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지난주 30대 남성 세 명이 불구속 입건된 일이 뉴스에 등장했다. 6월에 올림픽대로에서 과속 운전으로 사고를 내 상대방을 다치게 한 혐의라는데, 이 정도만으로는 뉴스에 등장했을 것 같지는 않다. 아마 이들 모두 고급 외제차를 가지고 시속 230km 넘게 과속을 하며 아슬아슬 레이싱에 가까운 난폭운전을 했기 때문일 것이다. 그 외에도 많은 사고가 과속 때문에 일어남에 따라(물론 더 많은 사고가 졸음운전, 전방 주시 태만이나 신호 위반 등에 의해 일어난다) 관계 당국은 도로에 따라 제한속도를 내리거나 단속 카메라 설치를 늘리는 등 대책 마련에 나섰다.
단속 카메라라고 흔히 부르지만 카메라만 가지고는 속도를 잴 수가 없다. 당연히 다른 측정 시스템이 함께해야 한다. 기본적으로 속도를 재려면 이동 거리와 시간을 알아야 한다(속도=거리/시간). 과학에서 엄밀히 얘기할 때는 속도와 속력의 말뜻이 다르지만, 여기에서는 구분 없이 일상의 의미에서 ‘속도’를 쓰기로 하자.
먼저 도로 상공에 고정 설치되어 있는 고정식 단속카메라를 살펴보자. 이 카메라의 전방 60미터에서 20미터 사이의 지면에는 고리형 센서가 두 군데 설치되어 있다. 교통카드를 단말기가 인식하거나 금속탐지기로 금속 물체를 찾아내는 것과 같은 원리인 전자기 유도현상에 의해 자동차가 이 지면의 센서들을 지날 때 전기신호가 발생한다. 두 센서 사이의 거리를 이미 알고 있으니 두 개의 전기신호 사이의 시간만 알면 속도를 알 수 있다. 이때, 과속으로 측정되는 경우에 카메라가 작동한다. 카메라를 뒤늦게 발견하고 바로 앞에서 브레이크를 밟았다면 이미 늦었다, 그냥 과태료 내는 수밖에. 사고가 나지 않고 과태료 내는 것에 감사해야 한다.
구간 단속 카메라는 고정식 단속카메라를 수 킬로미터 이상 간격으로 두 곳에 설치한 것과 같은 이치다. 구간의 시작 지점과 끝 지점에서도 과속을 단속하고, 두 지점 사이의 거리와 통과시간을 계산한 평균속도가 제한속도를 넘겼을 때도 단속한다. 단속 카메라 앞에서만 제한 속도를 지키는 꼼수를 부릴 수가 없는 구조다. 다시 한 번 말하지만, 단속되었다면 사고가 나지 않은 것을 감사해야 한다. 그러니 그냥 규정 속도로 운전하시길.
경찰관들이 도로 옆에서 삼각대에 설치한 카메라로 단속을 하거나 도로 옆의 박스 안에 설치된 무인 카메라가 단속을 하는 경우도 있다. 이런 이동식 단속카메라는 구형과 신형의 두 가지 형태가 있다. 신형은 일정한 시간 간격으로 레이저 신호를 보내는 장치이다. 이 레이저 신호가 자동차에 반사되어 돌아올 때까지의 시간을 재서 자동차까지의 거리를 구한다. 레이저 빛의 속도는 알고 있기 때문이다. 똑같은 일을 여러 번 해주면 레이저 신호의 시간 간격 동안 자동차가 이동한 거리를 통해 차의 속도를 알게 된다.
구형 이동식 단속카메라는 흔히 스피드건이라고 부르는 것으로 레이저 빛이 아니라 전파를 이용하는 장치이다. 이것은 파동의 특성에 따른 도플러 효과를 이용한 것이다. 잔잔한 연못 위의 오리가 앞으로 움직이게 되면 그 앞에 만들어지는 물결은 간격이 좁아지고(파장이 짧아진다), 잦아질 것이다(진동수가 커진다). 그러나 오리 뒤쪽의 물결은 간격이 넓어지고(파장이 길어짐), 뜸해질 것이다(진동수가 작아진다).
이렇게 파동을 만들어내는 물체의 움직임에 따라 실제와 다른 값의 진동수와 파장이 관측되는 현상이 도플러 효과다. 구형 이동식 단속카메라는 전파를 보내어 자동차에 반사되어 돌아왔을 때 그 진동수의 차이를 이용해 속도를 알게 한다.
이 도플러 효과를 이용해 우리는 GPS를 사용할 수 있게 되었다. 위성에서 오는 전파가 도플러 효과에 의해 진동수가 달라지는 것을 고려해서 통신을 해야 위치정보를 계산할 수 있게 되기 때문이다. 그리고 아마도 세계에서 유일하게 GPS 기반 내비게이션 시스템이 다시 단속카메라 위치를 알려주는 나라가 우리나라다. 단속 카메라 정보 업데이트에 들이는 노력은 다른 분야로 옮겨 꽃피우면 좋겠고, 빨리 달리고 싶은 욕망은 전용 서킷에서 펼쳤으면 좋겠다.
정인철 사이언스커뮤니케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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