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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얼 실리콘밸리] 성차별에 인종차별까지…테슬라·우버·구글도 '천국'은 아냐

세계 초일류 선망의 기업에서도 차별 폭로, 해고 이어지며 사내 갈등 고조

2017.08.25(Fri) 16:02:44

[비즈한국] 미국이 인종차별 논란으로 뜨겁습니다. 버지니아 주립대가 있는 샬럿츠빌에서는 백인우월주의자 시위와 백인우월주의자 규탄 시위가 동시에 열렸습니다. 시위대가 충돌하며 사상자도 발생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백인우월주의자를 두둔하는 발언을 했습니다. 

 

이에 JP모건, 블랙스톤 등 각계 비즈니스 리더들이 대통령 자문기구에서 사퇴하겠다고 말하자 트럼프는 자문기구를 해체해 버렸지요.

 

시사 주간지 이코노미스트의 표지. 트럼프와 백인인종차별주의자의 관계를 풍자했다.


철지나 보이는 인종차별 논란에 휩싸인 미국. 그럼에도 실리콘밸리는 차별적 문화와 어느 정도 거리가 있는 듯합니다. 구글, 페이스북 등의 기업 말입니다. 모두에게 선망의 대상인 ‘멋진 기업’이니까요.

 

하지만 과연 그럴까요? 실리콘밸리도 미국입니다. 미국 전체를 강타한 이슈를 실리콘밸리도 피해갈 수 없었습니다. 최근 실리콘밸리에서도 차별 이슈가 터져 나오고 있습니다. 오늘은 실리콘밸리의 성차별 이슈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실리콘밸리 기업에는 여직원이 부족합니다. 올 초 ‘파이낸셜타임스’​는 샌프란시스코만의 IT 스타트업 중 직원 100명 이하인 기업 500개를 조사했습니다. 여직원 비율은 23%에 불과했습니다. 거대 IT 그룹의 상황도 비슷합니다. 구글, 페이스북, 트위터, 마이크로소프트, 애플, 아마존, 인텔의 여직원 비율은 평균 29%였습니다. ‘리더 포지션’에서 여성 비율은 18%로 더 줄었습니다.

 

급여와 승진에서 여성차별이 존재한다는 주장도 있었습니다. 미국 노동부는 구글의 남여 임금체계가 다르다는 정황을 포착하고 1월 구글을 고발했습니다. 재닛 와이처 국장은 구글에서 자행되는 여성 임금 불균형 문제를 발견했다고 증언했지요. 미국 노동부는 미국 최대 IT 업체 오라클이 유색인종 여성보다 백인 남성에게 더 많은 급여를 준다고 소송을 시작하기도 했습니다. 해당 기업들은 차별은 없다고 주장합니다. 

 

무엇이 진실일까요? 쉽게 말하기는 어렵습니다. 판단에 앞서, 최근 제기되었던 이슈를 이야기할 수는 있겠지요.

 

우선 테슬라를 보겠습니다. 올해 3월 8일 세계 여성의 날 행사에서 테슬라는 여성에 대한 고정관념에 찬 세션을 기획하여 비판의 소리를 들었습니다. 경영진은 행사를 연기했습니다. 대신 타운홀 미팅을 열어 직원들 의견을 듣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이 미팅에서 20여 명의 여직원이 테슬라에서 겪었던 성추행, 괴롭힘, 불공평한 승진 등 불만 사항을 공유했지요.

 

5월 테슬라는 최초의 여성임원을 영입합니다. 개비 톨레다노 최고 인사운영자(CHO)였습니다. 그는 들어오자마자 세계 여성의 날에 성차별 문화를 성토했던 직원 중 하나인 엔지니어 AJ 벤더메이든을 만났습니다. 그는 사직해서 퇴직금을 챙기든지, 해고당하든지 둘 중 하나를 선택하라고 통보했습니다. 

 

벤더메이든은 사직을 거부했고, 그날로 해고됐습니다. 일론 머스크 대표 또한 사내 이메일에서 ‘자신이 승진하지 못했다고 수백만 달러의 소송을 거는 경우가 있었다’며 테슬라를 비판한 직원들을 넌지시 비난했습니다.

 

우버의 성차별 스캔들을 다룬 CBS의 뉴스 클립.

 

우버 또한 최근 성차별 문화로 홍역을 앓았습니다. 지난 2월 우버 전 엔지니어 수전 파울러는 장문의 글을 올렸습니다. 우버에서 다니는 동안 성추행, 성차별을 수없이 많이 경험했다는 폭로였습니다. 그녀의 관리자는 섹스할 여자를 찾고 있었고, 여자친구가 있음에도 수전 파울러를 성추행했다고 합니다. 수전 파울러는 이를 인사과에 보고했지만, 인사과는 경고 외에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았습니다.

 

폭로 후 우버는 엄청난 비난을 받았습니다. 우버는 전 법무부 장관 에릭 홀더를 고용해 성차별 문제 수사를 지시했습니다. 스타 여성 CEO인 아리아나 허핑턴을 이사회에 영입하기도 했지요. 

 

그럼에도 문제는 해결되지 않고 있습니다. 성차별 문화를 개선하기 위해 모였던 사내문화 회의에서 우버의 이사 데이비드 본더먼이 ‘여성이 늘어나면 말이 많아진다’는 성차별적 발언을 했습니다. 직원들은 크게 분노했지요. 본더맨은 즉각 사임했지만, 우버가 ‘성차별적 기업’이라는 이미지는 쉽게 사라지지 않고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구글입니다. 가장 선망받는 기업. 가장 뛰어난 문화를 갖고 있다는 기업. 가장 소수자를 존경한다는 기업. 심지어 백인이 아닌 아시아계가 대표를 하는 기업. 구글도 성차별 이슈를 피해갈 수는 없었습니다.

 

시작은 구글의 엔지니어 제임스 다모어가 올린 ‘구글의 이데올로기 밀실’이라는 글이었습니다. 여기서 그는 보수적 관념을 가진 사람이 역차별을 당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습니다. 또한 엔지니어, 리더 포지션에서 여성의 비율이 낮은 이유는 생물학적인 차이 때문이라고 말하기도 했지요. 구글은 좌편향되어 있고, 보수적인 의견을 가진 사람의 주장도 받아들여야 한다는 주장입니다.

 

이 글은 구글 내부에서 큰 반향을 일으켰습니다. 외부에서도 큰 화제가 되었지요. 즉각 구글 경영진은 대책을 세웠습니다. 구글의 부회장 다니엘레 브라운은 제임스 다모어의 메모에 대해 사규를 통해 조치했다고 밝혔습니다. 이후 복수 매체에서 제임스 다모어가 해고되었다는 사실이 알려집니다.

 

논란이 커지자 구글 CEO 순다 피차이는 공식 입장을 발표했습니다. 구글은 다양한 의견을 존중하지만, 생물학적인 특징으로 누군가가 어떤 일에 적합하지 않다고 이야기하는 행동은 구글의 규범에 어긋났다는 말이었습니다. 구글은 이어서 8월 10일, 제임스 다모어 이슈에 대해 논의하는 타운홀 미팅을 계획했었습니다. 

 

하지만 타운홀 미팅은 취소되었는데요, 제임스 다모어의 해고에 불만을 느꼈던 직원들이 제임스 다모어를 비판했던 직원들의 신상을 공개했기 때문입니다. 심지어 미팅에서 쓸 예정이었던 질문들도 유출되었습니다. 정치적인 논쟁으로 구글 내부에서 분열이 시작된 겁니다.

 

구글의 성차별 이슈를 다룬 CNBC 뉴스 클립.

 

인종차별, 성차별 문제는 해결된 문제가 아닙니다. 오히려 아직도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는 이슈죠. 트럼프를 대통령으로 선택한 미국의 한 부분은 ‘우리 백인 남성들이 더 큰 역차별을 받고 있다’고 분노하고 있습니다. 그 사람들의 염원은 백인 우월주의를 두둔하는 트럼프 대통령이 대표하고 있습니다.

 

해외기업 이슈를 다루는 글을 자주 보게 되는데요, 그중 유독 불편하게 느껴지는 종류의 글이 있습니다. 해외 기업을 ‘천국’으로, 한국을 ‘지옥’으로 보는 프레임의 글입니다. 이는 현실에 도움이 되지 않을뿐더러, 사실도 아닙니다. 잘 모르니까 문제가 안 보여 좋아 보이는 경우가 많습니다. 어떤 곳이든 심각한 문제가 있기 나름이니까요. 물론 세계 초일류 기업이면 배울 점이 많을 겁니다. 하지만 완벽한 곳은 없습니다.

 

실리콘밸리는 천국이 아닙니다. 그렇다고 좌절할 필요는 없습니다. 미국이든 한국이든, 더 나은 세상을 위해 고민하고 소통하고, 싸워야 합니다. 미국조차도, 실리콘밸리조차도 아직은 갈 길이 멀다는 사실을 느끼게 해준 이슈, 실리콘밸리의 성차별 논란이었습니다.​ 

김은우 아이엠스쿨 콘텐츠 디렉터

writer@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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