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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미술응원 프로젝트 vol. 2] '끈으로 표현한 인연의 연결망' 이영균

2017.08.07(Mon) 15:36:13


[비즈한국] 서양인들은 시공을 초월하여 세상을 구한다는 거창한 주제를 좋아하는 데 비해 우리는 사람 사이의 소소한 관계에 눈길을 준다. 이걸 보면 서양은 절대자의 특출한 능력이 세상을 바꾼다는 생각이 앞서는 데 비해 우리는 개인의 염원이 모인 힘으로 세상을 바꿀 수 있다는 생각 쪽에 무게를 두고 있다.

 

서양에서 개인주의가 발달한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세상의 모든 일은 나를 중심으로 일어난다고 생각했다. 시간도 그렇게 보았다. 내가 관련되지 않는 시간은 없는 것으로 믿었다. 그리고 흐른다고 생각했다. 일직선으로. 과거에서 현재를 지나 미래로. 이를 발전이라고 칭했다. 나는 태어나서 성장하고 늙어 죽으니까. 절대 능력을 지닌 조물주, 즉 유일신이 지배하는 서양에서 창조론과 종말론이 통하는 것은 당연하다.

 

반면 동양은 세상 모든 일이 날줄과 씨줄로 이어져 있다고 생각했다. 내가 보고 있는 세계가 유일하다고 믿지 않았고, 보이지는 않지만 다른 세상이 있다고 생각했다. 관계와 인연에 의해 생을 거듭하는 윤회를 믿게 된 까닭도 그런 이유다. 

 

관계(Relation): 72.7x60.6cm(3ea), 캔버스에 아크릴, 면사, 2017년

 


시간도 전후좌우 사방팔방으로 연결된다고 보았다. 그래서 내가 지배하는 것이 아니라 세상만물이 서로 주고받는 작은 힘으로 연결된다고 보았다. 즉 지금 이 순간은 내가 있어서 가능한 게 아니고 자연의 모든 것이 연결된 결과의 한순간이며, 여기서 일어나는 일도 그런 연결 속에서 필연적으로 나오는 결과라고 생각했다.

 

이영균의 ‘관계’ 연작은 이러한 동양적 사고를 바탕에 깔고 있다. 그는 여러 가지 재료를 이용하여 선의 조합을 보여준다. 이를 통해 시공을 초월하는 인연의 끈을 말한다.

 

관계는 사람 사이의 연결망이다. 우리에게는 아는 범위에서의 연결만 보이지만, 그런 관계가 성립되기까지 보이지 않는 인연의 고리에는 상상을 초월하는 엄청난 연결망이 존재한다. 눈에 보이는 관계는 거대한 연결망의 한순간 결과에 지나지 않는다. 작가가 다양한 재료로 무질서하게 만들어내는 끈의 구성이 지향하는 세계다.

 

이영균의 회화에는 이러한 개념적 설정을 뛰어넘는 물질적 실험성도 돋보인다. 개념은 드러나지 않기에 찾아내기가 쉽지 않다. 작가의 설명이 뒤따르지 않고는. 우리는 회화에서 화면에 드러난 결과를 보게 된다. 그걸 통해 작가의 생각을 유추할 수밖에 없다.

 

관계(Relation): 91x91cm, 캔버스에 아크릴, 면사, 2017년


 

그의 화면에는 전기선부터 섬유, 실, 한지 등 다양한 재료가 보인다. 물질성이 잘 드러나면서 추상성이 돋보이는 구성의 묘미가 뒤지지 않는다. 재료에 대한 탐구와 실험으로 다져진 공력의 결과다. 이런 재료들은 모두 끈의 형태로 등장한다. 연결과 관계를 짐작케 하는 대목이다.

 

이영균은 관계라는 연결망을 무질서하게 풀어 헤친 선으로 만들어낸다. 복잡해 보이지만 일정한 질서가 보인다. 우리가 우주와 연결된 숭엄한 존재라는 사실을 일깨우는 철학적 회화다.

전준엽 화가·비즈한국 아트에디터​ writer@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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