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미국과 한국의 여성 팝스타를 비교해보면 양국의 취향 차이를 알 수 있습니다. 미국은 전반적으로 섹시 콘셉트의 가수가 많습니다. 한국은 청순 콘셉트가 다수지요. 한국에서 섹시 콘셉트의 가수라도 미국 시각으로 보면 청순한 느낌이 드는 경우가 많습니다.
예외도 있습니다. 미국 팝스타 ‘아리아나 그란데’지요. 그녀는 작은 키에 마른 몸, 비교적 화장기 없는 얼굴의 청순 이미지 팝 스타입니다. 화려한 가창력을 가진 차세대 디바이기도 하지요.
처음 그녀는 배우로 데뷔했습니다. 인기 시트콤 ‘빅토리어스(Victorious)’에서 조연으로 등장한 거지요. 그녀는 주요 배우 중 가장 인지도가 떨어진다는 이유로 튀는 빨강 머리 염색을 해야 했을 정도로 입지가 좁았습니다.
애초 그녀는 가수를 꿈꿨습니다. 시트콤 출연 전 ‘애니’ ‘오즈의 마법사’ ‘미녀와 야수’ 등 뮤지컬에서 주연으로 활약하며 커리어를 쌓았을 정도지요. 연예계에 들어왔을 때도 매니저들에게 ‘알앤비 앨범을 만들고 싶다’고 제안했지만 ‘14세 여자애가 만드는 알앤비 앨범을 누가 사겠느냐’라는 핀잔만 들을 뿐이었습니다.
시트콤으로 얻은 인기를 발판으로 아리아나 그란데는 데뷔 앨범을 냅니다. 이 앨범은 첫 주부터 빌보드 앨범차트 1위를 차지합니다. 슈퍼 신인의 등장이었습니다. 본인의 꿈인 가수를 조금 돌아갔지만 끝내 이룬 셈입니다.
아리아나 그란데의 ‘더 웨이’(The Way)’. 데뷔 앨범의 첫 번째 싱글로 성공 가도의 신호탄이 됐다. 현재 남자친구인 래퍼 맥 밀러가 피처링하기도 했다.
이후 그녀는 피처링으로 성공을 이어갑니다. 피처링 아티스트의 개성을 받아들이고 여기에 자신만의 청순함, 상업성을 더해 히트곡을 만든 거지요. 래퍼 맥 밀러와는 대중적인 힙합 음악을 합니다. 같은 소속사의 알앤비 가수 위켄드와는 ‘러브 미 하더’라는 어두운 알앤비를 냈습니다. 여성 래퍼 이기 아젤리아와 함께 강렬한 힙합 댄스곡 ‘프라블럼(Problem)’을 발표합니다.
강력한 고음 가창력을 갖춘 제시 제이와는 ‘뱅 뱅(Bang Bang)’을 함께해 고음으로 가득 찬 화려한 디바 트랙을 만듭니다. 나쁘게 보면 본인의 사운드와 개성이 부족한 아티스트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다양한 아티스트에 색깔을 맞출 수 있을 정도로 다재다능하다는 의미이기도 하겠지요.
아리아나 그란데의 ‘프라블럼(Problem)’. 전 세계 차트를 점령하며 아리아나 그란데의 시대를 알렸다.
트렌디한 음악을 함에도 ‘청순하고 수수한’ 이미지를 유지한 게 그녀의 성공 비결이라는 사람도 있습니다. 어린 시절부터 팝 음악을 하면서 화려한 화장과 패션을 보여주는 팝스타와는 달리, 아리아나 그란데는 수수한 화장과 포니테일, 과하지 않은 패션을 보여줬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음악은 철저히 트렌디한 힙합 알앤비입니다. 컨트리, 록에 심심함을 느끼지만 힙합 가수들의 행동에는 거부감이 들었던 사람들을 정확하게 파고든 셈입니다.
그녀에게는 청순함 외에도 고음이라는 무기가 있습니다. 화려하게 내지르면서도 섬세한 표현과 독특한 톤을 유지합니다. 청순한 이미지와 시트콤으로 얻은 인지도에 더해, 트레이드마크인 가창력 덕분에 아리아나 그란데는 실력파 아이돌로 자리를 굳힐 수 있었습니다.
아리아나 그란데의 대표 발라드 곡 ‘올모스트 이즈 네버 이너프(Almost is Never Enough)’. 그녀의 보컬이 테크닉과 설득력을 모두 갖추고 있음을 잘 보여준다.
최근 그녀는 ‘도넛 게이트’라는 논란에 연루되었습니다. 휴대폰으로 녹화된 영상 속에서 아리아나 그란데는 가게의 도넛에 침을 뱉고 바릅니다. 도넛 맛이 형편없다며 ‘이래서 미국인이 싫다. 역겹다’라는 말을 합니다. 애국주의가 강한 미국에서 용서받기 어려운 말이었습니다.
본인이 여태껏 관리해온 이미지와 맞지 않은 모습이기도 했습니다. 청순한 이미지의 그녀가 막말이라니요. 이미지와 동영상 속 그녀의 모습의 낙차가 더 큰 충격을 준 겁니다. 호감형 아이돌이던 아리아나 그란데는 단숨에 비호감 연예인이 되어 버렸지요.
아리아나 그란데의 이미지는 어느 정도 만들어진 것인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대중에게 ‘꿈’을 파는 직업인 연예인이 그 꿈, 이미지가 금이 가자, 상업성에도 타격이 온 걸까요? 아리아나 그란데 3집은 2집보다는 조금 아쉬운 성적을 보여주었습니다.
스캔들 속에서도 꾸준히 활동하던 그녀에게 큰 시련이 찾아옵니다. 지난 5월, 아리아나 그란데는 영국 맨체스터에서 월드투어 콘서트를 열었습니다. 공연 후 관객들이 퇴장하던 상황에서 자살폭탄 테러가 일어났습니다. 23명이 죽었고 120명이 부상을 입었지요. 본인 콘서트가 테러에 이용당한 셈입니다. 아리아나 그란데는 큰 충격에 빠졌습니다.
아리아나 그란데의 ‘원 라스트 타임’. 맨체스터 테러 추모곡으로도 활용되고 있다.
테러 뒤 5일째, 아리아나 그란데는 테러에 굴하지 않겠다는 메시지를 남깁니다. 2주 뒤 맨체스터에서 다시 공연을 했지요. 이번에는 맨체스터 테러 희생자를 추모하는 자선 공연이었습니다. 공연 수익 130만 달러를 모두 테러 희생자들에게 기부했지요. 남자친구 맥 밀러는 물론 저스틴 비버, 콜드플레이, 케이티 페리, 어셔 등의 팝스타들이 콘서트를 함께했습니다. 감명받은 맨체스터시는 아리아나 그란데를 명예시민으로 임명했습니다.
맨체스터 추모공연으로 연기되었던 월드투어는 8월 13일 일본, 8월 15일 한국 공연으로 이어집니다. 팝스타로서 흔치 않은 내한 공연인데요, 아리아나 그란데가 청순한 느낌으로 서구권은 물론 일본, 아시아에서도 큰 인기를 누리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 합니다.
연예인은 누구나 이미지를 팝니다. 많은 경우 인공적으로 만들어진 이미지입니다. 비틀스는 존 레넌을 제외하면 하층민 출신이지만 중산층 이상 이미지의 아이돌로 음악을 시작했습니다. 잘 자란 집 아들들이던 롤링스톤스는 초기부터 거친 뒷골목 아이들 이미지로 활동했지요. 모두 기획의 산물입니다.
기획은 언젠가 벗겨지기 마련입니다. 하지만 기획에 맞춰 살다보면 본인이 기획 자체가 돼버리기도 하지요. 코드조차 모르던 하층민의 아들 폴 매카트니가 비틀스로 충실하게 활동하다 보니 정말로 팝의 신사가 되었습니다. 중산층 집안 아들들이던 롤링스톤스 또한 정말 ‘나쁜 남자’가 되었고요.
아리아나 그란데도 마찬가지 아닐까요? 그녀의 본질은 우리가 알 길 없는 사생활이 아닌, 미디어 속 아이돌의 모습일 수도 있겠습니다. 섹시함이 점령한 팝 음악계에서 청순한 이미지로 팝스타에 반열에 오른 ‘미국의 아이유’, 아리아나 그란데였습니다.
김은우 아이엠스쿨 콘텐츠 디렉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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