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지역별 사업의 최적화를 진행 하겠다.”
제너럴모터스(GM) 최고경영자(CEO) 메리 바라는 올 초 폭탄선언을 했다. 이익이 나지 않는 사업부를 일괄 정리하고 수익이 나는 지역에 집중하겠다는 것이다. 이에 GM은 3월에 유럽 브랜드인 독일 오펠을 PSA에 매각하고 유럽 시장에서 철수했다. 오펠의 만성 적자를 해소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2008년 구조조정 뒤 글로벌 시장으로 사세를 넓히던 GM의 모습은 찾아볼 수 없다. 사업 포트폴리오 조정을 통해 부진을 만회하겠다는 행보다. 매년 100만 대를 팔던 오펠을 매각함으로써 올해 ‘1000만 대 클럽’ 대열에서 탈락은 확실해졌다. 남은 1000만 대 클럽은 독일 폴크스바겐과 일본 도요타 둘뿐이다. 미국 자동차의 상징과도 같은 GM이 생존을 위해 자존심까지 내버린 셈이다.
이런 가운데 GM은 신흥시장에서의 사업 조정을 주목하고 있다. 현재 GM의 글로벌 판매는 미국과 중국이 4분의 3을 차지한다. 수익이 나지 않는 신흥 시장인 인도네시아와 러시아·남아프리카 공화국에서 등지에서 철수할 계획이다. 대신 이익을 기대할 수 있는 중국과 브라질 등의 투자를 확대한다.
최근 ‘한국 철수설’도 다시 고개를 들었다. 한국GM은 지난해 6314억 원의 순손실 등 3년간 2조원에 육박하는 적자를 봤다. 2000cc 안팎의 중형 차종이 한국 시장의 주류를 이룬다. 그런데 이 시장은 현대·기아차가 주도권을 쥐고 있다. GM은 말리부·임팔라 등 중형, 준대형 라인업을 갖추고 있지만, 경쟁에서 뒤처지고 있다.
제임스 김 한국GM 대표도 실적부진과 판매 증대에 어려움을 겪으며 사퇴했다. 특히 한국GM이 생산한 스파크와 트랙스 등을 유럽에 수출해왔는데 GM이 유럽에서 물러나면서 생산량이 줄어들게 확실시된다. GM으로서는 한국 시장을 두고 고민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런 가운데 한국GM 노동조합이 17일 파업에 돌입한 점도 부담이다. 노조 역시 GM이 철수할까 부담을 느낀 듯 전반조 4시간, 후반조 4시간 부분파업에 돌입했다. 한국GM 노조는 공식적으로는 “파업 아니다”라고 하고 있다. 강성 노조활동이 자칫 GM본사의 한국 시장 철수 결정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GM은 한국GM을 인수할 때 일정 기간 동안은 지분을 매각하지 않겠다는 계약을 KDB산업은행과 맺었다. 그런데 이 계약이 오는 10월 16일로 종료된다. GM이 한국 시장 철수를 방어할 물리적 장치가 사라지는 셈이다.
미국 자동차 분석 사이트 ‘오토트레이더’의 미셸 크렙스 수석 애널리스트는 “GM이 진행하고 있는 것은 이익률이 낮아 미래 성장성이 없는 시장에서 철수하는 선택적 세계화”라고 지적했다.
한국GM의 최근 상황은 GM이 최근 철수를 결정한 인도 시장과 비슷하다. 인도의 경우 GM 판매점은 한때 200개를 넘었지만 현재는 150개로 쪼그라들었다. 재고만 1만 8000대에 달한다.
인도의 지난해 승용차 판매량은 약 300만 대로 매년 두 자릿수 성장을 해 왔다. 그러나 배기량 1000cc 정도의 소형차가 전체의 60%를 차지하고 있고, 스즈키 등 경차·소형차 생산을 주력하는 상위 3개사가 60%에 가까운 시장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다. 한국으로 비유하면 현대차 같은 과점 사업자가 있는 셈이다.
타타자동차와 마힌드라앤마힌드라 등 토종 업체들도 강세다. 대배기량 차량이 주류를 이루는 GM으로서는 공략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GM인터내셔널의 스테판 자코비 사장은 “인도에서 장기적으로 이익을 올리기 어렵다고 판단한다”고 토로했다.
GM뿐만 아니라 세계 유수의 자동차 회사들도 선택과 집중 전략에 나서고 있는 점도 불안감을 키운다. 유럽과 중국 판매가 전체 판매량의 80%를 차지하고 있는 폴크스바겐은 이 시장에서의 영향력 확대에 나섰고, 일본과 북미에서 강세인 도요타 역시 마찬가지다. 자율주행자동차와 전기자동차(EV) 등 신기술의 개발비가 증가하는 가운데 안정적인 수익을 얻을 수 있는 지역에 초점을 맞추는 전략이다. 신기술 개발에 뒤처진 GM으로서는 불안정한 시장에 목맬 필요가 없는 상황이다.
김서광 저널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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