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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30 현자타임] 경찰차 뒷좌석 문에는 안쪽 손잡이가 없다

청렴사회로 가기 위한 길, 공익제보자의 내부고발을 이끌어내기 위한 조건

2017.08.17(Thu) 18:34:44

[비즈한국] 2011년 겨울이었다. 군입대를 앞둔 친구들과 술을 마시고 당구장에 갔다. 입대를 앞둔 사람의 마음만큼 허전하고 추운 겨울이었다. 군입대를 앞두었다는 사실 말고는 평소와 다를 것 없이 시시껄렁한 농담을 나누며 당구를 쳤다. 게임을 끝내고 집에 가려니 친구의 외투가 없는 것 아닌가! 게임비 독박 쓴 주인이 부끄러워 제발로 도망간 건 아닐테고, 누가 훔치기엔 평범한 외투였다. 곁에 있는 건 친구들과 외투뿐이었는데, 외투마저 없어지니 그 친구는 어안이 벙벙했을 거다.

 

CCTV를 돌려보니, 우리 옆 테이블에 있던 사람들이 자연스레 외투를 가져갔었다. 다행히 카드로 결제해 결제정보가 남아 있었지만 휴일이라 곧바로 알 수 없었다. 학교 근처에 사는 분으로 추정되어 우린 곧바로 뛰쳐나가 학교 근방 술집과 골목길을 뒤졌다. 시원한 버디무비를 찍었으면 좋았으련만 영화는 영화일 뿐, 우리는 범인을 잡기는커녕 추운 겨울에 땀나게 운동하고 조용히 경찰서에 신고했다. 

 

경찰차를 타고 파출소에 갔다. 내리려고 하는데, 이게 웬 걸. 경찰차 뒷좌석 문은 안쪽에서 열 수가 없었다. 손잡이 자체가 없었다. 일행의 도움이 없으면 나가기는커녕 창문을 내릴 수도 없었다. 어미 닭이 부리로 껍질을 쪼아줘야 마침내 세상의 빛을 보는 병아리의 마음이 이랬던 걸까. 친절한 순경님의 도움으로 우린 경찰차에서 탈출할 수 있었다. 

줄탁동시라는 사자성어는 밖과 안의 조화가 일어나야 생명이 태어난다는 뜻이다. 밖에서의 일방적 강요가, 안에서 외로운 사투만으론 아무 것도 일어나지 않는다. 

 

모두가 “네”라고 할 때, “아니오”라고 말할 소신을 키워야 한다고 배웠다. 하지만 현실은 아니다. ​사진 = 이세윤 디자이너

 

사회의 수많은 부조리를 볼 때마다 우린 침묵한다. 오히려 침묵하지 않고 말하는 사람을 축출해낸다. “악화가 양화를 구축한다"는 문장이 어렵다고 툴툴대지만, 우리는 참 쉽게 실천한다. 손은 눈보다 빠르고 배움은 말보다 빠르다. 

 

인사규정을 고쳐 측근을 채용하고, 용역업체가 3억 원을 유용했는데도 눈을 감아준 사장이 있다. 이 문제를 시민단체에 제보한 사람은 공익제보자 혹은 내부고발자라 불리지만 내부에선 ‘기생충'이라 불렸다. 공익을 위할수록 처벌받고 욕먹는 모습이 어제오늘 일은 아니다. 김영수 전 해군 소령은 군납비리를 밝힌 대가로 군복을 벗어야 했고, 전경원 전 하나고등학교 교사는 부정입학 비리를 제보했다가 해임 당했다. 현대자동차에 다니던 김광호 부장도 불량부품이 사용됐다는 사실을 제보하자 마자 해고당했다. 사유는 보안규정 위반이었다. 자동차의 안전은 신경쓰지도 않던 사람들이 조직의 보안엔 참으로 민감하다. 

 

부정이 있으면 말하고, 비리가 있으면 제보하는 것이 당연지사라고 배웠다. 모두가 “네”라고 할 때, “아니오”라고 말할 소신을 키워야 한다고 배웠다. 하지만 현실은 아니다. 공익제보란 그럴 듯한 이름이 붙어 있지만, 실상은 그럴듯하지 않다. 문제제기를 하고, 제보한 사람이 행복했던 사건을 본 적이 한 번도 없다. 안에서 모든 것을 걸고 껍질을 깨기 위해 발악해봤자, 바깥에서 도와주지 않으니 말짱 도루묵이다. 

 

안에서 껍질을 깨기 위해 노력해도 바깥에서 도와주지 않으면 병아리는 태어나지 않는다. 바깥에서 열어주지 않으면 경찰차 뒷좌석서 나갈 수 없다. 밖에서 도와주지 않으니, 열어 주지 않으니 나갈 생각도 없어진다. 내부고발을 공익제보라는 그럴싸한 이름으로 바꿔도 달라지지 않는다. 

 

문재인 대통령은 후보 시절 공익제보 핫라인, 공익제보 보호제도 강화, 청렴위원회 설립을 약속했다. 정부가 모든 비리를 알 수 없기에 청렴을 위해선 내부 도움이 필요하다. 침묵하지 않으면 불이익이, 침묵하면 이익이 되는 지금을 바꾸기 위해선 밖에서 껍질을 같이 쪼아주는 어미 닭이 필요하다. 지금 당장 말이다.

구현모 알트 기획자

writer@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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