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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춘욱 경제팩트] '고슴도치'의 전망이 빗나가는 이유

10년 지나면 낡은 지식…새 정보 민감한 '여우'의 예측력이 뛰어날 수밖에

2017.08.21(Mon) 10:34:04

[비즈한국] 일전에 소개했던 책 ‘슈퍼예측’에서 테틀록 교수는 전문가 집단을 ‘고슴도치’와 ‘여우’로 분류하고, 고슴도치와 여우의 전망은 정확도에서 아주 크게 차이가 난다고 주장한다(책 112~115쪽).
 
어떤 이유로 한 집단이 다른 집단보다 나았을까? (중략) 차이를 만든 중요한 요인은 바로 ‘그들이 생각하는 방식’이었다. 고슴도치들은 빅 아이디어에 대한 자신들의 생각을 체계화하는 경향이 있었다. (중략) 그들은 문제가 복잡할 경우 문제를 마음에 드는 인과관계의 틀에 억지로 밀어 넣은 다음, 틀에 맞지 않는 것은 모두 부적절한 방해물로 간주했다. (중략)
 
반면 여우들은 좀 더 실용주의적이었다. (중략) 그들은 가능한 한 많은 곳에서 많은 정보를 수집했다. 그들은 생각하는 도중 사고의 변속기를 자주 바꾸었고 ‘그러나’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등의 연결사를 자주 사용했다. 특히 확실성이 아니라 가능성이나 확률이라는 단어를 즐겨 사용했다. (중략) 이기는 쪽은 늘 여우다. (중략) 여우들은 정말로 예지력이 있었고, 고슴도치에게는 그것이 없었다. 

우리가 아는 지식의 절반이 틀린 것으로 드러나는 데 걸리는 시간, 다시 말해 ‘지식의 반감기’는 생각보다 짧다. ‘​고슴도치’​ 전문가는 이를 무시하지만, ‘​여우’​ 전문가는 늘 새로운 정보를 모으기 때문에 그들의 예측 가능성이 높을 수밖에 없다.


빅 아이디어를 밀어붙이면서 큰 그림을 그리는, 그리고 선정적인 주장을 펼치는 고슴도치형 전문가들의 전망에 귀를 기울일 필요가 없다는 이야기는 매우 참신했다. 그런데 이 대목에서 한 가지 의문이 들었다. 꾸준히 정보를 모으고 업데이트하는 전문가 집단, 즉 여우의 예측이 더 정확한 이유는 어디에 있을까? 

테틀록 교수는 신중한 태도와 확률적 전망, 그리고 기존 전망에 구애되지 않는 심리적 편향이 여우의 예측에 신뢰감을 불어넣어준다고 이야기한다. 그러나 예측을 대하는 태도 말고 또 다른 요인은 없는지 궁금했는데, 최근 읽은 책 ‘지식의 반감기’ 덕분에 궁금증을 풀 수 있었다. 

이 책은 방사성 동위원소 덩어리가 절반으로 붕괴되는 반감기를 가지는 것처럼 우리가 알고 있는 지식의 절반이 틀린 것으로 드러나는 데 걸리는 시간, 다시 말해 ‘지식의 반감기’를 추적한 책이다. 즉 현재 우리가 알고 있는 이론과 지식은 시간의 경과에 따라 결국 틀린 것으로 판명 난다는 이야기다.

이 대목에서 필자의 경험을 잠깐 소개하자면, 박사논문을 쓰기 위해서는 크게 두 가지의 작업이 필요하다. 하나는 논문에서 제기하는 주장을 함축한 ‘가설’을 만드는 것이며, 다른 하나는 이 ‘가설’이 현실을 잘 설명하는지 검증하는 일이다.

논문을 잘 쓰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가설’을 잘 만들어야 한다. 이론적으로 타당하지 않은 가설을 설정하면, 아무리 데이터를 모아서 검증한들 설득력이 있을 리 없기 때문이다. 결국 좋은 ‘가설’을 세우기 위해서는 연구하는 주제에 대한 꼼꼼한 분석이 필요할 뿐만 아니라, 무엇보다 선배학자들의 논문을 읽을 수밖에 없다. 그런데 선배학자들의 논문을 읽다 보면 자연스럽게 ‘최신’ 논문만 읽고 있음을 느끼게 된다. 

물론 대학원 과정 수업시간에는 1960년대나 1970년대에 발표된 노벨경제학상 받은 석학들의 논문을 읽기도 하지만, 박사논문을 쓰는 국면이 되면 이야기는 전혀 달라진다. 지난 5년 이내에 발간된 논문들에 집중하며, 특히 1~2년 내에 톱 저널에 발표된 논문들은 표지의 ‘요약’만이라도 읽으려 애쓰게 된다. 경제학계, 그리고 필자의 전공분야인 재무학계(Finance)는 매우 빠르게 바뀌기 때문이다. 즉 아무리 유행하고 또 대가의 이론이라도, 새로운 논문이 나오면서 순식간에 낡은 것이 된다.

예를 들어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전에 쓰여진 논문들에서는 경기의 변동성이 크게 줄어든 시기라는 뜻의 ‘대안정기(Great Moderation)’라는 표현이 많이 등장하며, 시장이 효율적이라는 것에 많은 부분 동의한다. 그러나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발표된 논문의 상당수가 인간의 ‘비합리적인 행동’에 주목하며, 자산가격이 어떨 때 균형 수준을 벗어나 거품의 국면에 도달하는지 파악하고 예측하기 위한 부분에 집중한다. 특히 자산시장에 존재하는 다양한 이례적 현상, 예를 들어 변동성이 적은 주식(Low Vol)이 왜 지속적으로 시장 대비 초과 성과를 거두는지 파헤치기 위해 탐구한다. 

결과적으로 예전의 이론들은 매 10년 혹은 20년마다 인용건수가 반 토막 난다. 이론에 ‘반감기’가 도래하는 셈이다. 그럼 어떻게 해야 지식이 급격히 반감되는지를 측정할 수 있을까? 이에 대해 책의 저자 새뮤얼 아브스만 박사는 아주 흥미로운 방법을 제시한다(책 58~59쪽).
 
대부분의 논문이 단 한 번도 인용되지 않는다. 단 한 번 인용되고 잊히는 논문도 부지기수다. 또 어떤 논문은 해당 저자가 쓴 다른 논문에서만 인용된다. (중략) 그리고 아주 드물지만, 다른 학자들의 논문보다 훨씬 더 많이 인용되어 진정으로 해당 분야의 바탕이 되는 지식을 제공하는 군계일학의 논문도 있다.

어떤 논문에 담긴 ‘진실’이 붕괴되는 것을 알려면, 그 학문 분야의 평균적인 논문이 더 이상 인용되지 않을 때까지 얼마나 걸리는지 측정해보면 된다. 아무도 관심을 갖지 않거나, 해당 학문과의 관련성을 잃거나, 새로운 연구에 의해 반박 당하는 경우 이 논문은 살아 있는 과학적 문헌으로서의 지위를 상실한다. 다시 말해 낡아버린다는 뜻이다. 

그러니까 어떤 학문 분야의 논문 중 절반에 대한 인용이 중단되는 데 걸리는 시간도 일종의 반감기에 해당한다. 이렇게 하면 지식이 효력을 잃는 과정을 살펴볼 수 있을뿐더러 그 결과를 유용하게 써먹을 수 있다. 

이런 식으로 학문별 ‘지식의 반감기’를 조사해보면, 아래의 표와 같다.

학문별 지식의 반감기. 출처: 지식의 반감기, 61쪽


예상대로 물리학의 반감기가 제일 길고 종교학이 8.76년으로 제일 짧은 것을 발견할 수 있다. 이런 현상이 나타난 이유는 자연과학의 경우, 검증이라는 시련을 견뎌낸 연구 결과만 책에 실리기에 새로운 이론이 이를 논박하는 데 시간이 더 많이 걸린다고 볼 수 있다.

문제는 일부 전문가(고슴도치)들이 지식의 반감기를 애써 무시하는 데 있다. 예전에는 주류를 이룬 이론이었을지 모르지만, 새로운 증거와 주장이 나타나 이제 ‘낡은 이론’이 되어버린 경우에도 이를 인정하지 못하면 예측이 빗나갈 가능성이 높아질 수밖에 없다. 반면 일부 학자(여우)들이 새롭게 발견된 사실과 정보를 지속적으로 취합하고 더 나아가 자신의 이론을 발전시키는 계기로 삼는다면, 결국 고슴도치들은 날이 갈수록 여우에게 뒤쳐질 수밖에 없다.

홍춘욱 이코노미스트 writer@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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