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북한의 미사일 도발이 점점 심각해지고 있다. 지난 7월 28일 밤, 북한은 중국 국경 근처인 자강도 무평리에서 ‘화성-14’ 2차 발사 시험을 실시했다. 7월 4일 발사한 화성-14의 첫 비행코스는 거리 933km, 최고 고도 2802km인데 비해서 이번엔 비행거리 998km, 최고 고도 3724km에 달했다.
상승한 뒤 낙하하는 비행궤도를 가지는 탄도미사일은 마치 짱돌을 던지는 것처럼 발사 각도에 따라 사거리가 달라지는데, 42도에서 45도 정도의 발사 궤도를 가진다면 화성-14의 첫 번째 발사에서는 7000km의 비행거리, 두 번째 발사에서는 1만km의 비행거리를 가진 셈이다.
더군다나 이번 발사는 삿포로 시내의 CCTV와 시민들이 탄두의 재돌입체를 포착하는 데 성공했다. 이는 ICBM 탄두가 일본 본토에 떨어졌다는 뜻일 뿐만 아니라, 이 탄두가 눈에 보였다는 것은 재돌입에 성공했다는 뜻이기에 화성-14의 완성도가 상당한 수준에 도달했다는 의미다. 즉 정말로 ‘북한제 핵미사일’이 미국 캘리포니아를 겨냥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이런 북한의 도발에 문재인 정부의 대응은 세 가지 정도로 요약된다. 하나는 북한에 대한 즉각 대응태세를 보여주는 한미연합훈련으로, 한반도 모처에 있는 국군 미사일사령부 소속 ‘현무-2A’ 탄도미사일과 주한미군 소속 ‘ATACMS’ 탄도미사일을 DMZ 인근에서 사격을 실시하고, 괌 기지에서 ‘B-1B’가 즉각 출격해 한국 공군 소속의 ‘F-15K’ 전투기와 합동 폭격훈련을 실시한 게 그 예시다.
두 번째 대응은 신규 무기체계의 개발 가능성 타진과 시험 발사다. 6월 23일 발사시험을 실시한 신형 ‘현무-2C’ 미사일은 800km의 사거리에 약 500kg의 탄두중량을 가지고, 발사 후 정밀유도장치와 조종날개를 사용해 목표 표적에 수미터 이하의 오차로 명중하는 것을 보여주었다.
지난 7월 29일 공개된 신형 전술 탄도미사일은 사거리는 150km 정도로 짧지만, 한 기의 발사대에 4발의 미사일을 탑재하여 연속발사가 가능하고, 탄두 무게가 500km 이상이라 지하 갱도진지에 숨어있는 항공기나 방사포, 지휘부를 파괴할 수 있다.
이 외에도 송영무 국방부 장관은 인사청문회 때 원자력잠수함을 건조할 것을 고려하고 있고, 현재 건조가 진행 중인 ‘장보고-3’ 잠수함의 3차 사업에 원자력 동력을 탑재할 것을 논의 중이다.
세 번째 대응은 잠재적 국방력 강화를 위한 미국과의 군사협정 개정 노력이다. 이미 한미정상회담에서 트럼프 미 대통령과 문재인 대통령 간에 미사일 협정 개정에 대한 논의가 있었고, 트럼프 대통령이 이에 긍정적 답변을 하자 지난 7월 24일 정식으로 한미 미사일 지침(NMG·New Missile Guideline) 개정을 논의하기로 시작했다.
현재 한국이 개발할 수 있는 미사일의 한계점은 사거리 800km에 탄두 무게 500kg인데, 이를 1t으로 늘린다는 것이다. 한미 미사일 협정은 미사일의 탄두 무게를 줄이면 사거리를 늘릴 수 있기에, 북한 지역을 공격할 수 있는 500km 사거리급 탄도미사일은 1.2t에서 1.5t의 탄두 무게를, 500kg 탄두 중량이라면 1200km 이상의 사거리를 갖춘 미사일을 개발할 수 있다.
이에 더불어 노무현 정부에서 FTA 협상의 주역으로 나섰다가, 문재인 정부의 통상교섭본부장으로 임명된 김현종 한국외대 교수는 한미 FTA의 재협상에 돌입할 경우 핵폐기물 재처리 허용, 1단계 위성 발사체 기술 도입, 핵잠수함 건조 허용을 선결조건으로 내걸 것이라 인터뷰했다.
하지만 이런 세 가지 갈래로 이루어지는 북핵 대응을 위한 문재인 정부의 대응방안에 비판도 만만치 않다. 결국 핵보유국으로 발돋움하는 북한의 행동을 변화시킬 유일한 방안은 독자적 핵무장, 혹은 전술핵 재배치뿐이며, 핵보유를 천명하지 않는 문재인 정부의 대북 군사대응은 북한에게 실제적인 위협이 될 수 없다는 지적이다.
이 말도 일리는 있지만, 우리는 엄연히 대한민국의 핵 보유 가능성이 낮다는 점을 외면해서는 안 된다. 냉정하게 말하자면 세계는 NPT 체제라는 핵확산 방지 질서를 깨뜨린 북한을 비난할 뿐만 아니라, 북한의 위협으로 핵무장에 관심을 가지는 한국과 일본에도 엄중한 시선을 보내고 있다.
과거 주한미군의 사례처럼 전술핵을 한국에 재배치하는 것도 군사적 실효성이 부족하다. 과거 냉전시대의 핵전략과 달리 미국의 핵전략은 상대에 관계없이 최적의 핵무기를 사용하고자 하며, 전술핵무기를 주한미군 기지에 운용하는 것은 북한이 공격하거나 탈취할 취약한 전략무기를 배치하는 것과 다름없다.
실제로 미국은 북한에 대한 핵전력을 괌 기지에 위치한 ‘B-2’ 폭격기뿐만 아니라, 태평양 어딘가에 전개 중인 오하이오급 전략 핵 잠수함, 혹은 미국 반덴버그 등에 위치한 대륙간 탄도탄으로 대응한다는 구상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 공군이 미군과 공동으로 전술핵폭탄을 관리한다는 구상 역시 어려운 것은 마찬가지이다. 과거 냉전시기 터키 및 독일 등지에서 시도되었던 전술핵폭탄 공유는 ‘공유’가 아닌 사실상 ‘운반 수단 제공’에 불과했으며, NATO 국가들의 전술핵 공유는 미국의 철저한 관리와 감시하에, 미국 대통령이 승인한 표적에만 핵무기를 사용할 수 있게 해준 것이다. ‘핵공유’라는 개념은 사실상 없는 셈이다.
이런 상황에서, 비핵화 선언 안에서의 우리의 대응은 적의 도발에 즉각 대응이 가능한 탄도미사일의 고도화와, 브라질과 같이 핵무기를 보유하지 않아도 운용할 수 있는 원자력잠수함의 도입이 한계일 것이며, 또 이런 노력이 북핵 해결에서 완전히 무의미하진 않다. 중국의 존재 때문이다.
중국은 북한의 핵무기에 지속적으로 반대하고 있지만, 국제제재에 미온적일 뿐만 아니라 북한 정권을 유지시킬 수 있는 에너지 및 사치품 수출을 계속하고 있다. 이번 화성-14 탄도미사일의 발사 차량 역시 중국이 만든 목재 수송용 트럭인 ‘WS51200’다.
중국이 북한의 반발과 국제사회의 압력을 감수하면서도 북한 핵에 대한 대처가 미온적인 것은 두 가지인데, 미국과 달리 중국은 대만, 대한민국, 일본, 인도, 러시아, 베트남 등과 군사동맹을 맺지 못하고 영토분쟁을 벌이는 상황이라, 사실상 북한이 유일한 동맹국이라는 점과, 중국보다 공격적이고 도발적으로 대응하는 북한의 미사일 개발을 활용해 태평양 및 동아시아에서 미국의 군사력을 약화시킬 지렛대로 삼고자 하기 때문이다.
최근 중국은 경제력을 바탕으로 엄청난 규모의 해군력 현대화 사업을 하고 있으며, 근시일 내에 4척의 항공모함으로 구성된 항모전단, ‘J-20’ 스텔스 전투폭격기, 1만 5000t급 055급 신형 구축함, 발전된 원자력잠수함은 물론 대함탄도탄(ASBM)과 위성요격무기(ASAT)를 갖춰 나가고 있다. 태평양에서 수적으로 미 7함대와 동등한 수준의 항공모함 전단을 구성하고, 미 해군과 주한·주일 육군, 괌의 미군을 제압할 신무기들을 만들고자 한다.
하지만 한국이 나선다면 이런 구상은 어려워질 가능성이 매우 크다. 현재 시험 사격에 성공한 현무2C의 경우 800km의 사거리로 백령도에서 중국 수도권 타격이 가능할 뿐만 아니라, 발사 후 조종 장비가 달린 탄두가 분리되는 기술은 장거리 대함탄도탄(ASBM)으로 그대로 전용 가능하다.
원자력잠수함의 경우 북한의 수중발사탄도탄(SLBM)뿐만 아니라, 중국의 원자력잠수함이나 항공모함에도 치명적인 공격력을 발휘할 수 있다. 특히 원자력잠수함과 발전된 탄도미사일이 결합되었을 경우 항공모함 전단에 대단히 강력한 위협이 되어, 중국 해군의 항모전단은 미 해군 항공모함 함대가 태평양 인근에 있어도, 자신의 앞마당 근해에서의 안전을 보장받기 힘들 것이다.
한국의 미사일과 잠수함 기술은 곧 중국 해군의 미 해군 대응책, 반 접근 거부 전략(A2/AD)의 최대 방해요소가 될 수 있는 것이다. 물론 모든 정책이 이런 구상대로 흘러간다는 보장은 없고, 이상적인 목표일 뿐이라는 점은 반박할 수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핵무기 보유라는 비현실적이고 파괴적인 결과보다는, 우리의 역량의 한계를 인지하고 북한뿐만 아니라 동북아의 세력 균형에 대처하며, 든든한 미국의 동맹국으로서의 위상을 재고하는 우리 안의 군사혁신과 도전은 멈추지 말아야 할 것이다.
김민석 한국국방안보포럼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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