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일제 강점기에서 벗어나 해방을 맞이한 지 72주년이 되는 8·15 광복절이 다가온다. 광복절이라는 기쁨과 동시에 우리에게는 남북분단의 시점이 되는 슬픔도 함께 기억하지 않을 수 없는 날이기도 하다.
2000년 8·15 광복절을 맞이하여 남북 간에 ‘제1차 이산가족 상봉’ 행사가 시작되었다. 이 방송에서 헤어진 부모, 형제간의 뜨거운 상봉 장면에 눈물을 흘리지 않는 국민이 없었다. 먹먹한 가슴과 눈물 쏟게 하는 이산가족 상봉 장면은 전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킨 세기의 화제가 되었다. 혈육의 정이 얼마나 깊고 진한 것인지를 절실하게 보여주었다. 남북분단의 한과 슬픔이 너무도 컸음을 새삼 느낀 사건이었다. 6·25 전쟁 발발로 부모, 형제간에 생이별하고 살아온 외로움과 슬픔, 고단한 삶 등 절절히 목이 메는 설움과 기쁨의 절규였다. 해마다 8·15가 되면 온 국민을 눈물바다에 빠져들게 했던 남북 이산가족 첫 시작의 상봉기억을 아직도 잊을 수가 없다.
남북 분단의 한스러움과 슬픔은 우리 꽃을 사랑하고 보고 싶어 하는 꽃쟁이들에게도 절절하다. 식물도감에 실려 있는 우리 꽃이지만 만나볼 수 없는 꽃이 있다. 북한에서만 자생하는 꽃들이다. 이런 꽃을 만나기 위해서는 연변, 연해주 또는 사할린 등 북한 주변국을 찾아갈 수밖에 없다. 이번에 북한에 자생하는 우리 꽃을 찾아 사할린과 쿠릴열도에 다녀왔다. 기대했던 대로 남한에서는 볼 수 없는 우리 꽃을 다수 만날 수 있었다. 웅기솜나물도 그런 꽃 중의 하나다.
웅기솜나물은 함북 웅기 해안에서 처음 발견된 꽃으로 웅기에서만 자라는 야생화이다. 웅기군은 두만강을 사이에 두고 연해주와 잇닿는 곳이다. 우리에게는 웅기군 굴포리가 한반도에서 두 번째로 발굴된 구석기 유적지로 더 많이 알려진 곳이다. 함북 웅기군은 1981년 선봉군으로 개명되었다고 한다.
만나고 싶어도 만날 수 없는 꽃, 식물도감이나 문헌에서만 찾아볼 수 있는 꽃에 대한 그리움은 이산가족 간의 그리움보다 크다 할 수는 없다. 하지만 그에 못지않게 절절한 그리움의 꽃이다. 이러한 꽃을 처음 만날 때의 감격은 쉽게 지울 수 없는 충격으로 남는다.
웅기솜나물을 실제 만나 보니 인터넷 두산백과나 식물도감 내용과 사뭇 달랐다. 높이가 30∼35cm라는 기록과 달리 1m 이상이나 되는 식물로서 잎과 줄기가 매우 튼실하고 풍성해 보였다. 웅기솜나물은 바닷가에서 자라며 줄기에는 거미줄 같은 털이 난다. 뿌리에 달린 잎과 밑부분의 잎은 긴 타원형으로서 끝이 둔하다. 잎몸 밑부분이 약간 좁아져서 줄기를 반 정도 감싼다. 겉면에 털이 거의 없고 밑부분에 거미줄 같은 털이 나며 가장자리에 듬성듬성한 톱니가 있다.
꽃은 8월에 노란색으로 핀다. 두화(頭花)도 지름 3.5∼4.5cm로서 산방꽃차례로 달리며 꽃줄기에는 거미줄 같은 털이 난다. 총포(總苞)는 공을 반으로 잘라놓은 모양이고 실 같은 포엽이 엉클어져 있었다.
웅기솜나물을 처음 만난 순간은 말로만 듣고 보지도 못했던 환상의 꽃을 보는 것만 같았다. 거세고 차가운 바람 속, 동토의 땅에서도 꿋꿋하게 자라 화려하고 풍성한 꽃을 피워 올리고 있었다. 웅기솜나물이 간절한 기다림 속의 오랜 벗을 만난 것처럼 가슴에 다가왔다. 만나자 바로 떠나야 하는 꽃 탐방 일정이라 어쩐지 다시는 만나지 못할 것만 같았다. 아쉬움을 가슴에 안고 작별했던 웅기솜나물과의 만남이었다.
웅기솜나물
한낱 전설에 불과했다.
아련한 소문뿐
보고파도 만날 수 없었기에.
혹한의 동토(凍土)에서
거세고 차가운 바닷바람 벗 삼아
여리고 앳된 새싹을 내고
질주하듯 스치는
북극의 한여름 태양 아래
밝고 환한 함박웃음을 짓는 꽃!
간절한 기다림과 절절한 그리움 있어
오늘 비로소 너를 만났다.
겹겹이 넘어온 하 많은 시련인 듯
함박웃음 아래 포엽 실타래 엉클어지고
기다림에 지친 기약 없는 그리움인 듯
갯바람에 춤사위는 끝없이 이어진다.
그리움과 간절함이 이뤄낸 만남!
다시 못 올 작별인 양
왜, 내 마음 머무는가?
사할린의 웅기솜나물.
박대문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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