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만약 UFO가 나타난다면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하는가. 딱히 가르쳐 주는 사람이 없기에 만화책에서 힌트를 찾아보았다.
일단은 우리가 그들보다 강한 무기를 가지고 있으면 된다. ‘닥터 슬럼프’의 아라레(국내명 아리)처럼 말이다. 슬럼프 박사가 창조한 아라레는 어떤 방법을 썼는진 몰라도(작가도 알려주지 않음) 우주공간에 있는 UFO로 순간이동하고, 날카로운 질문으로 나고야 사투리에 능한 외계인을 당황하게 만든다. 게다가 동행인 가지라(국내명은 피피)는 그들이 타고 있던 UFO를 먹어 치우기도 한다(닥터 슬럼프 2권).
어쩌면 UFO를 타고 온 외계인의 문명이 우리보다 떨어질 수도 있다. 츠나미노 유우 작가의 ‘슈메르 성인’에 나오는 슈메르인들의 문명은 지구보다 20년 정도 뒤처져 있다. 그들이 타고 온 우주선 ‘느부갓네살 II’는 의도적으로 지구를 향해 비행한 것이 아니라, 연료가 떨어진 시점에 운이 좋게 중력권으로 빨려든 것이다. 이 때문에 고도의 문명을 기대했던 지구인들은 직후 벌어진 2002한일월드컵으로 관심을 옮겼다(슈메르 성인 1권).
하지만 많은 경우 외계인은 위협적이다. 척박한 환경에서 근육질로 진화한 바퀴벌레처럼 강한 공격력을 갖추고 있을 수도 있고(테라포마스 1권), 단숨에 달의 70%를 날려 인류가 평생 초승달만 보게 만들 수도 있다(암살교실 1권). 아니면 평행우주의 지구에 살며 우리의 터전을 호시탐탐 노리고 있을지도 모른다(지어스 1권).
그래서 필요한 것은 친목도모. 우리는 그들의 친구가 되거나 동맹이 되어야 한다. 물론 어려운 점도 많다. 가장 우선은 언어의 차이. 하지만 애써 그들의 언어를 이해하려 노력할 필요는 없다. 대부분의 경우 그들이 인간의 언어를 배우는 편이 빠르기 때문이다(디어스 1권). 그들이 질문하기를 기다렸다가 우리는 모국어로 대답하면 된다. 다만 가끔은 아기 외계인을 맡게 될지도 모르니 만반의 준비를 하는 것이 좋다(우리 아기는 외계인 1권).
그들과 좀 더 친해지고 싶다면 숙식제공은 필수. 지구인들이 이 별의 구석구석을 차지한 탓에 외계인들은 머무를 곳이 없다. 쌍문동 고길동 씨는 빠듯한 살림에도 깐따삐아 별의 도우너를 유사가족으로 받아 들였고(아기공룡 둘리 1권), 히나타의 가족은 지구를 정복하러 온 케로로 하사에게 가사노동분담의 조건으로 거주를 허락했다(개구리 하사 케로로 1권). 심지어 세상에서 가장 운이 나쁜 중학생 왕재수는 행운의 별에서 온 럭키맨에게 자신의 몸을 빌려주며 친선을 도모했다(떴다! 럭키맨 1권).
이렇게 우리는 외계인과 공존을 모색할 수 있다. 멀지 않은 미래에는 외계인들과 함께 사는 날이 올지도 모르고(니아 언더 세븐 1권), 어쩌면 그들이 정체를 숨기며 지구에 오랫동안 살고 있는지도 모른다(레벨E 1권). 가끔은 외계인과 결혼을 약속할지도 모르고(시끌별 녀석들 1권), 튼튼한 그들의 심장을 선물받을지도 모른다(외톨이의 지구침략 1권).
외계인과 친분을 나누고 어울리는 방법은 그리 어렵지 않다. 그렇다면, 나와 조금 다르게 생긴 누구, 나와 조금 생각이 다른 사람을 이해하는 것은 더 쉽지 않을까? 문득 그런 생각이 든다.
*필자는 만화책을 쌓아두고 맥주를 마시는 작은 망가BAR를 고군분투하며 운영 중이다.
황순욱 신촌 피망과토마토 망가BAR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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