급될 연금 충당 부채를 계상하지 않는 효과”라며 “정부는 이를 감안해 재무상태를 이해하고, 국가재정 건전성 향상을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국민연금과 사학연금은 빠르게 고갈되고 있어 향후 국가부채가 급격히 늘어날 우려가 크다. 정부의 국민연금 장기재정 추계에 따르면 국민연금은 2044년에 적자로 돌아서며 2060년에 고갈된다. 사학연금은 2035년에 수입보다 지출이 많아지고 2051년에 바닥이 날 것으로 예상된다.
한 경제연구소 관계자는 “증세 없이는 지속가능한 복지도, 재정건전성 확보도 어렵다”며 “대기업과 부자 증세만으로는 감당하기 어렵다는 점을 인정하고 ‘중부담 중복지’를 위한 전반적인 증세 방안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승현 저널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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