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25일 징역 5년형을 선고받았다. 이를 숨죽여 지켜본 재계는 이 불똥이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관련 다른 대기업으로 튈지 노심초사하고 있다. 이 부회장에게 적용된 뇌물공여와 횡령 혐의는 미르·K스포츠 재단에 출연한 기업 총수들 모두에게 적용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박영수 특별검사팀(특검)이 박근혜·최순실 국정농단을 수사하는 과정에서 홍역을 치른 대기업은 SK, 롯데, CJ, 부영그룹 등이다.
SK그룹과 관련해 특검은 2015년 8월 최태원 회장의 특별사면 과정에서 청와대와 SK그룹 간 거래가 있었던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SK는 미르·K스포츠 재단 80억 원의 추가 출연을 요구받고 30억 원으로 액수를 낮췄으나 실제로 돈을 건네지 않았다. 이와 관련,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지난 4월 17일 검찰로부터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
롯데그룹은 면세점 사업권을 추가로 따내기 전인 지난해 3월 신동빈 롯데 회장이 박근혜 전 대통령을 만났다. 롯데는 미르·K스포츠 재단에 45억 원을 출연한 뒤 지난해 5월 최순실 씨가 실소유한 K스포츠재단에 ‘하남시 복합체육시설 건립’ 명목으로 70억 원을 추가로 지원했다가 돌려받았다. 제공한 것 자체가 뇌물공여에 해당하기 때문에 신 회장은 뇌물공여 혐의로 불구속 상태에서 재판을 받고 있다.
CJ그룹은 이재현 회장이 2013년 7월 1600억 원대 세금 탈루와 횡령 혐의로 2년 6월의 실형을 확정 받았으나 기업 총수 중 유일하게 2016년 광복절 특사로 풀려났다. 이재현 회장의 외삼촌인 손경식 CJ 회장은 검찰에서 “박 대통령과 독대 자리에서 총수 사면과 관련된 얘기를 나눴고 지난해 12월과 지난 1월 (미르·K스포츠) 재단에 돈을 냈다”는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전해진다.
부영그룹은 국정농단과 관련, 재계로부터 실질적으로 돈을 걷어내는 역할을 한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과 연관 있다. 안 전 수석은 2016년 2월 이중근 부영그룹 회장을 만나 ‘K스포츠재단 추가 지원’을 요구했고 부영 측에선 ‘세무조사 편의’를 요구했다. 부영은 2015년 12월쯤부터 해외 법인을 통한 이 회장 일가의 탈세 의혹과 관련해 세무조사를 받던 상황이었다.
지원을 조건으로 세무조사 무마를 청탁한 셈이지만 최순실 씨 반대로 부영은 돈을 건네지 않았다. 결국 이 회장은 2016년 4월 조세포탈 혐의로 검찰에 고발됐다.
전국경제인연합회, 대한상공회의소, 한국경영자총협회 등 주요 경제 단체들은 이번 이재용 부회장 선고 결과에 대한 공식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재계 관계자는 “특검이 수사 시간이 부족했던 만큼 삼성에 대한 수사에 총력을 쏟아 결국 이 부회장이 구속 상태에서 재판에 넘겨졌다”며 “문재인 정부가 기업 총수들의 불범행위에 대해 강경기조로 대응하고 있어 이번 선고가 다른 기업들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지 노심초사할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재계 다른 관계자는 “대통령이 부르고 청와대가 출연을 요구하는데 버틸 기업이 있겠는가. 그럼에도 정부와 여론이 같은 기류를 타고 있다”며 “총수가 구속될 경우 기업 인수·합병(M&A)이나 신규 투자 등에 대해선 차질이 불가피하다”고 우려했다.
장익창 기자
sanbada@bizhankook.com[핫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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