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8·15 광복절 72주년이다. 최근 영화 ‘군함도’가 개봉하면서 일제강점기 일본 전범기업의 행각이 공분을 샀다. 1945년 태평양 전쟁 패배로 일본의 제국주의가 붕괴될 때까지 전쟁범죄에 적극 가담한 기업들을 전범기업이라고 한다. 전범기업들은 적극적으로 군납 물품을 제조했거나 조선을 포함한 식민지 국민들을 강제 징용해 노동력을 착취해 막대한 이익을 올렸다.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 미래는 없다’고 했다. ‘비즈한국’은 광복절을 맞아 일본 전범기업들의 과거와 현재를 짚어봤다.
일본군이 제2차 세계대전 당시 군기로 사용했던 ‘욱일기’와 일본의 군함. 그래픽=이세윤 디자이너
1868년 메이지 유신을 시작으로 일본은 아시아 최초의 근대국가가 됐다. 이후 일본은 청일전쟁, 러일전쟁, 을사늑약, 만주사변, 중일전쟁, 동남아 국가 복속 등 대동아 공영권을 표방하며 온갖 만행을 저질렀다. 공식적으로 강제노역에 동원된 조선인의 숫자는 무려 650만여 명에 달한다. 현재도 일본 정부와 전범기업들은 반성 없이 극우적 정치 성향을 내보이며 역사 왜곡 등에 앞장서고 있다.
일제는 1939년 7월 국가총동원법을 제정해 한반도에 거주하는 기능공들을 일본으로 이주시켰다. 태평양 전쟁의 패색이 짙어지자 일제는 1944년 8월 기능공과 상관없이 조선인들의 강제 징용을 합법화했다.
일본의 대표적인 전범기업으로 꼽히는 곳은 단연 미쓰비시다. 미쓰비시그룹은 현재 400여 개 계열사를 거느리고 근로자 수만 57만 명에 달하는 일본 최대 재벌이다. 1870년 창업자인 이와사키 야타로가 반란군을 제압한 공으로 정부로부터 나가사키 조선소를 넘겨받으면서 미쓰비시는 설립됐다. 태생 탓에 미쓰비시는 일본 정부와 깊은 정경유착을 해왔다.
미쓰비시중공업은 일본 군수물품 제작의 산실 역할을 했다. 미쓰비시중공업이 나고야 항공기제작소에서 생산해 일본군에 납품한 군용기는 8종이나 되는데 가장 유명한 기종은 전투기 ‘제로센’이다.
제로센은 같은 시대 독일 ‘메서슈미트’, 영국 ‘스피드파이어’, 미국 ‘콜셰어’에 비해 우수한 성능을 가진 전투기로 명성을 날렸다. 제로센은 태평양 전쟁 막바지 열세에 놓인 일본군이 카미카제 특공대를 조성해 자살폭탄공격에 악용됐다. 카미카제 특공대에 조선인도 상당수 있었다고 한다.
미쓰비시중공업 나가사키 조선소는 일본 해군의 자랑으로 당시 세계 최대 규모의 전함 ‘야마토’로부터 연합함대 기함(사령선)의 자리를 넘겨받은 동급 전함 ‘무사시’를 건조했다. 이 조선소는 그 외에도 각종 군함을 건조해 일본군에 납품했다. 미쓰비시중공업은 1941년 진주만 기습 때 악명을 떨친 ‘91식 어뢰’ 등 폭발물도 대거 납품했다.
영화 ‘군함도’에도 미쓰비시의 만행이 드러난다. 미쓰비시는 1890년 조그만 섬을 사들여 해저탄광을 개발했다. 지하 1km가 넘는 곳에 위치한 해저탄광 안은 좁고 온도가 45℃를 넘는 데다 유독가스 또한 수시로 분출되는 악조건의 작업현장이었다.
미쓰비시는 이곳에 조선인들을 대거 징용해 강제 노역을 시켰다. 수많은 조선인들이 영문도 모른 채 이곳에 끌려와 고통 속에서 죽어갔다. 생존자들은 1945년 8월 9일 나가사키에 떨어진 원자폭탄으로 인해 방사능 피폭까지 당해야 했다.
미쓰비시는 2015년 중일전쟁에서 포로로 끌려온 중국 징용 노동자들에게 공식 사과했다. 반면 ‘식민지 조선인 징용은 합법’인 만큼 사과나 보상의 대상이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미쓰비시 계열인 니콘, 기린맥주는 국내에서 활발히 영업을 하고 있다.
일본의 두 번째 재벌인 미쓰이그룹은 계열사인 미쓰이광산이 일본 최대인 미이케탄광을 운영하고 있었다. 석탄이 군수물자로 쓰이게 되면서 미쓰이광산은 조선인을 강제 징용해 노역시켰다. 기린맥주처럼 한국에 상륙한 삿포로맥주가 미쓰이그룹 소속이다.
일본의 세 번째 재벌 스미토모는 일본, 조선, 태평양, 중국, 만주 등에 산재한 120여 곳 사업장에서 조선인을 징용해 노동력을 착취했다. 미쓰비시, 미쓰이처럼 스미토모도 계열회사로 아사히맥주를 거느렸다. 금융위원회가 지난해 12월 일본 손해보험사 미쓰이스미토모의 국내 진출을 허가해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닛산과 마쓰다 자동차는 지프, 트럭 등 군용차량을 일본군에 납품했고 모리나가는 일본군 전투식량을 대량으로 제공한 이유로 전범기업에 이름을 올렸다.
파나소닉의 옛 사명은 마쓰시타 전기였다. 마쓰시타 고노스케가 설립한 이 회사는 조선인들을 강제 동원해 노동시켰다. 파나소닉은 현재까지 일본 우파를 육성해 더 크게 문제가 된다. 마쓰시타 고노스케는 1979년 대표적인 일본 우파 정치인 육성기관인 마쓰시타 정경숙을 설립했다. 이런 마쓰시타 고노스케를 일본은 물론 한국에서까지 ‘경영의 신’으로 칭송한다.
후지코시는 도야마 공장에 근로정신대라는 명목으로 조선의 10대 소녀들을 데려가 하루 10시간 이상 작업시키고도 빵조각으로 연명하게 했고 임금도 지급하지 않았다. 올해 3월 서울중앙지방법원은 후지코시 근로정신대 피해자 이 아무개 할머니가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후지코시는 이 할머니에게 1억 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국무총리실 소속 대일항쟁기 강제동원피해조사 및 국외강제동원희생자 등 지원위원회(위원회)는 2012년 8월 일제강점기 강제 동원에 관여했던 일본기업 1493개사를 조사해 현존하는 기업 299개사를 전범기업으로 확정했다. 여기에는 앞에서 언급한 기업들이 모두 포함됐다. 총리실의 한 관계자는 “기업의 이윤을 위해 적극적으로 전쟁 범죄에 가담한 기업을 중심으로 선정했다”고 밝혔다.
전범기업의 강제노역과 관련해 일본 정부의 입장은 달라진 게 없다. 일본 정부는 2013년 11월 공식적으로 “한국 대법원에서 징용 피해자 배상판결이 확정될 경우 국제사법재판소 제소 등의 법적 조치를 취하겠다. 해당 일본기업인 미쓰비시중공업은 배상에 응하지 말라”고 밝혔다.
일본의 전범기업과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독일의 전범기업들은 상반된 행보를 보였다. 독일의 BMW, 폭스바겐, 지멘스, 아우디, 포르쉐 등은 나치 정부에 협조하고 강제 노역을 시킨 것을 모두 인정했다. 또 피해 국가뿐만 아니라 전 세계에 자신들의 행위에 대해 공식 사과했다.
민족문제연구소 관계자는 “태평양 전쟁 이후에도 일본과 전범기업들은 강제징용 피해자들에게 사과와 보상을 하기는커녕 그 사실조차 인정하지 않는다”며 “우리 국민들은 일본 전범기업들이 우리 선조들에게 무슨 짓을 했는지 정확히 알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장익창 기자
sanbada@bizhankook.com[핫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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