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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AI 수사 급물살, 방산비리에 빼든 '검' 어디까지 가나

'문고리 3인방'부터 우병우까지 거론…'코드 수사' 논란에 검찰 "계속 수사해와"

2017.07.19(Wed) 18:13:16

[비즈한국] 검찰이 지난 14일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을 압수수색한 지 나흘 만인 18일 KAI 협력업체 5곳에 대한 압수수색이 이뤄졌다. 문재인 대통령이 대선공약으로 명시한 방위산업 비리 척결에 대해 검찰이 움직이며 새 정부의 사정정국이 시작됐다는 풀이가 나오고 있다.

 

검찰이 한국항공우주산업(KAI)에 대한 압수수색을 단행한 14일 KAI 본사 모습. 사진=연합뉴스


2015년 감사원이 KAI를 검찰에 고발한 이후 검찰은 첩보수집 등을 통해 많은 정보를 축적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이 충분한 사전준비로 자신감 있게 방산비리 수사에 나서고 있다는 것이 법조계 안팎의 분위기다. 특히 윤석열 서울중앙지검장이 지휘하는 첫 대형 수사라는 점에서 사정칼날이 단순히 KAI나 하성용 KAI 사장에서 멈추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서울중앙지검 방위사업수사부(부장 박찬호)는 14일 원가조작을 통해 개발비 편취 혐의를 포착, KAI 본사와 서울사무소를 압수수색 했다. KAI는 한국형 기동헬기 ‘수리온’​ 등 항공사업을 전개하는 과정에서 원가를 부풀려 방위사업청으로부터 부당 이득을 챙긴 혐의를 받고 있다. 또 2015년 직원 선물용으로 구입한 상품권 중 17억 원의 용처가 밝혀지지 않아 비자금과 로비설 의혹을 받고 있다.

 

이번 KAI 수사에서 검찰이 집중해서 들춰보는 부분은 협력업체에 일감을 몰아주고 뒤로 비자금을 조성했다는 의혹이다. 이와 관련해 지난 18일 검찰은 KAI 협력업체 5곳을 압수수색했다. 압수수색을 당한 회사는 Y 사, P 사, T 사, L 사 등인데 업체 대표들은 KAI 출신이거나 하 사장의 전 직장인 성동조선해양, 대우중공업에서 함께 일한 경력이 있는 인사들이다. 이들 다수는 공교롭게도 하 사장이 몸담았던 회사들과 거래 계약을 맺으며 성장한 기업들이다.

 

하 사장 측근으로 알려진 T 사 대표 조 아무개 씨는 하 사장이 성동조선해양 총괄사장을 지내던 당시 경영관리본부장(전무)으로 손발을 맞춰왔다. 일감 몰아주기 의혹을 받는 T 사의 매출은 2014년 39억 원에서 2016년 92억 원으로 크게 증가했다. 

 

Y 사 대표는 KAI 출신으로 1990년 직원 4명을 두고 개인 사업을 시작했다. Y 사는 1991년 8월 대우중공업 항공사업본부의 동체부품 개발 및 양산 사업에 참여하게 되고 KAI와 거래를 트며 성장해 왔다. P 사는 해양플랜트 부품을 제조하던 회사였지만 2015년 돌연 항공기부품 제작업을 시작하고 전문성과 경험이 없는데도 불구하고 KAI의 전폭적 지원을 받게 된다. 

 

사정기관 안팎에선 박근혜 전 정부 ‘문고리 3인방’으로 불린 이재만 전 청와대 총무비서관, 안봉근 전 국정홍보비서관 정호성 전 부속비서관 중 한 명이 이들 협력업체와의 비자금 마련에 연루돼 있다는 의혹도 제기된다. 협력업체에 소위 바지사장을 세우고 KAI로부터 일감 몰아주기 혜택을 누리며 비자금을 조성했다는 것. 사천 지역과 경남 정가에서는 하 사장과 문고리 3인방의 연결고리 역할을 맡은 친박 중진의원이 있다는 의혹도 흘러나오고 있다.

 

박 전 대통령은 2015년 사천의 KAI 본사를 직접 찾아 직원들을 독려하고 극찬할 만큼 항공우주산업에 애착을 갖고 있었다. 하 사장 역시 전 정부에서 사장 취임과 연임까지 이뤄내 친박 실세와 밀착 관계에 있다는 이야기가 파다하다. 사정기관 관계자는 “문고리 3인방과 하성용 사장을 연결지어주는 연결고리를 한 친박 인사가 있다는 이야기가 나온다”고 말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2015년 12월 17일 오전 경남 사천 한국항공우주산업(KAI)에서 열린 미국 수출형 훈련기(T-X) 공개 기념식에서 축사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또 친박 인사와 정부 고위관계자가 개입되어 있기 때문에 KAI에 대한 감사와 검찰수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는 의혹도 제기된다. 이런 의혹은 지난 정부가 2014년 방산비리합수단을 만들고 방산비리를 수사했음에도 특별한 비리 혐의를 포착하지 못하고 감사원이 감사결과 늑장 발표에 일부 사실 누락 등에서 기인한다. 방산업계 관계자는 “지난 정권 방산비리 수사는 피라미를 잡는 데 그쳤다”며 “정작 방산업계 고위직이나 거물 로비스트는 모두 빠져나갔다”고 말했다.

 

누수와 결빙 등 심각한 결함이 발견된 수리온에 대한 감사원 감사결과가 청와대에 이미 보고되었음에도 수사나 조치를 취하지 않아, 우병우 전 민정수석이 감사원과 검찰에 수사 무마 외압을 행사한 것 아니냐는 논란도 일고 있다. 김종대 정의당 의원은 “우병우 전 민정수석이 KAI에 대한 문제를 알았음에도 수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며 “​우 전 수석이 수사를 무마시키는데 힘을 썼음을 의심할 수 있는 대목”이라고 말했다. 

 

그간 방산비리에서 이렇다 할 실적을 올리지 못한 검찰이 새 정부 코드에 맞추기 위해 전 정권 핵심부까지 닿을 수 있는 KAI를 조준했다는 풀이가 검찰 안팎에서 나온다. 하지만 검찰은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새 정부 기조에 맞추기 위해서 KAI를 겨누거나 일부러 늑장 수사를 하지는 않았다는 것. 

 

실제로 검찰은 합수부에서 KAI와 관련해 계속해서 수사를 해 왔다. 검찰 관계자는 “2015년 2월 감사원으로부터 참고자료를 이첩 받았으나 수사를 착수하기에는 부족한 상태였다”며 “계속 첩보를 수집하고 준비를 해 왔으나 지난해 국정농단 사건 수사 등으로 지연된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하 사장의 비리가 친박 실세로 들어간 로비자금으로 밝혀지면 검찰 수사는 문고리 3인방과 우병우 전 민정수석으로까지 올라갈 수 있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사정기관의 다른 관계자는 “KAI 사정으로 방산비리 적폐청산을 보여주고 야당 중진의원과 전 정권까지 조준하는 것이 검찰의 베스트 시나리오”라고 말했다. ​ 

금재은 기자

silo123@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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