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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라스업] X세대는 잘 자랐다! Y세대도 그럴 것이다!

'욜로'를 비판하는 목소리에서 묘한 데자뷔를 느낀다

2017.08.14(Mon) 10:37:25

[비즈한국] 최근 들어 YOLO에 대한 비판이 슬금슬금 나온다. 밀레니얼세대(Y세대)에 대한 부정적 시각도 깔려 있다. YOLO 타령하다가 청년들 허리 휜다는 둥, 욜로 외치다 골로 간다는 둥 하는 식이다. 물론 YOLO 타령하면서 흥청망청하는 이들도 있긴 할 거다. 하지만 진짜 YOLO는 소비와 무관하다. 더 쓰자는 게 아니라, 자기 인생의 주도권을 가져보자는 것이기 때문이다. 인생이 한 번이라 열심히 살건, 인생은 한방이라 과감하게 살건 그건 각자의 선택이다. 

 

YOLO는 마케팅 하라고 만든 단어가 아니다. 그냥 삶의 방향이자 태도 중 하나다. 그것을 2030이 지지한 건 YOLO라는 이름으로 소비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기성세대처럼 살아가는 것에 의구심을 가져서다. 한 번뿐인 인생인데 몇 살엔 취직하고, 몇 살에는 결혼하고, 몇 살에는 아이 낳고, 몇 살에는 집 사고, 몇 살에는 뭐하고 하는 식의 기성세대가 짜놓은 인생 공식을 따르고 사는 게 더 이상 유효하지도 않은 시대이기도 하거니와, 설령 그 공식이 여전히 유효해도 남이 만든 공식에 의존해 사는 것은 시시하고 재미없다. 어떤 선택이 좋고 나쁘고가 아니라 적어도 그 선택을 자신이 주도적으로 해보자는 게 중요한 것이다.

 

YOLO에 대한 비판을 들여다보면 밀레니얼세대(Y세대)에 대한 부정적 시각을 엿볼 수 있다.

 

사실 YOLO의 본질이 뭐든 상관없다. YOLO라는 2030이 꽂힌 트렌드를 기업이 가만 놔둘 리가 없다. 그래서 엄청 써먹고 있다. 이전에 웰빙도 그렇게 써먹었고, 로하스, 힐링 등 좋은 의미를 가진 트렌드 키워드를 다 마케팅 슬로건처럼 우려먹었다. 기업들의 YOLO 마케팅 때문에 마치 YOLO가 오늘만 즐기듯 대책 없이 막 쓰는 것으로 보는 기성세대도 있다. 그래서 YOLO 타령이 보기 싫은 이들도 있을 거다. 하지만 태극기를 마케팅에 과도하게 사용하는 기업이 있다면, 태극기가 문제인가 그 기업이 문제인가? YOLO도 마찬가지다. 그런데 왜 YOLO 얘기에선 좀 더 날선 비판이 늘어가는 걸까? 두려워서 그런 건 아닐까?

 

낯선 것은 두렵다. 기성세대로선 YOLO라는 사고가 낯설다. 자기들은 안 그렇게 살았으니 낯설고, 불편하게 보이는 게 당연하다. 있는 휴가도 다 안가고 상사 눈치 보며 회사에 충성하듯 일하고, 정해진 퇴근시간도 안 지키고 수시로 야근하는 걸 당연하게 여기는 사람들에겐 저녁이 있는 삶을 얘기하며 칼퇴근하고, 있는 휴가일수 다 써서 멀리 여행이라도 다녀오는 2030들이 못마땅해 보일 수도 있겠다. 

 

1990년대 초중반 X세대를 바라보는 기성세대의 시선은 그리 곱지 않았다. 양담배를 피고, 일본 음악을 듣고, 외국 비싼 브랜드를 소비하는 철없는 이십 대로 보였을 것이다. 야타족이나 오렌지족이란 이름으로도 X세대를 설명하려 들었다. X세대의 ‘X’에는 도무지 알 수 없다는 의미가 담겨 있다. 잘 모르는 건 두렵다. 낯선 것도 마찬가지다. 

 

88올림픽 이후 해외여행자유화와 담배를 비롯한 각종 해외 물품의 수입허용 확대, 그리고 해외유학도 확산되었다. PC통신도 본격적으로 쓴 시기이고, 컴퓨터와 인터넷을 먼저 받아들이기 유리한 이들이었다. 아울러 한국의 대중문화는 90년대가 최전성기라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20대들의 문화소비력은 왕성했다. 그런 만큼 그들의 가치관은 기성세대와 다를 수밖에 없었다. 기성세대의 눈엔 자기들과 다른 사고방식을 가지고 사는 X세대가 못마땅하고, 그들이 대세가 되는 게 두렵거나 싫을 수 있었다. 그래서인지 X세대를 신세대로서 멋지고 새롭다는 의미보단, 우려하는 시선으로 보는 경향도 있었다. 

 

Y세대를 바라보는 시선에서 과거 X세대를 비판하던 모습이 겹친다. X세대를 그린 드라마 ‘응답하라 1994’의 포스터. 사진=tvN 홈페이지


과연 그때 X세대가 철없는 인생을 살았을까? 아니다. 기성세대의 우려와 달리 야타족과 오렌지족의 이미지가 아닌 새로운 도전자로서 세상의 변화를 주도하는 데 기여했다. 그런 그들이 나이를 먹어 40대가 되더니 영포티로 진화했다. 경제적 여유와 함께 사회적 영향력도 가진, 그러면서 기성세대가 가진 관성에 의존하지 않고 새로운 시도를 한다. 결과적으로 X세대는 참 잘 자랐다. 한국사회에서 역사상 가장 진보적인 40대가 되었다.

 

요즘 Y세대를 바라보는 시선에서 묘한 데자뷔를 느낀다. N포세대, 헬조선세대 등 불만 많고 부정적인 이미지가 덧씌워진다. 1990년대 X세대에게 오렌지족이라고 붙었던 타이틀이 지금 Y세대에게도 같은 식으로 붙는 건 아닐까? 어쩌면 YOLO는 Y세대가 찾은 인생의 방향, 즉 기성세대 말 듣지 않고 자기 주관대로 인생을 살아보는 것이기에 그걸 못마땅하게 보는 꼰대들이 자꾸 YOLO를 비판하는 건지도 모르겠다. 물론 YOLO를 우려먹으며 과도한 소비중심의 문화인 양 퍼뜨리는 기업들은 지탄받아야 한다. 

 

분명한 건, X세대가 잘 자라서 멋진 영포티로서 40대를 살아가듯, 지금 Y세대도 그들만의 멋진 40대를 맞으며 세상의 중심이 될 것이다. 그러니 걱정 말고 놔두자. 남 인생 신경 쓰지 말고 각자 자기 인생에나 집중하자.

김용섭 날카로운상상력연구소장

writer@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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