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청년들이 어려운 현실을 한탄하면서 우리나라를 ‘헬조선’이라고 부르는 일은 이제 흔하다. 이러한 청년들의 비판을 일부 장년층이나 노년층은 과거의 고난과 우리나라보다 못한 외국 사정을 모르는 철부지들의 배부른 투덜거림으로 치부하고 있다. 장년층과 노년층의 이러한 지적을 하는 것은 과거 자신들이 20대일 때보다 한국의 경제적 지위가 높아졌고, 현재 경제적 상황도 좋아지고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올해 7월 청년 실업률이 9.3%로 지난해 같은 달보다 0.1%포인트(p) 오른 것으로 알려졌지만, 실제로 이 실업률은 올 들어 가장 낮은 수치다. 청년 실업률은 올 2월 13.5%를 정점으로 해서 매달 하락하고 있다. 그런데 왜 청년들은 자신들이 느끼는 고통은 최악이라는 이야기를 할까. 정말 우리나라 청년들의 배부른 푸념일까.
이는 또 하나의 통계수치를 간과하고 있기 때문이다. 경제학에서 ‘고통지수’라고 부르는 것이다. 고통지수란 실업률에 물가상승률을 합한 것으로 국민들이 피부로 느끼는 경제적 어려움을 계량화했다.
통계청에 따르면 청년층 고통지수, 즉 청년층이 느끼는 경제적 고통은 16년 만에 가장 악화됐다. 체감 물가를 가장 잘 보여주는 생활물가에 실업률을 더해서 산출한 고통지수를 보면 올 상반기 평균 청년층 고통지수는 13.1을 기록했다. 이는 지난해 상반기 11.3보다 1.8p 상승한 수치다. 올 상반기 평균 청년 실업률이 10.6%로 지난해 같은 기간(10.8%)보다 다소 떨어졌음에도 생활물가 상승률이 지난해 0.5%에서 올해 2.5%로 뛰어오른 탓이다.
또 이러한 올해 상반기 고통지수는 지난 2001년 14.4 이래 16년 만에 가장 높은 수치다. 2001년이 IT 버블 붕괴로 많은 청년들이 거리로 내몰렸을 때임을 감안하면 지금 청년들이 겪고 있는 경제적 고통이 그때와 맞먹는 수준인 셈이다. 올 상반기 우리나라 국민 전체의 고통지수가 6.6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청년들이 느끼는 고통은 이보다 2배가량 큰 셈이다.
특히 청년들이 쓰는 헬조선이라는 단어에 비판적인 경우가 많은 40대와 50대의 고통지수는 각각 4.9와 4.8로 전 연령층 중 가장 낮았다. 60대의 올 상반기 고통지수도 6.0으로 40대와 50대 다음으로 낮았다. 장년층과 노년층이 우리 청년들이 겪고 있는 고통을 단순한 푸념으로 치부하고 열정만 강요하기 어려운 상황인 셈이다.
더 큰 문제는 우리나라 청년들의 고통지수가 갈수록 나빠지고 있다는 점이다. 세계 경제, 특히 유럽이나 남미 국가들은 경제난으로 인해 청년들의 고통지수가 한국보다 높은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이들 국가 중 경제 회복이 더딘 동유럽 국가나 남미 일부 국가를 제외하면 청년층 고통지수가 갈수록 하락하고 있다. 반면 한국 청년 고통지수는 상승세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자료를 보면 이러한 현상이 극명하게 드러난다. OECD 통계에 따르면 한국은 올 들어 청년 고통지수 상승폭이 OECD 회원국 중에서 5번째로 높았다. 한국 청년 고통지수는 지난해 말 13.0이었으나 6월에는 15.1로 2.1p나 올랐다(월별 기준). 이는 같은 기간 OECD 평균 고통지수 상승폭인 0.6p보다 3.5배나 높다.
우리나라보다 청년 고통지수 상승폭이 컸던 국가는 제조업이 발달하지 못한 동유럽 지역의 에스토니아와 슬로베니아,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로 경제가 흔들리고 있는 영국,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 이후 경제적 타격을 입은 멕시코 정도였다.
유로 지역(유로화 사용 19개국)의 경우 청년 고통지수가 올해 들어 1.4p 떨어졌다. 일부 동유럽 국가를 제외하면 유럽 청년들이 삶이 나아진 셈이다. 일본의 경우 ‘아베노믹스’에 따른 경기 부흥 덕에 올해 들어 청년 고통지수가 2.8p 하락했다.
특히 일본의 6월 청년 고통지수는 5.4로 우리나라(15.1)의 3분의 1 수준이었다. 우리가 잃어버린 20년이라고 불러왔던 일본의 청년들보다 우리나라 청년들이 체감하는 경제적 고통이 훨씬 큰 상황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이승현 저널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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