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글로벌 자동차 기업들에 비해 다소 늦게 미래차 개발에 박차를 가하기 시작한 현대자동차는 올해 초 ‘전략기술연구소’를 설립했다. 자율주행차, 4차 산업혁명, 커넥티드카 등에 대한 본격 개발연구를 시작하기 위해서다. 그런데 재계에 따르면 최근 현대자동차는 전략기술연구소 산하에 ‘미래전략실’(미전실)을 신설했다. 전략기술연구소는 정의선 현대자동차 부회장이 직접 챙기는 것으로 알려져 그 신설조직인 미전실의 구체적 역할에 더욱 관심이 집중된다.
현대자동차에 따르면 미전실에는 최근 영입한 내외부 인사를 포함해 20여 명이 근무한다. 미전실은 자동차가 단순히 이동수단을 넘어 미래 사회 우리 삶에 어떤 존재로 자리 잡을지를 고민한다. 또 4차 산업혁명 시대 현대차가 직면한 사업 현안에 전방위 전략을 수립하고 지원하기 위해 설립됐다.
그런데 재계에서는 미전실을 두고 여러 설이 난무한다. 현대자동차가 최근 신사업 전문가, 로봇 전문가, M&A 전문가 등 경력 채용을 진행한 것으로 미루어 보아 미전실이 단순히 연구개발만을 위한 조직은 아니라는 분석이다.
특히 연구소 안에 또 다른 조직을 만든 것을 보면 단발적 프로젝트를 위한 TF(태스크포스)가 아니라 ‘상설조직’이라는 데 방점을 찍는다. 기존에 연구개발본부가 있고, 올 초 전략기술연구소를 세워 미래 사업을 선도할 조직까지 만들었는데 그 산하에 또 다른 조직을 만들자 무슨 차별화를 위해 상설 조직을 만드냐는 지적이 나온다.
금융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초기단계라 짐작하는 수준이지만 상설 조직을 만드는 것에 의미를 두고 있다”며 “현대차 미전실은 기업의 당면과제를 고민할 수밖에 없고 추후 어떤 조직으로 변할지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룹의 새 먹거리를 찾기 위해 만들었다는 미래전략실의 존재는 현대자동차 직원들도 잘 모른다. 현대자동차의 한 관계자는 “미래전략실이 세워진지도 몰랐다”며 “기존의 경영기획은 직제상 본사에서 맡고 있고 연구개발 조직도 별도로 있는데 미전실이 어떤 역할을 담당하는지 잘 모르겠다”고 말했다. 현대자동차의 다른 관계자는 “외부에서 듣고 미전실 존재를 알았다”며 “미전실이라는 이름 때문에 오해를 받지만 순수 연구개발 부서로 안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현대차그룹의 당면과제인 지주사 전환 등 지배구조 관련 조직이 아니겠느냐는 주장도 제기된다. 검찰, 국세청 등 사정당국이 현대차그룹을 예의주시하는 것도 이런 시선에 힘을 싣는다. 현대차그룹 계열사 중 한 곳은 4월 말부터 서울지방국세청 조사1국의 세무조사를 받고 있다. 사정기관 관계자는 “현대차그룹 계열사 세무조사는 다른 계열사로 이어져 결국 현대자동차 본사 세무조사로 마무리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룹 차원의 대응 조직이 필요해졌을 수 있다는 얘기다.
만약 현대차의 미전실이 그룹의 컨트롤타워처럼 중요 경영사항이나 기업 인수 등에 대한 결정을 내린다면 거센 비판에 직면할 수 있다. 순환출자 구조의 현대자동차가 중요한 의사결정을 권한만 있고 책임은 없는 한 조직에서 결정 내린 대로 실행에 옮기는 격이 되기 때문이다.
한 대기업 관계자는 “그룹의 미래사업을 고민하는 상설조직이 어떤 방향성을 제시했을 때 결국 그대로 경영을 컨트롤하게 된다”며 “컨트롤타워가 달리 컨트롤타워가 아니다”고 지적했다. 그룹 차원의 대응 조직이 필요할 수 있다는 얘기다.
이에 대해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그룹의 직제나 구성원 면면에 대해 밝힐 수는 없다”면서도 “미전실은 순수하게 그룹의 새 먹거리를 찾기 위한 조직으로 컨트롤타워가 아니다. 전략 기획 인사 법무 홍보 감사 등 250명의 대조직으로 그룹의 컨트롤타워였던 삼성그룹의 미래전략실과는 전혀 다르다”고 잘라 말했다.
금재은 기자
silo123@bizhankook.com[핫클릭]
·
[차이나 프리즘] 중국서 맥 못추는 현대차, 한국서 판매 느는 중국차
·
'커피왕' 강훈 망고식스 대표 '돌려막기의 늪'에 빠졌나
·
전 세계 휴대폰 도감청 몸살, '통신보안' 전쟁 속으로
·
글로벌 자동차업계 'M&A 빅뱅'…현대·기아차는요?
·
'3대 악재'에 다시 고개 드는 GM '한국 철수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