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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프] 한국낭자는 ‘골프기계’? 큰 무대 LPGA 서기 전 정글 KLPGA서 단련

골프대디·마미 헌신적인 뒷바라지…대표팀에 뽑히면 환상적인 혜택도

2017.07.24(Mon) 17:13:38

[비즈한국] 지난 17일(한국시각) 막을 내린 US여자오픈에선 우승자 박성현을 비롯해 8명의 한국 선수가 톱10에 들었다. 1, 2, 3등을 모두 한국 선수가 차지했다. 흥미로운 것은 톱10 안에 미국 선수가 한 명도 없었다는 사실. 세계 랭킹도 상위 30위 안에 13명의 한국 선수들이 이름을 올렸다. 현재 1위는 유소연이다. 

 

한국 여자 골프가 미국여자프로골프투어(LPGA)에서 두각을 나타낸 것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그러나 이처럼 세계 최고 권위의 여자골프대회인 US여자오픈에서 톱10을 8명의 한국 선수들로 채운 건 이번이 처음이었다. US여자오픈은 1998년 박세리가 우승을 차지한 이후 최근 박성현까지 무려 9명의 한국 선수가 우승컵을 들어 올렸다. 

 

올 시즌만 해도 지금까지 열린 19개 LPGA 대회에서 한국 선수가 절반에 가까운 9개 대회의 우승을 차지했다. 대회는 미국이 열고 상금은 한국이 휩쓰는 상황들이 반복되고 있는 것이다. 

 

이번 US여자오픈에 출전, 19위로 대회를 마쳤던 베테랑 크리스티 커(통산 19승)는 2015년 8월 한국 선수들을 향해 “하루에 10시간씩 훈련하는 기계들”이라고 비난한 적이 있었다. 그런 그가 이번 대회를 마치고선 언론과의 인터뷰를 통해 “한국에선 골프 아니면 공부”이라며 골프에 집중된 한국의 상황을 거론했고, 미국 골프가 US여자오픈에서 좋은 성적을 낼 수 있는 희망이 무엇이냐고 묻자, “내가 아이를 많이 낳아야 한다”는 답을 내놓기도 했다. 

 

일본도 한국 여자골프를 향한 부러움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무엇보다 한국 젊은 선수들의 성장세를 주목한다. 이번 US여자오픈 10위 안에 든 8명의 한국 선수들 중 30대 이상의 선수는 한 명도 없었다. 2위인 최혜진이 만 17세의 나이였고, 8명 중 25세 이하는 4명이다. 

 

제72회 US여자오픈 골프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한 박성현. 사진=LPGA 페이스북


일본의 한 언론에서는 미국뿐만 아니라 이미 일본도 이보미, 신지애, 안신애, 김하늘 등의 한국 선수들이 우승을 독식하는 상황을 주목했고, 최근 일본에서 폭발적인 인기를 얻고 있는 안신애의 뒤만 쫓지 말고 선수 육성에 더욱 힘을 써야 한다고 꼬집기도 했다. 한국은 세계 랭킹 30위 안에 13명의 선수들이 포함됐지만 일본은 노무라 하루(어머니가 한국인)가 21위를 차지했을 뿐이다. 

 

그렇다면 한국 여자골프는 왜 강해진 걸까. 아무리 많은 선수들이 배출된다고 해도 미국보다는 인프라 면에서 비교도 안 될 정도이다. LPGA에서도 그걸 잘 알고 있지만 해마다 우승자가 바뀌고 마르지 않는 샘물처럼 젊은 선수들이 LPGA로 넘어와서 곧장 우승을 차지하는(박성현의 경우처럼) 일들은 ‘도대체 한국 여자골프에 우리가 알지 못하는 그 무엇인가가 있는 게 아니냐고 의심의 눈초리를 보일 수밖에 없는 것이다. 

 

# KLPGA의 치열한 경쟁

 

LPGA 투어에서 활약 중인 한국 선수들의 면면을 보면 KLPGA투어의 약진이 눈에 띈다. US여자오픈에서 우승을 차지한 박성현을 비롯해 허미정과 유소연, 이정은6, 김세영, 이미림 등 ‘톱10’에 든 선수들은 모두 KLPGA투어를 거쳤거나 현재 뛰고 있는 선수들이다. 미국 골프장에 대한 경험과 정보가 부족하고 장거리 이동과 시차 등으로 불리한 여건에서 투어에 출전했음에도 좋은 성적을 냈다는 건 그만큼 한국 선수들의 기량이 뛰어나다는 방증인 것이다. 이전까지만 해도 참가하는 데 의의를 뒀던 선수들이 지금은 우승에 도전하는 현상도 변화된 모습이다. 

 

LPGA에서 활약 중인 선수의 코치를 맡고 있는 A 씨는 “미국에 와 보면 한국 선수들이 얼마나 대단한 성적을 내고 있는지 확연히 느낄 수 있다”면서 “LPGA에 영어 외에 한국어도 공식 언어로 지정돼야 하는 게 아니냐는 말이 나올 정도로 한국 선수들의 활약이 대단하다. 그 배경은 KLPGA의 힘이다. 한국에서 열리는 대회가 워낙 경쟁이 치열하다 보니 LPGA 투어에 막 데뷔한 선수들도 좋은 기량을 선보이며 상위권에 이름을 올린다. 정말 대단하다는 말밖에 안 나온다”고 설명했다.

 

US여자오픈에서 초반에 선두권을 형성했던 ‘이정은6’는 지난 4월 롯데렌터카여자오픈에서 프로 첫 우승을 거둔 바 있다. KLPGA에 정은이란 이름이 무려 6명이나 있어 ‘이정은6’로 불리는 그는 처음 출전한 US여자오픈에서 공동 5위에 오르며 상금을 2억 원 가까이 챙겼다. 더 이상 LPGA는 경험하는 대회가 아닌 것이다. 이번 대회에서 신데렐라로 떠오른 최혜진도 지난 2일 끝난 초정탄산수 용평리조트오픈에서 프로 대회 첫 우승을 차지한 후 바로 US여자오픈에 출전, 2위에 올랐다. 

 

# 부모의 헌신과 노력

 

‘골프 대디’ ‘골프 마미’는 한국 여자골프를 대변하는 수식어이다. 투어를 뛰는 대부분의 선수들이 부모의 헌신적인 뒷바라지와 물심양면의 지원 끝에 스타플레이어로 탄생했다. 

 

부모들이 골프에 소질을 보이는 자식에게 ‘올인’하는 가장 큰 이유는 가능성을 직접 목격했기 때문이다. 박세리, 김미현, 박지은 세대를 넘어 신지애, 유소연, 김효주, 전인지 등이 모두 부모의 열정 끝에 세계무대에서 재능을 드러냈다. 한국계 리디아 고나 미셸 위도 골프를 배운 환경은 한국과 다르지만 부모한테 물려받은 유전적인 요소가 중요했다. 그건 한국인이란 사실이다.

 

최혜진과 아버지 최길호 씨.


이런 부모들의 적극적인 뒷바라지는 10~16세 사이의 주니어 선수들이 해마다 20개 대회를 소화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었고, 프로 데뷔 후에도 국제 경쟁력을 갖춘 유망주들이 쉼 없이 배출되고 있다. 전 세계에서 3부 투어를 운영하는 나라는 한국 여자골프밖에 없다. 

 

# 전폭적인 지원, 대표팀 시스템

 

골프 국가대표 시스템은 1986년 서울 아시안게임을 앞두고 만들어졌다. 박세리, 김미현, 한희원, 장정, 신지애, 장하나, 김세영, 이미림, 최나연, 전인지, 김효주 등 LPGA 투어에서 눈부신 성과를 올린 선수들은 모두 국가대표 출신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대한골프협회가 운영하는 대표팀 시스템은 한국 여자골프를 세계 최강으로 이끈 숨은 주역이다. 

 

현재 대표팀과 상비군, 주니어 상비군으로 운영 중인 대표팀에는 2명, 상비군에는 5명의 코치가 선수들을 지도한다. US여자오픈에서 2위에 오른 최혜진은 현역 국가대표 신분으로 출전한 터라 대회 내내 ‘KOREA’가 새겨진 국가대표 유니폼을 입고 뛰었다.

 

대표팀 선수들은 협회로부터 장비와 의류, 용품을 지원받고 훈련 기간 동안의 숙식비, 골프장 그린피도 무료다. 대표팀 훈련 동안에는 수당도 지급하기 때문에 부모 입장에선 경제적 부담 없이 혜택을 누리게 된다. 

 

무엇보다 최고 수준의 코치들로부터 지도를 받는다는 사실도 무시할 수 없는 부분이다. 4년 동안 국가대표로 활약한 최혜진은 해마다 1, 2월이면 해외 전지훈련을 떠났고, 호주여자오픈, 뉴질랜드여자오픈 등 오픈 대회와 지역 대회에 출전하면서 경험을 쌓았다. 국가대표는 포인트 순위에 따라 우선 선발하고 남은 자리는 선발전을 통해 보충한다. 많은 혜택이 주어지기 때문에 대표팀 선발전도 치열한 경쟁이 펼쳐진다. 

 

대회가 끝나면 곧장 다음 대회장으로 이동하거나 대회가 없을 때도 골프채를 손에 놓지 않고 사는 한국 선수들은 여유 있게 투어 생활을 즐기는 외국 선수들의 생활 패턴과 차이가 있다. 행여 쉴 수 있는 시간이 주어져도 그조차 훈련으로 채우는 게 한국 선수들. 어릴 때부터 그런 시스템에서 골프를 해왔기 때문에 습관처럼 훈련을 이어가는 것이다. 

 

한국 선수들의 빼어난 성적을 두고 “골프하는 기계”로 폄하한 LPGA 선수의 지적이 귓가에 맴돌지만 한국 선수들은 기계가 아닌 인간으로 골프를 친다. 엄청난 경쟁과 그걸 이겨내야 한다는 부담을 안고 말이다.

이영미 일요신문 스포츠전문기자

riveroflym@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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