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옆으로 가지 치는 KAI 수사, 실패 우려 '고개'

검찰 협력업체 뇌물 강조 속 “의혹 구체적 확인 쉽지 않다” 지적

2017.08.04(Fri) 11:16:36

[비즈한국]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의 협력업체가 되면 혜택이 얼마나 많은데요. 정부 보조금부터 은행 금리 혜택까지, 거기(협력업체)에 이름 올리려고 한 기업들이 한둘이 아닙니다. 그 과정에서 작은 업체들이 KAI를 상대로 한 로비가 오죽 많았겠습니까?”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의 원가 부풀리기와 하성용 대표의 횡령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이 18일 오후 경기 성남시 중원구에 있는 KAI 협력업체 T 사를 압수수색, 압수품을 가져나오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국내 유일의 항공체계 방산제조업체인 KAI 정보에 밝은 검찰 관계자의 설명이다. 실제 KAI의 핵심 기술들은 대부분 군사기밀에 속한다. 공군에 납품하는 다목적 헬기 ‘수리온’이나 초고속 고등훈련기 ‘T-50’ 등 KAI가 생산, 관리하는 제품들이 우리 군의 주요 군사 장비에 속하기 때문. 이 밖에도 KAI가 개발 중인 군사목적용 드론이나 무인기 관련 기술 등도 역시 공개할 수 없게끔 되어 있다. 

 

문제는 ‘기밀’을 다루기 때문에 회사 기술이나 구체적인 거래 과정은 드러나지 않는 것에 비해, 정부의 지원은 많다는 것. 앞서의 검찰 관계자는 “KAI 협력업체로 이름을 올리기만 해도 정부 보조금부터 시작해서 많은 혜택이 따라온다”며 “각종 눈먼 돈(정부자금)을 노린 기업들이 협력업체 자리를 많이 노리고 KAI에 접근했고, 이를 위해 뒷돈도 많이 오갔다고 들었다”고 전했다. 

 

하성용 전 사장의 비자금을 타깃으로 시작된 검찰 수사도 KAI의 고질적인 협력업체 문제로까지 확대됐다. 서울중앙지검 방산수사부(부장검사 박찬호)는 협력업체로부터 뒷돈을 받은 혐의를 받고 있는 전 KAI 본부장 윤 아무개 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했는데, 윤 씨는 협력업체로부터 수억 원대의 금품을 받은 의혹을 받고 있다. 검찰은 윤 씨가 2012년 협력업체를 관리하는 생산본부장(전무)으로 재직할 당시 항공기 부품 제조업체 A 사를 납품 사업자로 선정해 주는 대가로 뒷돈을 받은 것으로 보고 있다.

 

이 같은 문제가 그동안 드러나지 않은 이유는 검증이 쉽지 않다는 게 검찰 측의 설명. 검찰에 따르면 로템과 같은 KTX 사업만 해도 극비 기술과 같은 예민한 영역이 상대적으로 적기 때문에 검증이 쉽게 되는데, KAI라는 기업이 다루는 영역은 다르다는 것. KAI는 상장되어 있기 때문에 민간 기업이고 사기업 같지만, 사실상 공기업처럼 협력업체들에게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었던 것이 KAI의 위치라는 평가다. 

 

앞서의 검찰 관계자는 “이번 수사를 놓고 박근혜 정권을 향한 ‘정치 수사’라고 보는 시선도 있지만, KAI 기업 안에 존재해 왔던 협력업체 선정을 위한 뇌물성 로비만 제대로 도려내도 의미가 있다”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검찰의 이번 사건 선택을 놓고 ‘억지로 수사를 확대한다’는 비판도 조금씩 고개를 들고 있다. 자꾸 수사 궤도를 변경, 확대하고 있기 때문. 당초 검찰이 메인 수사 흐름으로 잡았던 것은 하 전 사장의 비자금 조성 가능성. 이를 위해 검찰은 지난해 6월부터 검거하려 했으나 실패한 손승범 전 KA​I 차장을 배임 등 혐의로 공개 수배하고 얼굴을 공개했다. 

 

검찰이 공개 수배를 결정한 손 전 차장이 KAI에 재직하며 수리온 등을 개발하는 용역회사 선정 업무를 맡았던 인물. 손 전 차장은 처남 명의로 설계 용역업체를 설립한 뒤, 247억 원대의 물량을 챙기고 이 중 20억여 원을 가로챈 것으로 알려졌는데 검찰은 하성용 전 사장의 최측근이었던 손 전 차장이 이 과정에서 조성한 비자금 중 일부를 하 전 사장 등에게 건넸고, 그중 일부는 정치권 등에 전달됐을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누군가 도와주는 세력이 있다는 생각이 들만큼 흔적을 찾을 수 없다”는 게 공개 수배 결정 배경에 대한 검찰의 설명. 하지만 “문제가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제대로 수사하지 않다가 정권이 바뀌고 첫 수사 아이템으로 선정되자 어떻게든 가시적인 성과를 내려고 협력업체 비리, 분식회계 의혹 등으로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법조계 관계자는 “정권의 첫 사정 수사고, 차장, 부장검사급 인사가 코앞인 상황에서 검찰은 어떻게든 성과를 내야만 하는 상황”이라며 “검찰이 핀셋수사(범죄 의혹만 도려내는 것)가 아닌, 특유의 ‘모조리 털기 위한 옆으로 수사 확대’를 하고 있는 모양새”라고 평가했다. 

 

그는 “지난 2일 ‘분식회계 정황이 있다’는 설명 역시 정확하게 확인되지 않았음에도 ‘가능성 차원’에서의 언급이지 않았느냐”며 “지난해 롯데그룹 수사 때도 검찰은 브리핑에서 비자금이 있다고 전격적으로 밝혔지만, 결국 입증을 못 했듯이 이번 의혹들도 구체적으로 확인되려면 상당한 시간이 필요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실제 검찰이 혐의가 상당하다며 구속영장을 청구한 윤 전 본부장 역시 검찰이 한 차례(2015년) 수사를 했다가 무혐의 처분을 받았던 인물. 당시 서울중앙지검 첨단범죄수사2부는 배임수재 혐의로 이 아무개 전 KAI 생산본부장을 구속했을 때 윤 씨를 소환 조사한 뒤, 무혐의 처분을 내렸다. 

 

윤 씨를 조사하고도 2년 후에서야 구속영장을 청구한 것과 관련해 검찰 관계자는 “당시 이 씨는 진술 과정에서 뒷돈을 주지 않았다고 말을 바꾸는 등 수사 진행에 어려움이 있었다”고 설명했지만, 검찰 안팎에서는 ‘실패한 수사’가 될 수 있다는 우려가 조금씩 고개를 들고 있다.

최민준 저널리스트

writer@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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