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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수사팀' 재집결한 검찰, 원세훈 사건 '시간확보'부터

“수사팀 면면 보면 이미 수사 의지 천명”…원세훈 사건 공소장 변경 검토

2017.08.15(Tue) 10:24:25

[비즈한국] “인사는 목요일(17일) 부임이고, 그 밑에 평검사까지 다시 배치하고 수사 시작하려면 2주 정도의 시간은 걸리겠지만, 이번에 단행한 수사팀 면면만 봐서는 이미 수사 의지를 천명한 것 아니겠습니까?”

 

서울중앙지검(지검장 윤석열)이 국정원 수사 카드를 만지작거리고 있다. 이명박 정부 당시 국정원이 30여 개의 사이버외곽지원팀 등을 동원해 여론조작에 나섰다는 사실이 적폐청산 TF를 통해 확인됐다는 일부 보도에 대해 14일 검찰은 “관련 자료를 TF로부터 건네받아 수사 여부를 검토하고 있다”는 입장을 내놨다. 

 

원세훈 전 국가정보원장이 지난 7월 24일 서울 서초구 중앙지법에서 열린 대선개입 의혹 사건 파기환송심 결심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지난 11일부터 최근까지 두 차례에 걸쳐 자료를 건네받았지만 수사 여부는 ‘아직 미정’이라는 설명. 하지만 지난주 단행한 검찰 중간간부 인사 등을 감안할 때, 국정원 재수사는 이미 ‘결정된 사항’이라는 게 법조계 중론이다. ‘적어도 서울지검만 놓고 보면 윤석열(지검장·사법연수원 23기)의 의지가 90% 이상 반영된 인사’라는 평까지 나온 차장, 부장검사 등 중간간부급 인사를 보면 검찰의 수사 의지를 읽을 수 있다. 

 

법무부는 지난 10일 단행한 인사를 통해 국정원 관련 사건을 주도할 서울중앙지검 공안2부장에 진재선 대전지검 공판부장검사(30기)가 임명됐는데, 진재선 신임 부장검사는 과거 국정원 댓글 사건에 참여했던 수사팀원 출신이었다. 수사팀원에서 검사들을 이끌고 수사를 지휘하는 부서의 ‘장’으로 화려하게 복귀한 것이다.

 

게다가 현재 공소유지팀 중 홀로 원세훈 전 국정원장의 파기 환송심 공소유지를 이끌어오고 있는 김성훈 홍성지청 부장검사(30기)는 서울중앙지검 공공형사수사부장으로 발탁됐고, 파기 환송심 초반까지 원 전 원장의 공소유지에 참여했던 이복현·단성한 검사까지 부부장검사로 서울중앙지검에 복귀했다. 사실상 댓글수사팀 ‘재집결’이 마무리된 셈이다. 

 

자연스레 이들이 다시 ‘국정원 수사팀’에 합류할 것이라는 말이 나오는데, 일각에서는 당시 수사팀장이자 특수통인 윤석열 지검장이 직접 공안부와 특수부를 포괄하는 국정원 특별수사팀을 구성해 수사를 진두지휘할 가능성까지 거론되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이미 원세훈 전 국정원장이 재판이 진행되고 있다지만, 수사를 하다보면 이미 기소된 영역 밖에서의 각종 범죄가 더 드러날 수밖에 없다”며 “일사부재리의 원칙을 넘지 않는 선에서 이명박 정부, 박근혜 정부 때의 각종 의혹들을 들쳐볼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특히 “이명박 정부를 그 누구보다 미워했던 박근혜 정부는 검찰을 통해 4대강 사업 등 MB(이명박) 정부의 굵직한 사업을 모두 수사했지만, 정작 박근혜 정부 스스로의 정통성을 흔들 수 있는 원세훈 전 원장 댓글 선거 개입 사건은 제대로 들여다보지 못했다는 평이 많았다”며 “이미 기소된 게 있다고 해도 새로 수사할 거리는 충분하다”고 평가했다.

 

실제 검찰은 오는 30일 선고를 앞둔 원세훈 전 국정원장 파기 환송심부터 시간을 확보한다는 전략이다. 파기 환송심을 진행 중인 서울고등법원 재판부에 변론 재개를 신청한 뒤 혐의를 추가하는 공소장 변경을 검토 중인데, 검찰은 ‘중대한 사정변경’의 경우 선고를 연기할 수 있다는 점을 재판부에 설명할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의 검찰 관계자는 “법원은 중립적 위치에서 여론을 고려해 ‘검찰이 추가로 입증해라’는 정도의 태도로 공소장 변경을 받아줄 가능성이 높다”며 “그 다음부터는 철저히 검찰이 수사를 통해 입증해 나가야 할 부분”이라고 덧붙였다. 

 

댓글 조작 등 국정원을 향한 검찰의 수사가 다시 시작된다면, 문재인 정부 하에 가장 ‘큰’ 수사가 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법조계 관계자는 “원래 관련 자료를 모두 분석한 뒤 1차적인 수사 목표를 정해놓고 시작하는 게 특수수사의 영역인데, 이미 구속됐던 원세훈 전 원장은 새로 시작할 국정원 수사의 최종 목표로는 무게감이 떨어진다”며 “아마 다시 수사를 시작한다면 당시 청와대 핵심 관계자뿐 아니라 이명박, 박근혜 전 대통령 사정부에 놓고 총력으로 수사를 벌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하지만 이번 수사 아이템 선정 과정에 대한 아쉬운 목소리도 일각에서 나오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검찰 관계자는 “원래 정부가 바뀔 때마다 스스로의 정치적 정당성을 확보하기 위해 앞선 정부의 치부를 들추는 것이 관례라곤 하지만, 매번 검찰이 그 치부를 들추다가 정치검찰이라는 오명을 쓰곤 했다”며 “10년간 야당에서 벗어나지 못했던 문재인 정부에서 왜 국정원을 수사 대상으로 선정했는지는 충분히 이해가 되지만, 향후 수사 결과가 어떤 정치적인 파장으로 이어질지는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귀띔했다.

최민준 저널리스트

writer@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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