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굳이 패셔니스타나 트렌드세터가 되고 싶지 않은 대한민국 보통 남자들. 하지만 아주 약간의 투자로 일상이 달라질 수 있다면? 은근히 센스 있다는 말이 듣고 싶은, 바로 당신을 위한 가이드.
취업, 연애, 결혼을 포기하는 ‘삼포세대’라는 신조어가 사회를 뒤흔들었다. 그렇지만 그러고 싶어서 취업과 연애, 결혼을 포기하는 사람은 무척 드물 것이다. 비혼주의나 독신주의가 트렌드의 반열에 올랐어도 여전히 결혼은 많은 사람들의 로망이고, 인생의 중요한 관문이자 목표다.
결혼은 그 자체로도 아름답고 의미 있는 일이지만, 준비하는 과정에서 커플은 서로를 더욱 깊이 알게 된다. 요즘은 예물을 비롯한 준비를 간소화하는 스몰 웨딩이 대세가 됐다. 말만 스몰 웨딩이지 평범한 결혼식보다 돈을 많이 쓰는 사람들도 적지 않다. 중요한 것은 남의 시선을 의식하기보다 결혼하는 두 사람이 행복해야 한다는 것이다.
어떤 커플에게는 예물이 부담스러운 허례허식일 수 있다. 그렇다면 과감하게 생략해도 된다. 예물 비용을 아껴 신혼여행을 더 멋진 곳으로 떠나거나 혹은 신혼집에 투자하는 방법도 있다. 처한 상황에 맞게 선택하는 게 최선이기에, 결혼 준비에 정답은 없다.
다만 결혼 예물을 주고받을 수 있는 커플이라면 고민에 빠지기 쉽다. 특히 남자의 예물은 커플링을 제외하면 시계 정도가 전부다. 또 결혼 예물로 선택한 시계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평생 팔지 않고 간직하는 게 정석이다. 그렇기에 예물시계를 고르는 것은 남자에게도 여자에게도 어려운 문제다.
지난 가이드([보통남자가이드] 열심히 일한 당신, 좋은 시계를 차라)에서 사회초년생에게 어울리는 저렴하고 가성비 좋은 시계를 추천했다면, 이번에는 일생일대의 이벤트를 앞둔 예비 신랑을 위한 예물시계를 추천하려 한다. 가격대가 높을 수밖에 없지만, 반드시 이런 시계를 사야 된다는 뜻은 아니다.
첫 번째 시계는 IWC의 포르투기즈다. 포르투기즈는 IWC를 대표하는 라인업으로, 그 중에서 3714는 가장 잘생긴 시계로 통한다. 예전에는 IWC라는 브랜드가 희소했지만 요즘은 모르는 사람이 없다. 더 이상 유행이라는 말을 쓰기 민망할 정도로 굳건하게 자리를 잡은 브랜드다.
3714 블루핸즈는 조금 더 젊고 시원한 느낌이며, 골드핸즈는 한층 젠틀하고 단정한 느낌을 준다. 어느 것을 선택해도 후회는 없을 것이다. 완벽한 배열의 크로노그래프와 IWC 특유의 아라비아 숫자, 40mm의 적당한 사이즈는 흠 잡을 구석이 없다.
워낙 인기 많은 모델이기에 짝퉁이 많아도 너무 많다. 게다가 시계의 심장이라 할 수 있는 무브먼트가 범용 ETA(ETA 사가 개발해 시계업체에 공급하는 무브먼트)다. 물론 IWC의 정교한 기술력이 더해진 ETA는 저가 시계에 들어가는 무브먼트와 비교할 수 없다. 그래도 975만 원이라는 리테일 가격을 생각하면 ETA 무브먼트는 조금 아쉽다. 캐주얼보다는 정장에 더 잘 어울리는 드레스 워치 치고는 두께도 조금 있는 편이다.
두 번째 시계는 예거 르쿨트르의 마스터 울트라 씬 문이다. 어떤 시계인지 알고 싶다면, ‘마스터 울트라 씬 문’이라는 이름을 주목하자. 말 그대로 엄청나게 얇은 문 페이즈 시계라는 뜻이다. 최근 46mm 빅 사이즈 시계가 트렌드를 선도했지만, 그래도 정장 셔츠에 어울리는 시계는 40mm 이하여야 한다.
‘울씬문’이라는 애칭으로 유명한 마스터 울트라 씬 문은 39mm의 사이즈 안에 달이 뜨고 지는 모습을 담은 문 페이즈를 품었다. 심플하지만 완벽한 균형미를 갖춘 볼수록 매력적인 시계다. 울트라 씬이라는 표현답게 두께는 9.9mm에 지나지 않는다. 손목에 올리면 아주 가볍게 착 감기는 느낌이 일품이다.
마스터 울트라 씬 문에서도 단점을 굳이 찾자면, 우선 1100만 원대의 리테일 가격을 들 수 있다. 또 IWC의 포르투기즈가 캐주얼에도 제법 어울린다면, 마스터 울트라 씬 문은 철저히 정장과 셔츠 차림을 위한 드레스 워치다. 아는 사람만 알아보는 희소성은 가장 큰 장점이자 단점이기도 하다.
마지막으로 추천하고픈 예물시계는 롤렉스의 서브마리너다. 예물시계라고 하면 흔히 턱시도와 어울리는 드레스 워치를 떠올리기 쉽다. 그러나 대부분의 사람들은 드레스 워치와 스포츠 워치를 따로 구매하지 않는다. 보통 단 하나의 시계, 소위 원탑 워치를 계속 차기 마련이다. 큰마음 먹고 어렵게 산 예물시계를 정장 입을 때만 차기 아깝다면, 정답은 영원한 베스트셀러 서브마리너다.
시계 마니아들 사이에서는 ‘시계 생활은 롤렉스를 부정하는 것으로 시작해서 롤렉스를 인정하며 끝난다’는 격언이 널리 알려져 있다. 사람들이 롤렉스, 롤렉스 하는 이유가 분명하다. 우선 신경 쓰며 찰 필요가 없을 정도로 튼튼하다. 고가의 시계일수록 무브먼트가 민감하고, 고장이 나기 쉽다. 한 번 고장이 나면 스위스에서 수리를 해야 하기 때문에 몇 달이 걸리기도 한다. 그러나 서브마리너는 손목에 올리고 골프를 쳐도, 수영을 해도 걱정할 필요 없다.
세대를 거치며 다듬어진 디자인은 기대 이상으로 정장 차림에도 잘 어울린다. 정통 드레스 워치와 비교하면 역시 캐주얼한 차림에서 빛을 발하기에 턱시도와 100% 매치되진 않는다. 누구나 알아보는 브랜드 가치는 빼놓을 수 없는 장점이지만, 때로는 롤렉스 차는 젊은 사람에 대한 편견 어린 시선을 유발하기도 한다.
기본형인 블랙 서브마리너는 1000만 원, 날짜 표시 기능이 없는 논 데이트 모델은 조금 저렴하다. 독특한 색감의 그린 서브마리너를 비롯해 골드가 섞인 투톤 모델의 가격대는 블랙보다 높은 편이다.
주위에서 예물시계 추천 요청을 자주 받는데, 위에 언급한 세 가지 모델을 알려주면 대부분 만족스럽게 선택하곤 했다. 시계를 포함한 예물은 결혼을 빛내는 장치 중 하나다. 그렇기에 상대방에게 부담을 주면서까지 무리하게 구입하라고 권하고 싶지는 않다.
그러나 잘 고른 예물시계는 평생의 동반자가 될 수 있다. 세월이 흐르고 나이가 들어도 손목에 올려진 시계를 보며 인생에서 가장 아름다웠던 시절을 추억할 수 있다면, 그 가치는 충분하지 않을까.
장예찬 자유미디어연구소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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