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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은 '몰카와의 전쟁'에서 승리할 수 있을까

삭제비용 지원 및 파일공유 사이트 상시 감시키로…여성단체 "아쉽지만 다행"

2017.08.21(Mon) 14:46:15

[비즈한국] 타인의 신체 부위를 몰래 촬영하는 ‘몰카(몰래카메라)’ 범죄를 규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이 가운데 최근 문재인 대통령이 몰카 범죄를 직접 언급하며 대통령발 ‘몰카와의 전쟁’이 시작됨에 따라 몰카범죄가 줄어들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문재인 대통령. 사진=청와대 제공


문 대통령은 8일 국무회의에서 “몰래카메라 범죄가 계속 늘어나면서 일상생활 곳곳에서 누구든 피해자가 될 수 있어 여성들의 불안이 커지고 있다”고 언급하며 “몰카범죄에 대한 처벌 강화와 피해자 보호를 위한 특단의 조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더불어 몰카 영상물을 유통하는 사이트와 유포자에 대한 규제 및 대응을 강화할 것을 요청했다.

 

리벤지포르노(헤어진 연인의 성관계 모습을 담은 영상을 유포하는 것) 및 몰카범죄에 대한 강력한 규제는 문 대통령이 대선후보 시절 발표한 ‘국민이 만든 10대 공약’ 가운데 하나이기도 하다. 문 대통령은 당시 ‘몰카, 리벤지 포르노 완전 근절’을 약속하며 디지털 성범죄 유통사이트를 전수조사해 폐쇄조치 하겠다는 방침을 밝힌 바 있다.

 

문 대통령이 직접 ‘몰카범죄’에 대해 언급한 후 가장 먼저 행동에 나선 부처는 방송통신위원회(방통위)다. 방통위는 문 대통령이 몰카범죄에 대한 대책을 요구한 지 6일 만에 몰래카메라 및 보복성 성 영상물 등 인권침해 영상물에 대한 집중 단속을 실시했다.

 

방통위는 14일부터 10일간 웹하드사업자와 SNS 등 주요 유통채널을 점검하고 점검결과를 사업자에게 통지해 즉시 삭제·차단 조치하도록 하고, 채증자료를 데이터베이스로 구축해 유통을 차단한다는 계획이다. 더불어 네이버, 구글 등 주요 포털사업자들과 협력해 인권침해 영상물에 대한 조치 및 자율규제를 강화키로 했다.

 

방통위 관계자는 ‘비즈한국’과의 통화에서 “최근 몰카 및 리벤지포르노 등이 사회적 이슈가 되면서 방통위 차원에서 독자적으로 가능한 방법을 모색했다. 지난해 1월부터 점검체계를 구축하고 웹하드에서 유통되는 불법 음란물에 대해 상시 모니터링 해오고 있었으나, 개인 인권침해 영상물에 대해서만 기획해 집중단속을 실시하는 것은 올해 처음이다. 현재 미래부에 등록된 웹하드 사업자와 63개 사이트에 대해 모니터링 요원들이 집중적으로 단속하고 있으며, 불법 영상물이 발견되는 즉시 차단·삭제토록 조치하고 있다. 주요 포털 사이트에 대해서는 두 차례 회의를 통해 불법 영상물 관련 자율규제를 강화키로 협의했다”고 전했다.

 

이어 그는 “웹하드 사업자들도 선의를 갖고 (인권침해) 영상을 지우려 노력하고 있으나, 집중단속을 해보니 불법 헤비업로더들이 주기적으로 영상을 게재해 어려운 부분이 있었다. 영상을 공급하는 유포자를 차단하기 위해 아이디 등을 정리하고 채증자료를 모아 경찰과 협의해 형사고발을 진행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한 웹하드사이트의 ‘몰카’​ 키워드 검색​ 경고 문구


몰카범죄에 대한 정치권의 움직임도 적극적이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몰카 및 리벤지포르노 범죄에 대해 진선미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 몇몇을 제외하면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았으나 문 대통령의 발언 전후로 ‘몰카 범죄’에 대한 정계의 관심이 높아진 것이다.

 

지난 7월 7일 정현백 여성가족부 장관은 몰카 및 리벤지 포르노 유포 피해자에게 상담 및 유포기록 삭제 비용 지원을 추진하겠다고 밝혔으며, 지난 13일에는 장병완 ​국민의당 ​의원이 몰카의 제조·수입·유통 등 전 단계를 정부가 사전통제하는 내용을 담은 ‘몰카근절법’을 발의했다.

 

이러한 각계 노력에도 불구하고 갈 길은 멀다. 지난해 9월 진선미 의원이 대표 발의한 ‘리벤지포르노 처벌법’은 1년이 되어가지만 국회 상임위에 계류 중이며, 몰카 및 리벤지포르노 또한 여전히 파일공유 사이트 등을 통해 공유되고 있기 때문이다.

 

미래부에 등록된 파일공유 사이트를 확인한 결과, 일부 사이트에서는 ‘몰카’ 키워드 검색이 제한되거나 금지돼 있었다. 그러나 여전히 다수 사이트에서는 검색 시 경고문구가 뜨는 것 외 규제는 없는 듯 보였으며, 몰카 영상을 쉽게 확인할 수 있었다. 방통위의 규제 노력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불법 인권침해 영상물이 버젓이 유통되고 있는 것이다.

 

진선미 의원의 후원금 요청글. 사진=진선미 의원 SNS


여성계는 리벤지포르노를 모니터링하는 프로젝트를 진행하거나, 몰카 관련 법안을 발의한 의원에게 힘을 싣는 등의 노력을 함께 하고 있다. 지난해 9월 ‘리벤지포르노 처벌법’을 대표 발의했던 진 의원은 지난 9일 자신의 SNS에 문 대통령의 ‘몰카범죄’ 언급 관련 기사를 게재하며 “리벤지포르노 처벌법, 몰카예방법은 여전히 국회에서 계류 중이다. 통과를 위해 많은 지지를 부탁드린다”고 전했다. 

 

일부 여성 온라인커뮤니티에서는 진 의원의 후원금 요청글을 공유하거나 후원금을 보내며 응원했다. 한 누리꾼은 후원금을 보냈다고 밝히며 “진 의원의 후원금 요청에 적힌 ‘몰카 퇴치’ 문구가 마음에 들었다”고 전하기도 했다.​

 

디지털성폭력대항단체 DSO(Digital Sexual Crime Out·디지털 성범죄 아웃)는 18일 디지털 성범죄 가해자와 이를 방관하는 구글, 트위터, 페이스북 등 해외기업을 규탄하는 시위를 했다. DSO는 지난해부터 디지털성범죄 영상에 대한 모니터링 등 디지털성범죄 피해 예방을 위해 노력해 온 단체다. 이 단체는 지난 4월 시민입법 플랫폼 ‘국회톡톡’에서 ‘몰래카메라 판매 금지 법안’ 제정을 청원한 바 있다.

 

하예나 DSO 대표는 ‘비즈한국’과의 통화에서 “지난해 방통위를 비롯한 정부부처에 계속해서 디지털성범죄 예방 및 피해자 지원 등을 위한 행정적 대응을 요구했으나 외면당했다. 대통령 말 한마디에 방통위 등이 갑자기 태세전환을 하는 것이 씁쓸하다. 한편으로는 다행한 일이라고 생각한다”며 “앞으로 몰카 판매 금지 법안, 피해자 지원 등과 관련해 간담회가 예정돼 있다. 국회톡톡 청원을 비롯해 많은 분이 함께 힘을 모아주셨고, 여론이 형성돼 가능한 일이었다. 앞으로도 디지털성범죄 대응과 관련해 다양한 활동을 해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 

여다정 기자

yrosadj@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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