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불황의 늪에서 허우적대던 국내 조선업계가 올 상반기 준수한 성적표를 받고 반등에 성공하는 모습이다.
조선업계의 맏형 현대중공업은 올 상반기 2788억 원의 영업이익을 달성하며 지난해 1분기 이후 6분기 연속 영업흑자 행진을 이어갔다. 삼성중공업은 올 상반기 481억 원의 영업이익을 거뒀고, 대우조선해양도 같은 기간 8880억 원의 영업이익을 달성했다. 완벽하지는 않지만 이쯤 되면 불황에서 완전히 벗어났다고 평가할 만하다.
그러나 올해 거둔 실적을 살펴보면 그리 건전한 성과를 올린 것은 아니다. 먼저 현대중공업은 지난해 2분기 매출 9조 8627억 원에서 같은 해 3분기 8조 8000억 원, 4분기 10조 3400억 원, 올 1분기 4조 8000억 원, 2분기 4조 6000억 원 등 매출이 점점 쪼그라들고 있다. 회사의 규모 자체가 줄고 있다는 뜻이다. 지난해 6월부터 올 6월까지 현대중공업 직원은 3263명이나 감소했다. 일종의 ‘불황형 흑자’를 보고 있는 셈이다.
이는 삼성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도 별반 다르지 않다. 두 회사는 같은 기간 3000명을 감원했다. 삼성중공업은 분기 매출이 2조 7000억 원대에서 2조 2000억 원대로 뚝 떨어졌다. 대신 영업적자를 흑자로 돌리는 데 성공했다. 원가절감과 생산효율성 제고 등 구조조정 노력을 통한 실적 개선은 나무랄 바 없다. 다만 체중 감량을 통한 흑자 전환은 미래 성장가능성을 헤칠 수 있다.
대외적으로는 조선업 경기가 살아난 듯 보이지만 아직 터널은 끝나지 않았다. 선박 수주량이 크게 회복되지 않은 가운데 선박 가격은 소폭 올랐지만 수주 부진을 만회할 만한 수준은 안 된다. 중국 업체들이 경쟁적으로 저가 수주에 나서고 있어 선박 가격이 반등할 가능성도 높지는 않다. 지난해 중국이 납품한 선박 수는 총 620대로 211억 달러였다. 대당 3400만 달러 꼴이다.
지난해 납품했다는 것은 선박 가격이 급락하기 전인 2013~2015년께 수주한 물량이란 뜻이다. 그런데 올해 1월부터 7월 첫째 주까지 납품한 선박 수는 총 356대로 전체 가격은 133억 달러였다. 대당 3735만 달러. 지난해와 비교해 상황이 크게 개선되지는 않았다는 의미다.
그나마 현대중공업그룹 조선 3사가 올 상반기 총 73척(47억 8100만 달러)을 수주하는 등 국내 조선업계의 수주 물량이 많아지고 있는 점은 불행 중 다행이다. 삼성중공업도 액화천연가스(LNG)선 3척 등을 포함해 총 15척(51억 달러)을 수주했다. 대우조선은 총 7척(7억7000만 달러).
현대중공업 관계자는 “단기적으로 구조조정 성과가 지표로 나타나고 있지만 업황이 나아지거나 경영상태가 정상화됐다고 말할 수는 없는 단계”라고 평가했다.
일단 상반기 수주물량이 많아 당장은 괜찮아 보이지만, 2~3년 전 수주 부진에 따른 올 하반기 일감 공백이 나타날 가능성이 있다. 일감이 없으면 자연히 실적도 하락한다. 조선·해운 분석기관 클락슨의 조사에 따르면 수주잔량이 한 척이라도 있는 액티브 야드(Active Yard)는 이달 초 기준 전 세계적으로 358개에 불과하다. 2009년 934개의 절반에도 못 미친다. 매출 보릿고개를 지나야 할 처지다.
김서광 저널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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